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산한 주택공급 통계에 대규모 누락이 발견되면서 부랴부랴 바로잡는 일이 발생했다. 무려 19만가구가 과소 집계된 것이다.
주택 정책의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이 공급절벽을 경고한 지 1주일 만의 일이다. 이번 사태가 정부 정책기조를 바꾸거나 시장에 큰 파장을 낳지는 않겠지만 신뢰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주택 공급차질 얼마나?…"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4월23일)
국토교통부는 30일 주택공급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점검 결과 데이터 누락이 확인돼 지난해 주택공급 통계를 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가 발표했던 지난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38만8891가구였다. 그러나 실제는 이보다 3만9853가구 많은 42만8744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착공 실적은 24만2018가구인데 3만2837가구가 빠진 20만9351가구로 잘못 발표됐다. 특히 준공 실적은 약 12만가구의 차이를 보였다. 앞서 발표한 31만6415가구가 아닌 43만6055가구로 바로잡았다.
인허가·착공·준공 물량을 합치면 총 19만2330가구가 누락된 것이다.
국토부는 올해 1월말 DB 누락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체 전수점검에 즉시 착수했다고 밝혔다.
과소집계 원인은 주택공급통계정보시스템(HIS)과 건축행정정보시스템(세움터)를 직접 연계하던 방식에서 국가기준데이터를 경유하는 것으로 바꾸면서 정비사업 코드가 누락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월 공급실적부터는 세움터-HIS 직접 전송 방식으로 생산해 과소집계되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누락된 코드가 정상 연계되도록 6월까지 DB 시스템을 정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인허가·착공·준공 실적이 연평균(2005~2022년) 3분의 1에 불과해 '공급 부족'이 눈앞에 닥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23일 '주택공급 상황 분석과 안정적 주택공급 전략' 보고서를 발표하고 국토부 기자단 대상 설명회도 열었다.
특히 서울의 주택공급 실적은 연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과 건설공사비 증가, 주택시장 경기 위축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가 그 원인이라고 짚었다.
국토연은 국토부의 주택건설실적통계를 참고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수치에 대규모 오류가 발견됨에 따라 분석 결과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서울 주택공급 실적 달라질 듯…"근본 문제 여전"
보고서를 작성한 김지혜 연구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19만가구가 누락됐다는 사실은 좀 전에 알았다. 정비사업 쪽에서 수치가 달라졌으니 서울의 저조한 실적이 좀 개선된 걸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다시 분석하긴 할 텐데 발간한 자료를 수정해 배포할지는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주택공급 환경을 '괜찮다'고 진단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높은 금리와 공사비용이 저변에 깔려있는 근본적 문제다. 그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급여건이 개선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토부의 통계 오류 사태가 정부 정책기조를 바꿀 만큼의 파장은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정책 신뢰도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약간의 판단 오류는 있을 수 있지만 공급물량이 적다고 해서 건설사들이 '공급을 빨리 늘려야지' 판단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 유관기관도 270만호 공급계획에 따라 업무를 해온 만큼 큰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통계 오류는 신뢰의 문제"라며 "안 그래도 부동산원 통계 조작으로 낮아진 신뢰가 더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부작용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