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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재건축]④똑똑해지는 조합 '규제 대응 전략'

  • 2019.12.13(금) 10:22

돌파형: 후분양‧통매각 등 대안 찾고 정부와 정면대결도
순응형: 촘촘한 규제에 "정부 원하는 쪽으로" 분위기 확산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등)단지에 화려한 이력과 전문성을 갖춘 조합장들이 등장하는 것과 함께 조합원들도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하면서 조합 자체가 똑똑해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부 규제에 맞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 사업성을 확보하기도 한다. 승소 가능성 등을 계산해 과감하게 정부와 법적으로 맞서는 경우도 많다. 조합들은 정부 눈치를 보면서도 정책의 허점을 찾는데 주력하며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계산에 한창이다.

반면 조합이 머리를 굴릴수록 정부의 규제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워낙 촘촘한 규제에 탈출구 찾기가 쉽지 않아 조합들도 일단 기다리는 게 더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 후분양부터 통매각까지

올 상반기 수도권 분양시장 최대 화두는 '후분양'이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후분양 독려를 위해 택지공급 관련 인센티브까지 제시했음에도 활성화되지 못한 게 후분양이다. 후분양은 그만큼 낯설었다.

후분양 바람이 불기 시작한 곳은 재건축 사업장인 과천주공1단지(과천 푸르지오 써밋)다. 이 단지는 2017년부터 후분양을 추진했다.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고분양가를 통제하면서 조합원들이 원하는 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까닭이다.

조합은 HUG의 보증없이 분양가를 자유롭게 책정할 수 있는 후분양으로 눈을 돌렸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조언이 있었던 것으로도 알려진 가운데 후분양을 추진한 당사자가 바로 조합장이다.

이 단지 조합장은 "조합장이 된 후 고문변호사와 함께 주택공급과 관련된 법을 샅샅이 살핀 결과 발견한 것이 후분양이었다"며 "당시만 해도 후분양은 정말 생소한 개념이었는데 후분양-선분양 시 수익과 사업절차 등을 비교해본 결과 후분양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분양이 워낙 낯선 까닭에 관련 자료를 만들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러번 진행해 설득했다"며 "조합원 사이에서도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지만 후분양 시 더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숫자로 명확히 보여줬고 여의치 않으면 선분양도 가능하다는 측면을 어필했다"고 설명했다.

과천주공1단지의 성공 사례를 지켜본 다른 단지들도 후분양을 적극 검토했다. 그러자 국토부가 재건축 단지를 겨냥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들며 막아섰다.

조합들은 발빠르게 새로운 빈틈 찾기에 나섰다. 이번에는 일반분양 '통매각' 방안이 등장했다. 조합이 원하는 분양가를 책정할 수 없게 되자 임대관리업체(트러스트 스테이)에 일반분양 물량을 통째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 때 분양가는 3.3㎡ 당 6000만원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예상되는 분양가보다 3.3㎡ 당 1500만원 이상 높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래미안 원베일리'가 주인공이다. 이 단지 조합에는 대형 건설사 임원을 비롯해 재건축 조합장 출신 등 여러 전문가가 속해 있고, 통매각 방안도 조합원들 머릿속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조합은 정부를 상대로 진행했던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대신 상한제 적용 유예기간인 내년 4월 이전에 분양하는 것으로 방향을 돌린 상태다.

◇ "정부 방향에 맞춰가자" 확산

정부 규제의 허점을 이용하거나 소송전도 불가하며 맞서는 조합이 있는 반면 눈치껏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조합도 있다. 정부에 '강대강'으로 맞섰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조합도 이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지난달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과정을 조사하고 입찰 무효 조치했는데, 이 영향으로 조합들이 클린 수주를 선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 재건축 단지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건설사들이)입찰 규정에 맞게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사업속도를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건설사들이 무리한 설계안이나 조건을 제시하지 못하도록 조합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조합 사이에서는 두터운 규제 장벽을 뚫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일단 기다리는 것이 사업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워낙 규제가 촘촘해 후분양과 통매각 등 시장을 당혹하게 만들 대안이 나오기 힘든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대신 재건축사업을 겨냥한 대표 규제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분양가상한제를 두고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분양가 산정(건축비+택지비)에 가장 큰 요소인 땅값이 공시지가 상승으로 분양가 자체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여러 조합들의 계산이다. 민간택지의 택지비는 감정평가액에 택지가산비를 더한 값으로 결정한다.

조합장 출신의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시지가도 아파트 공시가격처럼 현실화율을 끌어올린다면 강남 재건축 단지 분양가는 자연스레 올라갈 수 밖에 없다"며 "강남 재건축 단지 주변 새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만큼 사업장 땅값도 오른 것이 반영될 수 있을지 국토부 발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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