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어도 마음 편할 순 없나요?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1인 또는 2인 이상이 모여 생계를 같이하는 일반 세대(외국인·집단세대 제외) 무주택 세대 수는 961만8000세대다. 전년 대비 0.8% 늘었다. 전체 2207만3000세대 중 43.6%가 무주택 세대인 셈이다. 이들을 위한 주거복지제도 개선과 임대차 시장의 안정화도 새 정부의 숙제다.

더 저렴한 임대 필요한 '월세시대'
무주택자들을 위해 임대차 시장의 안정이 필요하다. 최근 임대차 시장은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월세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전국 전월세 거래량 23만9044건 중 월세 거래량의 비중은 60.7%(14만153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특히 빌라 등 비아파트의 월세 거래량 비중은 75.6%로, 5년 평균치인 57%를 크게 웃돌았다.
월셋값도 치솟고 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22.4로 집계됐다. KB부동산이 해당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대출 규제, 전세사기 등으로 높아진 월세 선호도가 서민 주거비의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전세 자체는 전세사기와 갭투자 등의 문제를 갖고 있어 월세의 비중이 높아지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다만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주거비 지원이나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 주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권 바뀔 때마다 새 '임대'…부작용 커
공공임대주택의 확대는 필요하나 유형의 다양화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하게 입주할 수 있는 무주택자를 위한 대표적 주거복지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도시빈민, 저소득 무주택자를 위해 공공임대주택 제도를 시행한 것은 노태우 정부 당시인 1989년 영구임대주택이 처음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임대 의무 기간을 10년과 20년 등으로 구분한 임대주택 등이 도입되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공공임대주택의 형태는 복잡해졌다.
이에 LH는 지난 2022년부터 영구주택과 국민주택, 행복주택을 통합한 통합공공임대주택 도입에 나섰다. 입주자격과 임대료 체계 등 제도 전반을 수요자 관점에서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LH 내부에서도 정권 교체 이후 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사업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남원석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거를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정책공약에 부합하는 주택 유형을 새롭게 개발하면서 공공임대주택 유형이 매우 다양해졌다"며 "유형이 늘어날수록 해당 정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공공임대주택 정책에 대한 접근성 제약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0살 넘은 공공임대 '재건축'은 어떻게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2023년 기준 LH 건설 임대주택의 준공 후 30년 이상 지난 노후 공공임대주택은 총 5만7776가구(83개 단지)다.
LH는 노후 공공임대주택 수가 오는 2028년에 63만8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선비는 1조7000억원이 들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19년에 투입한 수선비 6000억원에서 3배 가까이 더 많은 액수다. 이를 소화하기 위한 LH의 재정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노후공공임대주택 재정비 이후 임대료 산정 체계의 적정성 검토도 새 정부의 숙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30년 이상 지난 노후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재정비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선도 사업지로 선정된 단지는 상계 마들 및 하계 5단지다.
두 단지는 모두 영구임대주택으로 기존 거주자들은 시세의 30% 수준으로 임대료를 냈다. 그러나 통합임대주택은 중위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시세 대비 최소 35%, 최대 90%까지 차등해 책정한다. 임대료 자체가 높게 형성된 지역에서 임대료를 재산정해서 받는다면 입주자들의 부담이 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남 선임연구위원은 "통합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체계는 서울과 같이 임대시세가 높은 지역에서는 기존 주택유형에 비해 입주자들의 임대료 부담 수준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면서 "통합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수준의 하향화와 소득계층·지역 간 임대료 부담 격차의 완화를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