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상장된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주요 건설사의 매출이 급감했다. 7개 대형 상장 건설사 중 매출이 늘어난 곳은 한 곳도 없다. 모두가 지난 몇 년간 고원가 주택 사업장을 정리하고 착공에도 신중했던 결과다.
시공능력평가 1위와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그룹사 계열 일감이 줄면서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대우건설은 원가율 조정에 따라 매출이 위축됐다. 이 같은 외형 축소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건설사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익성이 양호한 일감만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 맏형도, 삼성 형제도
지난해 7개 대형 상장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삼성E&A·HDC현대사업개발)가 거둔 매출액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86조2941억원이다.
해당 건설사의 매출은 전년도(97조2580억원)와 비교하면 11.3% 줄었다. 7개 건설사의 매출이 모두 역성장했다. 지난해 초 목표로 밝힌 88조8932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는 매출 목표치를 이보다 낮은 84조1000억원으로 제시했다.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건설사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31조629억원이다. 전년(32조6703억원) 대비 4.9% 줄었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 감소폭이 컸다. 현대건설 별도 기준 매출은 16조5125억원으로 전년(16조7301억원) 대비 1.3% 감소했으나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은 14조7604억원에서 5.9% 줄어든 13조8965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모두 건축·주택 매출 의존도는 낮아졌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주택 매출이 9조3196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6.4%다. 전년(65.2%) 대비 8.8%포인트 낮아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건축·주택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7.6%에서 11.8%포인트 낮아진 55.8%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로 27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무리한 외형 성장이 아닌 고부가가치 사업을 중심으로 매출 구성을 달리하겠다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매출이 크게 줄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14조1480억원으로 전년(18조6550억원) 대비 24.2% 급감했다. 7개 건설사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그간 매출을 지탱한 반도체 생산설비 등 하이테크를 비롯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준공 단계에 이른 결과다.
삼성물산의 반도체 생산설비를 포함한 건축 사업 매출은 9조9960억원으로 전년도(14조9640억원) 대비 33.2% 줄었다. 반면 플랜트 매출이 3조3790억원으로 전년(2조9380억원) 대비 15% 늘었다.
올해도 해외 대형 플랜트 현장 공정 지속과 반도체 시황 호조로 하이테크 관련 프로젝트에서 지속적으로 매출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삼성물산은 이에 따라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실적 대비 2조 가까이 늘린 15조8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삼성물산과 마찬가지로 그룹사 일감 영향이 있는 삼성E&A의 매출도 역성장했다. 삼성E&A가 지난해 거둔 매출은 9조288억원이다. 1년 전(9조9666억원)과 비교했을 때 9.4%가 빠졌다.
삼성E&A는 반도체를 포함한 비화공 부문 매출이 5조3688억원에서 38.2% 줄어든 3조3165억원에 그쳤다. 반면 화공 분야에서는 4조5978억원에서 24.2% 는 5조7123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사우디 파드힐리 플랜트와 같은 대형 현장 공정 수행에 속도가 붙은 결과다.
삼성E&A는 그동안 공들인 메탄올과 저탄소 암모니아, 지속가능항공유(SAF), 액화천연가스(LNG), 친환경 플라스틱 플랜트 등 '뉴 에너지' 분야에서 외형 성장을 기대한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실적 대비 1조원 가까이 늘린 10조원으로 제시했다.

주택 매출 방어가 관건
공동주택 브랜드 '자이'를 보유한 GS건설도 매출이 소폭 줄었다. GS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2조4504억원으로 전년(12조8638억원) 대비 3.2% 줄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 실적보다 1조원 가까이 낮춘 11조5000억원이다.
GS건설은 지난해 건축·주택 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62.5%에 해당하는 7조7869억원의 매출을 일으켰다. 전년(9조5110억원) 대비로는 18.1% 줄었다.
건축·주택 부문 외형은 축소했으나 플랜트와 토목, 신사업을 키웠다. 지난해 플랜트 매출은 1조3201억원으로 전년(7017억원) 대비 88.1% 급증했다. 토목 등의 인프라 사업 매출은 1조1535억원에서 26.7% 는 1조4614억원, 수처리와 모듈러를 포함한 신사업 매출은 1조7788억원으로 1년 전(1조3921억원)과 비교해 27.8% 증가했다.
대우건설은 매출 감소폭이 컸다. 지난해 매출이 8조546억원으로 전년(10조5036억원) 대비 23.3% 급감했다. 대우건설의 매출이 10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21년(8조6852억원) 이후 4년 만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도 8조원으로 잡고 수익성 회복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토목과 건축, 플랜트가 모두 역성장했다. 특히 주택 사업을 포함한 건축 부문 매출이 5조5084억원으로 전년(6조8418억원) 대비 19.5% 줄었다. 토목(2조1704억원→1조4041억원)과 플랜트(1조1386억원→8411억원)도 각각 35.3%, 26.1% 감소했다.
대우건설의 매출 급감 배경에는 대규모 비용 반영이 있다. 지난해 4분기 해외 토목, 플랜트 현장에서 예정 원가 조정으로 인한 비용 반영이 있었고 이에 따라 기존 현장 공정률도 낮아져 매출 감액 처리가 있던 것으로 파악된다.
DL이앤씨는 지난해 7조402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8조3184억원에서 11%가 줄었다. 지분을 100% 보유한 자회사 DL건설 매출이 2조4692억원에서 1조6526억원으로 33.1% 급감한 영향이다. 올해는 7조2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DL이앤씨 본체는 지난해 5조7498억원의 매출로 전년도(5조8492억원)와 차이가 미미하다. 이 회사의 별도 기준 주택 매출은 2조5365억원으로 전년(2조9316억원) 대비 4000억원이 줄었다. 다만 플랜트 매출이 2조100억원에서 2조4761억원으로 늘어 주택 매출 감소분을 상쇄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 감소폭이 7개 건설사 중 가장 작았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조1470억원으로 전년(4조2562억원) 대비 2.6% 감소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4조2336억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외주(도급) 사업에서 거둬들인 매출이 2조9688억원으로 전년(3조6759억원) 대비 19.2% 줄었다. 그러나 자체 사업 매출을 4008억원에서 9566억원으로 2배 이상 키웠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 공급 부진의 영향으로 작년부터 시작된 건설사의 주택 매출 감소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건설사가 무리한 외형 성장을 기피하는 만큼 재도약을 위한 새 발판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