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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한파]①강남 재건축 '급속냉동'

  • 2016.01.15(금) 10:50

"지금은 아니다" 투자수요 철수로 '거래 절벽'
한달새 평균 0.35% 하락.."탄력 기대 어려워"

병신(丙申)년 새해를 맞은 주택시장에 '한파(寒波)'가 몰려왔다. 겨울로 접어들며 냉기가 도나 싶더니 해를 넘겨서는 꽁꽁 얼어붙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주택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일시적일지, 약세 진입의 전조일지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강남 재건축 등 수도권 매매·분양시장, 분양권 전매시장의 현 상황을 바탕으로 올해 주택시장의 변수들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급속냉동' 됐다. 매수 대기자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매매가격은 급격히 꺾였다. 작년 가을 고점에 비해 많게는 1억원까지 하향 조정됐지만 떨어진 가격에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재건축 시장이 위축된 것은 작년말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택 공급과잉 및 가계부채 과다 논란으로 주택시장 전반에 우려가 확산된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은 시장 변화의 '바로미터'다. 주택당국도 추이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 반포·개포 재건축, 수천만원 '뚝뚝'

  
"반포 주공1단지는 작년 12월부터 5000만원에서 1억원 가량 호가가 떨어졌어요. 사려던 사람들은 더 떨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발을 빼고 있고요. 12월부터는 사실상 거래 공백 상태입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경원부동산 김홍년 대표)

 

훈풍이 불던 강남 재건축 시장이 빨리 얼어붙고 있다. 당장 시세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매수 의지를 보이던 수요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섰다. 최근 찾아간 반포 주공1단지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는 대부분 손님이 없었다. 중개업소 5곳 중 1곳만 손님과 상담 중이었는데 그마저도 전세 문의였다.

 

▲ 서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유태영 기자 argos@

 

반포동 경민공인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문의해왔던 손님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면 사려던 쪽은 더 내리길 기다리고 파는 쪽은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까지 26억원을 넘겨 거래되던 반포주공 1단지 전용면적 140㎡는 올들어 25억원 밑으로 매도호가를 낮췄다. 전용 84㎡나 72㎡ 물건도 5000만~7000만원 가량 호가가 낮아진 상태다.

 

반포 주공1단지는 최고 45층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다가 서울시의 반려로 작년 말 35층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 역시 시세 하락을 가파르게 한 배경으로 꼽힌다.

 

강남구 개포 주공 일대도 거래가 끊기긴 마찬가지다. 개포동 소망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은 단계별로 진척이 있을 때마다 거래가 활발한데, 개포 시영아파트는 이번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주민 이주를 시작했는데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작년 2월 5억9000만원에 거래된 시영아파트 전용 40.5㎡는 지난 11월 7억1000만원까지 오른 가격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12월 이후에는 거래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호가는 6억6000만~6억8000만원 선이다.
 
사업시행인가 신청 단계인 개포 주공1단지도 치솟던 가격이 꺾이면서 거래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개포공인 관계자는 "10월부터 두 달간 4000만~5000만원씩 올랐던 것이 12월 이후 제자리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용 49.5㎡는 작년 추석 전 9억원에서 11월 9억5000만원까지 올랐지만 현재는 8억9000만~9억원 선으로 낮아졌다.

 

◇ 대치 은마·잠실 주공5 "기대감 있지만 지금은…"

 

강남구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역시 연말을 지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은마아파트 인근 에덴 공인 관계자는 "매수 희망자들은 늘 있지만 지금은 구매할 시기가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며 "대출규제에 대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거래가 거의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지 내 명지 공인 관계자는 "조합 설립이 오는 5월 정도면 이뤄져 지지부진하던 사업도 진척이 있을 것 같지만 매매가격은 약세"라고 전했다.

 

 

잠실동 주공 5단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잠실 주공5단지 인근 3·3공인 김봉옥 대표는 "작년 10월만 해도 이 단지에서 한 달에 20건 넘게 거래됐는데, 12월엔 단 3건, 이달 들어선 겨우 1건 거래됐다"고 말했다.

 

잠실5단지는 총 3930가구 규모로 최근 거래된 전용 76.5㎡는 작년 10월보다 6000만원 떨어진 값에 계약이 이뤄졌다. 잠실동 골드공인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가 올해 완공되고 수서 KTX도 개통되는 등 호재가 있지만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재건축 매매가격은 작년 12월 둘째주 0.04% 하락하며 약세로 접어들어 1월15일 현재까지 한달 여 기간 동안 0.35% 하락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 재건축은 작년 규제 완화 수혜를 가장 많이 받았지만 최근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투자수요가 이탈하는 중"이라며 "일단 설 이후 흐름을 지켜봐야겠지만 올해는 작년만한 동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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