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丙申)년 새해를 맞은 주택시장에 '한파(寒波)'가 몰려왔다. 겨울로 접어들며 냉기가 도나 싶더니 해를 넘겨서는 꽁꽁 얼어붙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택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일시적일지, 약세 진입의 전조일지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강남 재건축 등 수도권 매매·분양시장, 분양권 전매시장의 현 상황을 바탕으로 올해 주택시장의 변수들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치열한 청약 경쟁 뒤 당첨된 분양권에 수천만원씩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던 분양권 시장도 한파에 움츠러들었다.
위례신도시는 매수세가 뜸해진 상황에서 대규모 입주시기가 맞물려 물량이 많아지자 분양권 값이 '추풍낙엽' 신세다. 동탄2신도시도 분양권 가격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으며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 웃돈 없이 처분하겠다는 분양권도 나오고 있다.
◇ 위례, 입주 겹치며 분양권 급매
▲ 위례신도시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에서 방문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
분양권에 많게는 1억~2억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던 위례신도시는 작년 가을과 비교하면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 불과 2~3개월 사이 주택시장 전반에 우려가 커지고 대규모 입주까지 겹치면서 가격을 낮춘 급매 분양권도 나오고 있다.
송파구 장지동 원공인 관계자는 "성남 소재 위례 부영사랑으로 85.4㎡의 경우 작년 추석 전만에도 분양가에 7000만~8000만원까지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며 "하지만 입주를 앞둔 지금은 웃돈을 3000만원 정도만 붙여주면 처분하겠다는 급매물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입주물량이 대량으로 풀리면서 원하는 가격에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계약자들이 잔금이 부족해 급매로 분양권을 내놓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4억5000만원은 받을 거라던 전셋값이 입주 직전 1억원가량 떨어진 데다 향후 담보대출을 받는 데도 부담이 커진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활발했던 분양권 전매거래도 최근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성남시 중원구 창곡동 소재 '위례자이'의 경우 지난 10월에는 42건의 분양권 전매거래가 이뤄졌지만 11월 21건, 12월 7건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분양권 거래가격도 급락세다. 이 아파트 전용 101.99㎡(14층) 분양권은 작년 11월말 7억8581만원에 거래됐지만 1개월 뒤인 12월 말에는 이보다 약 8000만원 낮은 7억868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다른 한 중개업소 대표는 "위례는 아직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데다 대규모 입주 단지도 줄줄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분양권 거래가 정체되고 웃돈이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김포 한강, 웃돈 없는 분양권 등장
▲ 김포 한강신도시 전경(사진: LH) |
동탄2신도시도 분양권에 대한 수요층의 관심이 줄어들면서 분양권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
화성시 청계동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4.0' 단지의 경우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5000만~7000만원씩 붙어 하루에도 3~4건씩 거래되곤 했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하루 한 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웃돈도 고점 대비 1000만~2000만원 가량 줄었다.
신도시 내 성원공인 관계자는 "분양권 웃돈이 떨어지는 걸 좀더 기다리거나 앞으로 나올 신규 분양물량에 청약하는 게 더 낫다는 말이 나오며 비인기 단지 중심으로 분양권 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한강신도시의 경우 작년 12월 이후 분양권 거래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가을이후 신규 분양 단지에서 1순위 마감에 실패하는 사례가 나오고 미분양도 등장하면서 "굳이 지금 웃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번진 때문이다.
김포에서 가장 분양권 거래가 활발했던 감정동 '한강센트럴자이 1차'의 경우 올 가을까지 평형 별로 웃돈이 2000만원 가량 붙어 거래됐지만 현재는 위치 및 향이 좋지 않은 동의 분양권을 중심으로 웃돈이 1000만원 정도로 낮아진 물건이 나오고 있다.
구래동 K공인 관계자는 "'한강신도시 3차 푸르지오'의 경우 웃돈이 1000만원 미만 붙은 물건도 나온다"며 "입지나 아파트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아파트는 웃돈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전했다.
◇ 광교, 웃돈 취득세 부과에 가격 하락
▲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사진: 현대엔지니어링) |
광교신도시의 경우 작년 말 전매제한이 풀린 단지를 중심으로 최근까지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났지만 점차 웃돈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84㎡ 아파트 분양가가 6억원에 가까웠던 광교의 경우 최근 분양권 웃돈에까지 취득세가 부과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종전까지는 분양권을 사서 아파트를 취득한 입주자에게는 프리미엄을 제외한 분양가(옵션 가격 포함)를 기준으로 취득세가 부과됐다. 그러나 행정자치부가 작년 11월9일 "실제 취득가격을 기준으로 취득세를 매기는 것이 옳다"는 유권해석을 각 지자체에 통보한 것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따라 웃돈을 더한 분양권 매입 금액이 6억원, 9억원을 넘어서는 경우 세 부담은 급격히 커진다. 주택을 취득할 때 부과되는 지방세(취득세 및 지방교육세, 농어촌 특별세)는 ▲6억원 이하는 1.1%(85㎡ 이하) 또는 1.3%(85㎡ 초과) ▲6억원 초과 9억원 이하는 2.2%(85㎡ 이하) 또는 2.4%(85㎡ 초과) ▲9억원 초과는 3.3%(85㎡ 이하) 또는 3.5%(85㎡ 초과) 등이다.
조망 등에 따라 웃돈이 7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까지 붙어 거래되는 광교신도시 D3블록 '힐스테이트 광교' 아파트는 분양권 거래시 웃돈에도 취득세를 붙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000만~2000만원 가량 호가가 낮아졌다. 신도시 L공인 관계자는 "매수자 측에 부과되는 취득세 만큼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광교에선 최근들어 6억원 미만으로 계약금액을 맞춰 실거래가격을 신고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L부동산 관계자는 "매도자 측 양도소득세뿐 아니라 매수자 측 취득세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6억원 미만으로 '다운계약'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가격 상승 멈춘 마곡..갭 투자 사라진 성북
개발 호재로 주목받아 분양가 대비 2억~3억원씩 오른 아파트들이 즐비한 마곡지구도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며 거래가 중단됐다. 매매가격이 전셋값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실거주 수요뿐 아니라 투자 수요도 많았던 성북구, 마포구 일대도 이제는 집을 사겠다는 이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아파트는 작년 10월까지 가파른 매맷값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11월 중순이후 가격이 보합세를 그리고 있다. 아직까지 집값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 조만간 매매가격 하향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마곡 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는 재작년 4월 4억8000만~5억4000만원에 분양돼 줄곧 가격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11월 이후 현재까지는 7억2000만~7억7000만원선에서 변동이 없다. 싼 급매물이 나오면 연락해 달라는 매수문의는 있지만 가격을 낮춘 매물도 없어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마곡지구 내 공룡공인중개 관계자는 "작년 12월부터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며 "금액은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현재 가격에서 매수희망자 역시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정보에 따르면 강서구 마곡동 아파트 거래는 지난 10월 23건이었지만 11월 11건, 12월이후 3건으로 급격히 줄었다.
도심권 및 여의도와 가까워 실거주 수요가 많은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일대 단지는 매도-매수자 간 '줄다리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공덕동 대한공인 관계자는 "매수하려던 이들이 관망세로 돌아섰지만 실수요가 많다보니 집을 팔려던 사람들도 조급해 하지 않는다"며 "집을 내놨던 이들도 가격을 내리지 않고 다시 매수세가 붙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작년 전셋값이 집값의 80~90% 까지 올라 이른바 '갭(gap) 투자'가 성행했던 서울 성북구 일대도 썰렁해졌다. 갭 투자란 집값이 전셋값보다 2000만~3000만원정도밖에 높지 않은 집을 전세를 끼고 산 뒤, 전셋값과 매맷값을 순차적으로 올려 되팔아 차익을 버는 투자 방식을 일컫는 신조어다.
성북구 돈암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작년 한 해 비교적 적은 돈으로 집을 사서 되파는 갭 투자 열기가 뜨거웠지만 늦가을부터는 매수문의가 줄었다"라며 "전셋값이나 집값이 오를만큼 올랐기 때문에 단기 차익을 기대하고 전세가율이 높은 아파트를 찾은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