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주거복지정책 야심작인 '역세권 청년주택'이 이번엔 옵션 비용으로 뭇매를 맞았다.
역세권에 시세보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나왔지만 가구 렌탈료, 청소비 등 옵션 항목이 추가되며 실제 임차인들의 월세 부담이 수십 만원씩 불어났다.
임차인들의 반발이 커지자 해당 주택의 옵션 항목은 대부분 삭제됐다. 하지만 역세권 청년주택에서 끊임없이 가격 논란(민간임대 물량), 무옵션 논란(어바니엘 충정로) 등이 이어지자 청년들의 실망감과 주거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 5평짜리 월세가 70만원?
옵션 비용으로 논란이 된 주택은 서울시 종로구 지하철 1‧6호선 동묘앞역 인근에 들어서는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이다.
관광호텔을 용도변경한 뒤 리모델링한 이 주택은 SH공사가 공공임대 31가구, ㈜포씨즈가 민간임대 207가구(특별공급 42가구·일반공급 165가구)를 각각 공급한다.
SH공사는 지난해 11월 공공임대와 민간임대를 나눠 입주자 모집공고를 했으며 민간임대의 경우 청약 신청, 서류 심사를 거쳐 지난달 31일부터 4월 2일까지 계약자를 받았다.
하지만 계약 기간에 옵션 항목이 자세히 밝혀지면서 논란이 생겼다.
임대보증금이나 월 임대료 외에도 매달 ▲기본 관리비(10만원 전후 예상) ▲카펫·가구 등 청소비(6만원) ▲가전·가구 렌탈료(1만5000원) ▲인터넷이용료(1만2000원) ▲헬스장 이용료(3000원) ▲식비(약 20만원) ▲기타 관리비(전기,수도,가스) 등 7개 항목을 더 납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타 관리비를 10만원으로 잡아도 매달 50만원가량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애초에 사업자 측은 임차인들에게 식비 외 항목을 사실상 '의무' 납입 사항으로 통보했다. 식사는 임차인의 70% 이상이 식사를 신청해야만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이를 제외한다고 해도 매달 30만원씩은 내야 하는 셈이다.
민간임대 일반공급물량의 경우 5평 남짓(전용면적 16㎡)한 방의 임대보증금은 3420만~4560만원에 월 임대료가 34만~39만원이다. 임대보증금비율을 30~4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어 그 범위 안에서 보증금을 올리면 임대료는 조금 적게 내는 식이다.
여기서 식비를 뺀 30만원만 추가해도 청년들이 월 부담해야할 비용이 최대 70만원 가량이다. 만약 보증금을 대출 받았다면 이자비용까지 추가해야 된다.
당첨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하며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민간임대의 경우 시세보다 크게 저렴하지도 않은 데다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충분히 안내되지 않았던 '옵션비 폭탄'까지 맞게되자 계약 포기 수순을 밟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실제로 동묘앞역 인근 A오피스텔(2009년 준공) 21㎡는 지난 2월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2009년 준공)에 거래됐다. B오피스텔(2014년 준공)은 19㎡가 같은 달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5만원에 거래됐다.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의 원 건물인 '동대문 베니키아 프리미어' 호텔이 2015년 준공된 건물인데다 옵션, 면적 등을 고려해보면 시세 대비 저렴하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아울러 입주자 모집공고엔 ▲일반관리비 및 세대관리비 부담 ▲인터넷iptv 설치 요금 ▲침대 및 이불 사용료 및 객실 청소비 ▲조식 및 저녁식사 단체 제공 시 월 최소 20회 사용원칙으로 1회 식대 비용 적용 등만 표기돼 있을뿐 구체적인 포함 내역이나 비용은 안내돼 있지 않았다.
◇ 반복되는 논란·한 발 늦은 수습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 당첨자들의 반발이 지속되자 뒤늦게 수습에 들어갔다.
㈜포씨즈 측은 "당첨자들이 원하지 않는 옵션 항목을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며 기본 관리비, 인터넷 사용료, 기타 관리비를 제외한 모든 선택지를 없앴다.
다만 침대, TV 등은 임차인이 원하면 렌탈료를 내고 사용토록 하고 그렇지 않으면 철거하기로 했다.
이 사업자 관계자는 "일반관리비는 매월 발생한 비용에서 입주민들이 N분의 1하는 식"이라며 "실비 개념이라 운영을 해봐야 아는데 경비, 시설 등 법적으로 필수적인 주택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10만원 전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와 식사는 서비스 차원에서 옵션에 넣었던 건데 반발이 심해서 개인이 알아서 하도록 했다"며 "복도, 계단 등 공용부분에 대한 관리는 일반 관리비에 포함되고 식사는 원하는 분들이 별로 없어서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숭인동 역세권 청년주택 민간임대 부분은 관련 내용을 당첨자들에게 다시 안내하고 계약 기간을 이달 8일까지 3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청년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해당 옵션을 제외해도 관리비 등으로 매월 20만원 정도 납부해야 하고, 청소비를 따로 내지 않는다 해도 호텔식 카펫이라 개인이 청소하기 쉽지 않다.
이에 임대주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선 "호텔에서 쓰던 가구와 가전 그대로 들여놔서 어딜 리모델링한지 모르겠다", "가구와 가전을 철거한다고 해도 개인 짐을 놓을 공간이 부족하고, 카드키를 꼽아야 전기가 들어오는 것(냉장고 제외)도 그대로다"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처럼 역세권 청년주택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충정로 어바니엘'의 경우 옵션 부족, 대출 중단 등으로 민간임대 가구 다수가 미계약된 바 있다.
이번 논란에 대해 SH공사는 선을 긋는 모습이다. SH공사 관계자는 "민간임대는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것이고 SH에서는 공공임대만 진행한다"며 "공공임대에선 애초에 렌탈료 등의 옵션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은 호텔식 서비스라는 특수성과 옵션 선택 강요가 있었기 때문에 사업자와 협의해 필수 옵션 부분을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임대의 경우 임대료와 옵션비를 시장에 맡기는 게 맞고 이 과정에서 옵션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