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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은 지금]정권 바뀌면 '추가'…수요자 '혼란'

  • 2019.08.02(금) 09:00

정권마다 새로워지는 정책, 세분화‧중복·난립…당국도 "헷갈려"
복잡하고 까다로워 결국 포기…"선진국처럼 유형 통합해야"
SH 공공임대 유형 통합·상시 대기자 명부 신설 추진…'국정과제'

"서울에서 집을 사기엔 비용 부담이 커서 공공임대주택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유형이 너무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준비해야 될 지 모르겠다. 잘만 활용하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데 일일이 찾아보고 비교해보기 힘들어서 포기하는 지인들도 더러 있다" (사회초년생·30)

현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량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수요자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서울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7억원을 넘었고, 전세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늘상 도사리면서 사회초년생은 물론이고 신혼부부, 청년, 저소득층의 임대주택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 유형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 조건 등도 복잡해 수요자들의 혼란만 키우는 모습이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임대주택 정책도 하나씩 추가되면서 정책 담당자 조차도 헷갈려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 유형 통합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정권 바뀌면 새로운 임대주택 정책 '하나 더'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처음부터 복잡하게 출발한 건 아니다.

공공 주체가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한 건 1960년대로, 한동안 1~2년 단기 임대가 통용됐었다. 그러다 1980년대들어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되기 시작, 1984년 말 임대주택건설촉진법이 제정되며 본격화했다.

이후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임대주택 정책이 추가됐다.

노태우 정부 시절엔 임대 의무 기간이 50년인 영구임대주택이 도입됐다. 김영삼 정부 땐 민간부문의 분양조건부 주택이 주로 공급되다가, 김대중 정부 시절 공공임대주택의 역할이 재조명되며 임대기간 30년의 국민임대주택 건설을 촉진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저소득층을 위한 제도인 매입임대, 전세임대를 도입했다. 이명박 정부는 분양주택 비율을 높인 보금자리주택을 내놨고, 박근혜 정부 땐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주택을 건설하는 행복주택을 추진했다.

임대주택 정책이 여러 갈래로 나뉘면서 문재인 정부는 '유형 통합'을 대선 공약이자 국정 과제로 내놨다. 하지만 정권 3년차인 현재까지는 임대주택 공급 계획(5년간 85만 가구)만 내놨을 뿐 통합 계획은 아직 청사진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신혼희망타운, 역세권 청년주택 등 새로운 하위 유형만 늘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이름을 단 공공임대주택이 늘어나자 관계부처도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임대주택 정책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나 서울시 등에선 공공임대주택 하위 유형 등을 문의하면 "우리도 헷갈린다", "정책 추진 초기에 근무하던 직원들이 인사발령 나면서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등의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 '몰라서 못하고, 까다로워 못하고'…수요자들 혼란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이 지나치게 많다 보니 '몰라서 못 사는(live)' 수요자들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 LH 마이홈 등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의 유형은 영구임대, 5년임대, 10년임대, 50년임대, 국민임대, 행복임대, 매입임대, 장기전세, 전세임대,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등으로 분류돼 있다.

유형만 10개가 넘는데다 공급주체가 다르기 때문에 입주자 모집 공고, 지원 대상 등의 정보도 분산돼 있다. 유형별로 하위항목이 다르고 임대기간, 임대료 등도 상이해 한 눈에 파악하기도 힘들다.

가령 매입임대의 경우 준공공임대주택과 민간이나 개인에서 공급하는 민간임대로 나뉜다. 준공공임대의 경우 전용면적이 85㎡ 이하, 임대기간이 20년인데 민간의 경우 면적 제한이 없으며 임대기간은 4~8년이다.

정책이 복잡하게 운영되다 보니 정작 임대주택 수요자들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고 어디에 문의를 해야할지도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 '과유 불급'…유형 통합해야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의 유형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단일한 유형으로 통합하고 입주요건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며 "임대료만 해도 영구임대의 경우 시세의 30%, 행복주택은 60~80% 등으로 기준이 다르고 입주 요건이 까다로워 임대주택이 정말 필요한 가난한 사람도 입주하기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형 통합이 임대주택 임대료의 전반적인 상승을 야기해 상향평준화 될 우려도 있다"며 "임대주택이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정책인 만큼 입주민 입장, 공급자 입장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공론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이런 의견을 반영해 이달 말께 공공임대주택 유형 통합 관련 연구 결과 초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서종균 SH공사 주거복지처장은 "임대주택으로 보기 어려운 전세임대를 제외한 나머지 임대주택 유형 전체를 통합하고, 지방정부가 대기자명부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요자가 임대주택을 신청하면 지자체가 LH·SH 등의 임대사업자에게 신청자 명단을 전달하고, 사업자가 그중에서 자격 요건 등에 맞춰 입주자를 선별하는 식이다. 아울러 수요자는 언제, 어디서든 신청할 수 있게끔 하고 한 번 신청하면 자격이 일정기간 유효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서종균 처장은 "우리나라는 임대주택 유형이 계속 나눠져 왔는데 선진국 등 외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유형 통합과 함께 임대기간을 늘리고 임대료는 소득이나 주거 서비스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책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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