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앱 '텔레그램'을 이용해 여성과 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판매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가해자들을 강력 처벌하라는 청원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사이트에 다시 올라왔다.
25일 국회에 따르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비롯한 사이버 성범죄의 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게재돼 하루만인 24일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 요건을 성립했다.
청원인 김모씨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가해자들이 선고받을 수 있는 최대 형량은 7~10년 정도로 현행법상 강력처벌이 불가능해 처벌수위를 훨씬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사이버 성범죄 및 집단성폭행에 관련한 처벌법을 따로 마련해 제2, 3의 n번방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함께 노력해야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SNS·메신저 대화방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거나 이를 구매해 보는 행위는 최소 2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 사이버 성범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SNS·메신저 단체대화방에 참여하는 행위는 최소 3년형에서 최대 징역 10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도록 입법해 달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성폭행 사건의 처벌 수위도 함께 강화해 최소 징역 2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이나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도록 입법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이런 내용은 코로나 3법처럼 입법후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즉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재판이 시작되기 이전에 시행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 입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피해구제, 공무원에 대한 징계요구, 법률 제정, 공공제도 등에 관한 청원을 온라인으로 직접 제기할 수 있는 제도로 올해 1월부터 시행중이다. 10만명의 동의를 받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로 넘어가 내용을 심의·의결한다.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어 정부관계자가 답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달리 법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텔레그램N번방' 청원은 지난 1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후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1호 국민청원'이 됐다.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쳤고, 국회는 지난 3월 본회의를 열어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국민청원 내용을 반영했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그러나 당시 국회를 통과한 성폭력범죄 특례법 개정안은 졸속입법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른바 '딥페이크(Deepfake: 피해자의 얼굴이나 특정 신체 부위를 편집·합성·가공한 허위영상물)'을 제작·유포한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만 담았을 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엄격한 처벌기준, 수사기관에 전담부서 신설, 경찰의 국제공조수사와 같은 핵심 내용은 빠졌기 때문이다.
국회가 올해 1월 처음으로 도입한 국민동의청원 시스템의 1호 청원이었지만, 청원 내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텔레그램에서 성착취 영상을 유포하던 핵심 인물 중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구속되며 이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다시한번 유사한 청원을 마주하게 된 국회가 어떤 결론을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4일 오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국민동의청원과 관련 여·야 정치권을 향해 “청원에 적시된 대로 현행법상의 형량을 포함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번 청원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신속하게 입법화해주길 강력 요청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특히 "이번 사건에 연루된 범죄자들이 합당하고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국회가 즉시 입법에 나서야 한다“며 ”반인륜적인 범죄를 주도한 주모자는 물론 가입회원 전원에 대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내용도 포함해야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