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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정부 하란대로 했는데, 집값상승 원흉됐다"

  • 2021.06.23(수) 13:32

<어느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야기>①집주인편
임대사업자 혜택 줬다뺐다 '오락가락' 정책

임대차시장에 바람 잘 날 없다. 

정부와 여당은 임대사업자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보고 각종 혜택을 축소하거나 축소를 예고했다가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에 다시 물러선 상태다. 임대사업자 입장에선 정책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 불안하기만 하다. 임차인 입장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난이 심한데 임대사업자 물량까지 사라지면 집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다주택자 중에서도 임대사업자를 타깃으로 삼은듯한데 오히려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최장 8년까지 살 수 있던 전세 물량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임대인, 임차인 할 것 없이 난감해졌다"고 말했다. 

현 상황에 대한 취재를 기반으로 임대사업자와 임차인의 이야기로 구성해봤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지난 5월14일 국회 본관 앞에서 '등록주택임대사업자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대한주택임대인협회

임대사업자의 변 "우리 좀 냅둬!" 

번복 또 번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8일 정책 의원총회에서 기존에 추진했던 임대사업자 폐지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지난달 27일 임대사업자 혜택을 없애겠다고 발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뒤집었다. 내(임대사업자) 입장에선 한시름 놓을 일이지만 워낙 자주 말이 바뀌다 보니 안심할 수가 없다. 

우리가 처음부터 눈 밖에 난 건 아니었다. 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만 해도 12·13대책을 통해 임대사업자 등록 시 양도세 감면 확대, 종부세 합산 배제, 건보료 부담 완화 등 각종 혜택을 주겠다며 임대사업을 장려했다. 다주택자의 매물을 이용해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집값이 잡히질 않자 갑자기 화살을 우리에게 돌렸다. 다주택자들이 각종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임대주택사업을 이용하면서 집값 과열에 일조했다는 분석에서다. 

정부는 2018년 9·13대책, 2019년 12·16대책에서 임대사업자의 혜택을 점점 축소하더니 2020년 7·10대책에선 기존 등록임대(4년 단기, 8년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를 사실상 폐지했다. 그러더니 지난달 27일엔 등록임대에서 건설임대만 유지하고 비아파트를 포함한 매입임대는 신규 등록을 폐지토록 했다. 또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은 등록말소 후 6개월간만 인정하고 등록말소 후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은 제외하기로 했다. 

집값 상승이 다 임대사업자 탓인 것마냥 여기는 정부의 태도가 기가 막혔다. 임대사업자들은 세제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임대료 상승제한, 의무임대기간, 보증보험가입 등의 의무를 지고 있다. 실제로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전국 등록임대주택 62채의 최근 임대차 계약서를 분석한 결과 등록 임대주택 임대료는 일반 미등록 임대주택보다 평균 38% 저렴했다. 이같은 공공성은 외면당한 셈이다. 

임대사업자들이 반발하자 여당은 일단 '재검토'를 예고하면서 '생계형' 임대사업자에 한해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60세 이상, 임대주택 수 5채 미만 등이 기준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20대부터 40년 넘게 쉴틈 없이 번 돈으로 주택 6채를 사서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받아 그 수입으로 살고 있는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심란한 마음에 자진말소를 알아봤지만 '임차인 동의' 시에만 자진말소가 되기 때문에 퇴로도 없다. 더 황당한 건 세입자 중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 등 고액자산가지만 저렴한 민간임대에 살면서 부를 축적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내일은 다시 한 번 내 상황을 설명하고 퇴거를 부탁해봐야겠다. 

<세입자편은 ②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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