
현대모비스가 자체 설계한 차량용 반도체 양산을 확대하며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20년 현대오트론으로부터 반도체 사업을 인수한 지 5년 만의 성과다. 올해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전문 연구 거점을 신설해 선행 반도체 기술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전동화 밸류체인 구축 시동
현대모비스는 올해 전동화와 전장, 램프 등 핵심부품용 반도체 연구개발과 신뢰성 검증을 마치고 양산을 시작한다고 18일 밝혔다.
올해 양산하는 주요 반도체는 전기차의 전원 제어기능을 합친 전원통합칩과 램프구동 반도체 등이다. 이미 공급 중인 배터리관리집적회로(IC)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낸다. 이 반도체는 전기차 충전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 반도체사업부문 인수 이후,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할 핵심 요소기술로 지난 수년간 차량용 반도체 연구개발에 매진해왔다. 그 결과 과거 현대오트론은 내연기관용 구동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주력한 반면 현대모비스는 반도체 연구개발 범위를 주요 수주 품목으로 확대했다. 직접 설계한 반도체를 탑재한 제어기와 핵심부품 경쟁력도 향상됐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먼저 현대모비스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전력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 두 분야로 재정비했다. 전력반도체는 전기차 주행거리와 구동능력을 향상시키는 반도체다. 시스템반도체는 전원, 구동, 통신, 센싱, 네트워킹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말한다.
전력반도체의 경우 설계 내재화를 통해 전동화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전력반도체-파워모듈-인버터-모터-PE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전기차 구동계의 모든 진용을 갖춘다는 것이다. 전력반도체가 성능과 원가를 결정짓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에 이를 내재화하면 차세대 구동시스템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전략 제품의 반도체 독자 설계 역량은 강건화하되, 그 밖의 반도체는 별도의 생태계를 구축해 수급 대응력도 향상시킨다는 방침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물론 반도체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설계하는 역량을 갖춰 고객사에 제공할 맞춤형 신기술의 범위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나아가 내년에는 실리콘 기반 고전력 반도체(Si-IGBT)를, 오는 2028년과 2029년에는 각각 차세대 배터리관리 IC와 실리콘카바이드 기반 전력반도체(SiC-MOSFET) 양산을 목표로 한다.
연구거점 韓-美 투트랙 운영
현대모비스가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는 배경은 모빌리티 산업의 전장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조사기관에 따르면 현재 양산 중인 차량에 많게는 3000여 개의 반도체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기술이 확대 적용되며 필요한 수량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는 현재 300여 명 수준의 전문인력이 근무하는 반도체사업담당 조직을 운영 중이다. 나아가 올해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전문 연구 거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 연구거점은 국내 연구소와 함께 투트랙으로 운영한다. 현지 사정에 맞춰 국내와 해외에 각각 특화된 반도체 설계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박철홍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전무는 "실리콘밸리 연구거점 신설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를 확대 구축하고, 해외 주요 기업들과의 연구개발 협력 사례를 늘릴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전동화와 전장부품용 핵심반도체 독자 개발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