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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주며 독려하던 임대사업자 등록, '계륵' 전락

  • 2020.07.09(목) 16:07

임대차 시장 안정보단 집값 상승 원흉으로 낙인
세제혜택 사라질 듯…주택 처분시 퇴로 열어줘야

등록 임대사업자들의 신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 때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공공과 함께 임대차 시장의 한 축 역할을 맡아달라며 등록을 독려했지만 이제는 집값 상승의 원흉인 다주택자(투기세력)가 됐다.

이같은 처지 변화는 그들에게 주어졌던 각종 혜택을 없애기 위한 법안이 상정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정책 방향을 바꾸려면 신뢰 확보를 위해서라도 임대사업자들을 위한 퇴로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인센티브에 급증했던 등록 임대사업자, 이젠 계륵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등록 임대사업자는 51만1000여명,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집은 156만9000호다.

전월세가격 안정을 위한 임대등록제도는 1994년 도입돼 지방세(취득세‧등록세) 감면, 종부세 합산배제와 양도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부여했다. 그럼에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임대소득이 노출되고, 임대료 상승에도 제한을 받는 등의 이유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집주인이 많지 않았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임대사업자로 등록시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2017년 12월13일)했다. 기존 혜택과 연계해 취득세와 재산세 감면혜택 일몰기간을 연장(2021년까지)하고, 건강보험료 등의 부담도 낮춰주기로 했다. 8년 이상 장기임대주택에 대해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70% 적용, 종부세 감면기준도 개선해주기로 했다.

이를 통해 세입자들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정책 효과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7년 25만9000여명, 98만호 수준이던 등록 임대사업자와 임대주택은 2018년 40만7000여명, 136만2000호로 늘었고 작년에는 48만1000여명, 150만8000호로 증가했다. 인센티브가 주어진 이후 등록임대사업자와 주택이 확연히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등록 임대사업자의 혜택을 노리고 갭투자(전세끼고 주택 매입)를 활용해 주택을 매입한 후 해당 집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집값 과열이 심화되자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임대사업자에 주어졌던 일부 혜택을 축소했다. 대책 이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내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이전과 달리 양도세 중과 배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신규 취득 임대주택에 종부세도 과세하기로 했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내 임대사업자의 대출도 LTV 40%를 적용, 집을 추가로 매입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을 막았다. 이때부터 임대사업자 등록을 늘리기 위한 정부 정책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셈이다.

◇ 세제혜택 없애려면 퇴로라도 열어줘야

대출 문턱을 높이고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등 지속적인 수요 억제책에도 과열된 집값이 식지 않자 정부는 부동산을 통해 소득을 얻는 다주택자(임대사업자 포함)를 겨냥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집을 팔게 해 시장에 매물을 늘리면 집값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임대차보호3법이 통과되면 기존 등록 임대주택이 맡았던 서민 주거안정 역할도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임대료 상한과 계약갱신 청구권 등이 등록 임대주택에 주어진 의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까닭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등록 임대주택의 서민 주거안정 역할이 줄어든 만큼 그에 따른 혜택도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으로 임대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세금에 대해서는 이전과 달리 혜택 없이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발의(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사실상 등록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정부와 여당의 정책 기조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세제혜택이 있는 등록 임대사업자가 도피처 성격이 강해진 게 사실"이라며 "이는 정부가 과세 투명화를 위해 물밑에 있던 임대사업을 끌어올리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했던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주택자들이 왜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는지 근본적 이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등록 임대사업자에 주어졌던 혜택이 사라진다면 다주택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버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축소한다면 퇴로를 열어줘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없앨 경우, 이들이 일반에게 집을 팔 때 부과되는 과태료 등을 일시적으로 해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혜택을 제공하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독려했던 만큼 퇴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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