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강남 아파트 가격이 3억원 이상 떨어졌다는 점을 자신 있게 소개했습니다. 철옹성이었던 강남마저 집값이 내려앉고 있으니 이제 정말 '추세적 하향 국면' 아니냐는 겁니다.
실제 전국 아파트 가격이 2년 5개월 만에 꺾였고, 강남 3구 집값도 일제히 떨어졌습니다. 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진 건데요. 하지만 한쪽에서는 여전히 강남 초고가 아파트를 더 비싸게 사들이는 거래가 이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은 그야말로 혼조세에 양극화 현상, 눈치보기 등 모든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듯 한데요. 정부의 '바람(?)'대로 오랜 기간 이대로 쭉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될까요? 이에 대한 전망도 엇갈립니다.
전국 집값도 '하락'…정부 "집값 안정 인식 확산"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주간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셋째주(2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1% 떨어졌습니다. 2년 5개월 만의 하락 전환입니다.
서울과 수도권 역시 나란히 -0.02%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 3구 중 유일하게 버티던 서초구 아파트 가격이 하락 전환했는데요. 이로써 강남 3구 집값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은 "시장 불확실성과 전세 가격 하락 등 다양한 하방 요인에 따른 매수 심리 위축으로 관망세 지속되는 가운데, 대체로 가격 조정된 급매물 위주로 거래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주까지 오름세를 유지하던 지방 역시 보합세에 들어섰습니다. 지방에서는 경남과 강원,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서 지속해 집값이 평균 이상 오르고 있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상승폭이 축소하는 모습입니다.
이처럼 강남은 물론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정부가 또다시 '추세적 하락'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 시장이 이제 변곡점을 지나 추세적 하향 안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관련기사: 홍남기 "강남4구도 3.4억 하락…추세적 하향"(2월 23일)
주목할 점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언급을 굳이 덧붙였다는 점입니다. 그동안에는 주로 정부가 '집값 하락'을 점쳤다면, 이제는 국민들 역시 앞으로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건데요. 이처럼 모두가 집값이 떨어질 거로 내다본다면, 결국 집값은 추세적인 하락세에 접어들 수밖에 없겠죠.
이런 판단의 근거로는 한국은행이 내놓은 주택가격전망CSI가 1년 9개월 만에 100을 하회했다는 점, 그리고 강남 4구의 아파트 실거래가가 이달 들어(2월 1일~20일) 초소형(40㎡ 미만)을 제외하면 무려 3억 4000원 떨어졌다는 점 등을 들었습니다.
상승·하락 거래 오락가락…전문가는 여전히 "오른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정부의 인식에 갸우뚱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습니다. 정부의 언급처럼 '추세적 하락'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건데요. 실제 강남 3구에서는 집값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와중에 일부 초고가 아파트 단지에서 지속해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96.21㎡(64평)가 지난달 80억원에 팔렸고요. 이달에는 현대7차에서 전용 144.2㎡(47평)가 5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에서도 지난달 전용면적 84㎡가 46억6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경신해 주목받았고요.
물론 하락 거래도 적지 않은데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76.79㎡ 매매가가 지난해 26억3500만원에서 지난달 24억9000만원으로 떨어지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에서는 전용면적 145㎡가 지난해보다 14억원 떨어진 42억원에 팔리기도 했고요. 강남 집값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혼조세'입니다.
집값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는데요. 정부는 하락을 자신하고 있죠. 현장의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2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중개업자의 63%가 올해 전국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답했다고 합니다.
반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른 목소리를 냈는데요. 조사 대상의 64%가 올해도 전국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중개업자와 전문가는 한 목소리를 냈는데요. 두 집단 모두 응답자의 88%가 집값 상승을 점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은 겁니다.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국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남권 주요 아파트는 신고가 경신이 계속되고 있지만, 비(非)강남권에서는 급매물 위주로만 드물게 거래되고 있다"며 "뚜렷한 부동산 정책 기조가 자리 잡을 때까지는 눈치 보기와 거래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