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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집살이 in 유럽]⑩"기숙사·사택도 사회주택입니다"

  • 2019.08.09(금) 09:00

국내 사회주택 1500가구 불과…매년 2000가구 공급 목표
대학도 사회주택 파트너, LH 등 공공임대도 한 축
"한국도 지자체·비영리단체 역량 강화 필요"

[암스테르담=원정희 노명현 배민주 기자] "삼성과 같은 큰 기업이 주택(사택)을 공급하나요?. 그렇다면 그게 바로 사회주택입니다."

국내 사회주택은 총 1545가구.

해외취재를 시작하기 이전 지난 6월초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국내 사회주택 현황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지자체(시흥, 전주 등)에서 추진한 1100가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을 매입한 후 사회적기업에 임대하고 그곳에서 운영하는 형태를 포함한 규모다. 이것이 지난 몇년간의 성적표라고 하니 초라해보인다.

무거운 마음을 안고 오른 취재길에서 빔 더 바르(Wim de Waard) 아이겐 하르드 커뮤니케이션 부문 대표가 인터뷰 막바지 취재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처음엔 갸우뚱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물론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우리나라와 100년의 격차가 난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오지만 100년의 무게만큼 사회주택이 다가가기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빔 더 바르 아이겐하르드 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로비에 있는 사진을 보며 협회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 사회주택 우리 곁에 이미 있었다…사택·기숙사 등

빔 더 바르 대표는 "네덜란드의 많은 사회주택이 회사(사택 제공)에서 시작했다"면서 "한국의 대학들이 제공하는 기숙사를 비롯해 사택이나 관사 등이 100년 전 암스테르담 사회주택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실제 네덜란드 사회주택의 역사가 그렇다. 네덜란드는 19세기말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로 인구집중이 심화됐고 노동자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초기엔 자산가 층(부르조아지)에서 사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택조합을 설립, 노동자용 주택을 짓기 시작했고 이것이 사회주택의 초기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사택이나 기숙사 등을 통해 한참 전에 이미 첫발은 뗀 셈이 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우리 곁에서 시작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네덜란드는 100년 전에 사회주택 공급에 대한 법적 틀을 만들었다. 100년이 흐르는 동안 풀뿌리 주택조합 역시 정부 재정지원 없이 주택사업을 할 정도의 역량을 갖춘 비영리조직으로 거듭났다.

빔 더 바르 대표는 한국의 사회주택에 대해 "사회주택이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파트너를 찾는게 중요하다"면서 "지방정부가 핵심역할을 할 수 있지만 대학 등에서도 이것이 좋은 정책이라고 인식하고 추진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선 사회주택의 정의와 공급 주체를 조금 더 넓게 해석하고 시야를 넓힐 필요도 있어 보인다.

◇ LH 주도 공공임대도 한 축…사회주택 등 지속가능한 공급 고민

국내에선 여전히 사회주택의 개념 자체가 생소하고 어렵다.

사회주택은 사회적 기업, 비영리 법인 등 사회적 경제주체에 의해 공급되며 저렴한 임대료, 안정적 거주기간의 보장, 공동체 활성화 등 사회적 가치 추구를 특징으로 하는 임대주택이다.

올해 2월 국토교통부가 사회주택을 활성화하겠다며 낸 보도자료에 등장한 사회주택의 정의다. 정부는 사회주택의 개념과 공급 주체를 사회적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주체로 못박았다. 사회적 경제주체는 정부에서 인증하는 방식이다.

정작 사회주택이 활성화된 네덜란드와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는 사회주택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우리는 공공임대(public housing)와 사회주택(social housing)을 분리하는데 OECD는 사회주택을 포괄적 개념으로 쓴다"면서 "공공임대주택 역시 사회주택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포괄적, 광의의 개념을 고려하면 오히려 해외에서 국내의 공공임대 주택 공급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예룬 반 더 피어 암스테르담사회주택연맹(AFWC) 부대표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강력하게 구축된 공공주택 모델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있다"면서 "이것은 네덜란드의 주택조합만큼이나 큰 자산으로 이를 유지·관리하고 주택조합과 함께 협력모델로 만드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현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이나 네덜란드 등 유럽은 자본주의 발달이 빨랐고 자본주의의 황금기 시절에 이미 임대주택 재고를 확보해 놓은 상태"라면서 "우리는 저성장국면에 들어서서 임대주택을 늘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때 (우리 시스템을)높게 평가할만 하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일부 지자체에서 사회주택에 관심을 쏟는 데는 공공임대와 민간임대가 미치지 못하는 중소득층 이하를 사회주택이 메워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흥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회주택금융지원센터장은 "사회주택을 통해 주로 2030의 청년·신혼부부들이 결혼 이후 어느 정도 경제력을 확보하기까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선진국이 그렇듯 공공임대의 재정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도 사회주택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덕례 실장은 "LH 등 중앙정부에서 주도하는 공공임대는 재정적인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면서 "지자체와 비영리 사회단체 등의 역량을 강화하는 등으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고민하고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최근 HUG가 전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사회주택 설명회를 열어 저변을 확대하고, 서울시와 SH가 빈집을 활용해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을 가시화하고 있는 점 역시 의미있는 한발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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