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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뒷방 신세된 '공공임대주택 정책'

  • 2019.08.07(수) 09:34

집값잡기에만 총력…서민 공공임대주택 정책 '뒷전'
국정과제로 제시한 임대 유형통합 등 시스템 정비 감감무소식

"공공임대주택은 다른 정책에 비해 뒷전이에요. 국토교통부가 신경써서 추진해야 사회적으로 관심도 받고 공론화될텐데…"

임대주택과 관련한 한 전문가의 얘기입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한 규제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정책엔 소홀하다는 지적입니다.

주거안정의 핵심 축의 하나인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과제이기도 한데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공급 물량 확대 계획만 있을 뿐 실제 입주 실적이나 시스템 정비 등 양적·질적인 변화 모두 가시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집값을 잡는데 혈안이 돼 있었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굵직한 부동산 정책을 돌아보면요. 집값이나 주택 거래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8‧2대책(2017년 8월 2일), 가계부채 종합대책(2017년 10월 24일), 9‧13대책(2018년 9월 13일) 등은 모두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분양, 청약, 매매 등에 규제의 올가미를 단단히 채워 투기를 막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들어 다시 서울 집값이 고개를 들자 내주초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택지 확대 도입을 공식화한 상황이고요.

집값 안정은 임대주택 정책과 함께 서민 주거안정의 양대 축입니다. 그러니 어느 하나 소홀히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하지만 집을 살 여력이 없어 임대주택에 거주해야 하는 이들의 주거안정은 더욱 절실합니다. 그런데 관련 정책은 어떨까요.

대표적인 주거 복지 정책이 2017년 말 내놓은 '주거복지로드맵'인데요. 5년간 공적임대주택 85만 가구, 공공분양 15만 가구 등 총 10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입니다. 공적임대주택의 경우 2017년 기준 재고가 약 246만 가구인 것과 비교하면 전체의 35% 규모가 신규 공급되는 셈이라 무주택자 입장에선 환영할만한 정책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작 수요자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합니다. 공공임대주택의 복잡한 체계 때문인데요.

우선 지나치게 유형이 많습니다. 영구임대, 5년임대, 10년임대, 50년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매입임대, 장기전세, 전세임대 등 유형만 10개가 넘습니다. 공급주체도 다 다르고요. 유형별로 하위항목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정책별로 지원 요건, 임대기간, 임대료 등도 상이합니다.

워낙 복잡하게 운영되다 보니 정작 수요자들이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고 어디에 문의를 해야 할지도 혼란스러운 거죠. 이런 구조는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정부도 현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공공임대주택의 유형통합에 나서긴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임대주택 유형을 통합하고 지방정부가 '대기자명부'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게 뼈대입니다.

대기자명부란? 희망자가 자신의 자격요건과 선호하는 주택을 골라 한 번만 입주 신청을 하면 순번에 따라 입주가 결정되는 시스템으로, 지자체가 LH·SH 등의 임대사업자에게 신청자 명단을 전달하고 사업자가 그중에서 자격 요건 등에 맞춰 입주자를 선별.

이렇게 되면 수요자들이 일일이 임대주택 유형과 공고를 찾아봐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으니 환영할만한 내용입니다. 문제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라는 건데요.

국토부는 집값잡기,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청신호 등 새로운 개념의 공공임대주택 추진을 가속화한다고는 하지만 양쪽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급급해하는 모습입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는데 무주택 서민들의 장기적인 주거 안정을 위해선 유형 통합 등 체계를 정비하는 등의 질적인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꼬집습니다.

SH공사는 공공임대주택 유형 통합에 대해 연구한 결과(초안)를 이달 말 국토부에 전달할 계획입니다. 물론 최종안을 확정하는 건 국토부지만 연구 결과가 어느 정도 밑그림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큰 틀이 잡히는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에서 조만간 공공임대주택 정책 방향을 발표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는데요.

하지만 국토부가 또다시 분양가 상한제 도입과 이에 대한 후속조치 등에 몰두하고 있어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또다시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부가 지난 2년여 동안 집값을 잡기 위해 시장(혹은 정부가 겨냥한 투기세력)과 전쟁을 벌이는 사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은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모양새인데요.

걱정스러운 대목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책 동력도 떨어질 테고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정책은 사실상 폐기수순을 밟았던 것도 사실이고요. 현재의 임대주택 유형이 난립한 것도 그 때문이니까요. 무주택 서민들이 오랫동안 안심하고 살만한 집을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임대주택 정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있는 사람들(여력있는 사람도 포함)을 위한 집값 안정화도 중요하지만 (집)없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안심하고 살만한 집을 제공하기 위한 정책에 더욱 집중하고 정책적인 시야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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