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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은 지금]박원순의 '청년주택'…'기다리다 늙겠네'

  • 2019.07.31(수) 11:04

역세권 청년주택 3년차, 입주 제로·사업인가 '거북이걸음'
8년 기간 제한에 주거불안 여전, 주민 반발 등 '산 넘어 산'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 언제해요?"(2030세대)

"황금땅에 임대주택을 올린다는 게 말이 돼요?"(사업 예정지 지역민)

"일단 수주는 하는데…."(시공사)

서울시의 주거 복지 역점 사업인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이 좀처럼 진전되질 못하고 있다.

이 사업은 청년들의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를 해소하고 저렴하면서도 안정적인 주거 마련을 위해 추진됐으나, 다양한 이유로 공사가 지연되며 3년간 입주자를 맞은 곳은 제로(0)다.

다급해진 서울시는 내달 하반기 입주자 모집을 예고했다.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 예정지 지역민들의 님비(Not In My BackYard·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현상, 8년 임대 제한에 따른 실효성 논란 등 넘어야 할 풍랑이 많아 우려의 시각도 쏟아진다.

◇ '기다리다 지쳤어요'...입주 언제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인가가 완료된 곳은 총 37건, 약 1만4000가구다. 이는 셰어형 주택 '실'까지 포함한 수치로, 가구 수로만 따지면 1만2230가구다.

같은 기간 공급 목표치(3만500가구)의 40% 수준으로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당초 세웠던 전체 공급 목표와 견주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서울시가 지난 2016년 설정한 2017~2019년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목표(5만 가구)에 비하면 올 상반기 사업인가 실적은 25%에 불과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야심차게 발표했던 것에 비해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및 신혼부부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청년과 관련한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용도 지역 상향, 용적률 완화 등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면 민간사업자가 역세권에 주거면적의 100%를 임대주택(공공‧민간)으로 건립해 공공·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역세권 청년주택 5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업 규모를 키워 2018년부터 2022년까지 8만 가구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정됐던 일정이 수차례 지연되며 아직까지 입주한 가구는 단 한 곳도 없다.

시범단지 1호로 지정된 용산구 한강로2가 역세권 청년주택은 2017년 4월 입주자 모집을 할 예정이었으나 시공사 선정 일정 등이 밀리면서 아직 출발도 못했다. 강변역 역세권 청년주택도 지난해 말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착공지연, 입주자 소득확인 관련 시행령개정 등으로 일정을 미뤘다.

예산 집행률도 10% 후반대 수준으로 저조했다. 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서울시 관계자는 "2017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예산을 확보해놓고 매입 계약, 공사 등 사업 진행 절차에 따라 지난해부터 예산을 집행하게 된 것"이라며 "공공사업은 예산집행률이 곧 사업성과지만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민간사업자가 진행하기 때문에 사업인가 건수를 보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업이 늘어질수록 청년들의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5곳에서 입주자 모집을 시작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사업인가 후 착공전 심의, 공사 등을 거쳐 실제 입주까지 통상 3년이 소요된다"며 "서울시가 사업을 본격 시작한 지는 이제 2년 정도기 때문에 올 하반기 입주자 모집을 시작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황금 같은 땅, 청년주택 NO·공원 OK"…주민 반발

서울시의 계획에 따르면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은 올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예정이다. 하지만 사업 특성상 민간사업자, 지역민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곳곳에서 풍랑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업 예정지 지역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통상 임대주택 공급 계획이 나오면 인근 주민들이 집값 하락 등을 우려하며 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님비 현상'이 나타난다.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 주변에 위치하기 때문에 교통 혼잡이 늘어나고 집값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역세권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은평구 대조동, 동대문구 휘경동 등에선 지역민들이 주택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대조동은 시공사를 선정하고 올 연말 착공할 예정이고, 휘경동은 시공사 선정도 못했다. 관련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황금 같은 땅인데 청년주택이 아닌 주민 체육관이나 공원을 지어달라", "도로 정체, 불법정차, 소음, 베드타운 전락 등이 우려된다", "취지는 좋은데 내 동네는 싫다" 등 지역민들의 불만이 올라와 있다.

시행사들 사이에서도 이 사업이 '계륵'처럼 작용하는 분위기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지하철역 승강장 경계로부터 반경 300m 안에만 지을 수 있어 땅값이 비싸지만 임대료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해야 한다. 모든 가구를 임대로만 공급해야하기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개발자금을 단기간에 회수하기도 어렵다.

최근 정부의 규제로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 수주가 어려워지면서 신규 먹거리 사업으로 반짝하고 떠올랐지만, 규모의 경제가 가능할 만큼 크지도 않고 수익성도 높지 않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선호도가 높은 사업이 아니라는 게 건설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특히 임대의무기간 '8년'에 대한 논란이 많다.

민간임대 물량은 8년 후 일반분양 전환이 가능한데, 임대의무기간이 지나면 임대료 제한이 없어져 임대료가 시세와 비슷해질 수 있다. 현재 역세권 청년주택의 임대료는 공공임대의 경우 시세의 68~80%, 민간임대는 85~95% 수준이다. 분양 전환 시 임대료가 뛰어버리면 '안정적인 주거'의 유효기간도 만료되는 셈이다.

애초 도입당시부터 기간 설정에 대한 잡음도 많았다. 일부 전문가와 시민단체 사이에선 장기임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서울시도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임대의무기간을 늘리면 민간사업자가 수익성 저하로 사업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사업 자체가 좌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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