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을 위한 싸고 질 좋은 사회주택. 물론 많이 만들어 많은 청년에게 공급할 수 있다면 좋겠죠.
공급 가구 수를 늘리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도는 아직 더딘 상태입니다.
사회주택 공급 사업에 속력이 붙지 못하는 배경으로 민달팽이 유니온의 최지희 위원장은 ‘주거권을 바라보는 미흡한 사회적 인식’을 꼽았는데요.
최 위원장은 “땅이나 집을 사유재산이 아닌 공공재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로부터 비로소 주거권 인식 개선이 시작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최 위원장은 “청년들을 위한 정책들이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그 실효성은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이런 정책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청년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만 가져다 쓰기만 하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청년 주거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청년들을 위해 나온 역세권 2030 청년 주택만 하더라도 역세권 근처의 부동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까닭에 공급량이 충분하게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고, 지원 조건이 까다로워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청년들은 지원조차 하지 못해 그 실효성이 매우 떨어지고 있습니다.
청년을 위해 나온 주거 정책에 정작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그 이름만 빌려주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실효성 없는 정책은 청년들을 고립시키고,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합니다.
암스테르담 자유대의 피어 스메스 교수가 바로 이 부분을 짚어주었는데요.
스메스 교수는 “사람들이 같은 속성을 가진 사람들 하고만 접하게 되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다양성이 줄어들게 된다”라며 “각자가 서로를 고립시키다 보면 서로 다른 다양성이 만나 발생할 수 있는 혁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합니다.
정부와 주택공사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상황입니다. 정책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재원 마련도 어려움에 부딪힌 상태에서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취재 과정에서 한국에 권할 수 있는 해결책을 묻자 네덜란드 사회주택협회 아이겐 하르드 빔 더 바르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 사회주택을 제공하고 있냐”라고 질문하며 “네덜란드의 사회주택도 회사에서 지원하는 사택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사회적으로 좋은 파트너를 찾고, 그들의 도움으로 기반을 쌓아가는 것이 첫 시작이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사회주택 단체 서울 소셜 스탠다드의 김하나 대표는 중국의 좋은 선례를 제시합니다.
바로 샤오미의 투자로 운영되는 ‘유플러스’라는 공공주택입니다. 이곳은 돈 없는 청년 창업자를 위해 운영되는 곳으로 아주 저렴한 가격에 숙식을 제공합니다.
그들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주거 공간에서 청년들은 모여서 마음껏 이야기를 나누고 꿈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1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의 벤처기업도 여럿 탄생했고, 눈이 맞아 결혼한 커플도 있다고 합니다.
대기업의 이런 시도는 단순히 청년들을 위한 시혜적인 투자가 아닙니다. 그들의 투자로 인해 청년들은 안정적인 주거 공간에서 마음 놓고 창업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긍정적 결과물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게 됩니다. 기업이 인재에 투자하고 그 인재가 사회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선순환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에는 이미 LH(한국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같은 거대 규모의 공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회주택에 대한 개념도 자리 잡기 시작한 상태도 사회적 재원도 쌓아가고 있으니, 네덜란드, 독일과 같은 선진국 청년들처럼 우리나라 청년들이 마음 놓고 서울에서 남의 집 살이를 할 수 있는 그날도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닐 겁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