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법이 시행된지 2년도 되지 않았지만 다시 손질이 예고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전면 재검토'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오는 7월 계약갱신청구권 첫 만료를 앞두고 다시 전셋값이 반등할 우려가 높은 상황인 만큼 조속한 임대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법을 손질하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다 '오락가락' 정책이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큰 폭의 개편은 어려워보인다는 관측도 나온다.
'5년전 집값=오늘의 전셋값' 된 이유
윤석열 당선인의 임대차3법 개정에 대한 임대차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공약으로 '임대차3법 전면 재검토'를 내세우며 지난 2월 첫 TV 토론에서 '대통령이 되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손 볼 부동산 정책'으로 임대차3법을 언급한 바 있다.
새 임대차법 도입 후 나타난 전세난, 전세의 월세화, 전셋값 폭등 등의 부작용을 바로 잡겠다는 취지에서다.
실제로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중위전셋값은 6억1122만원으로 새 임대차법 시행 전인 2020년 6월(4억6129만원)보다 1억4993만원 올랐다. 1년반 만에 32.5%나 뛴 가격이자 2017년 5월 서울 중위매매가격(6억635만원) 수준에 달한다.
임대차3법은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2020년 7월31일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가 먼저 시행됐고 2021년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가 추가 시행됐다.
그러나 법의 취지와는 달리 전셋값 상한에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풍선 효과로 빌라나 오피스텔 전셋값은 물론 월세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인 201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전셋값은 4억807만원이었다. 서울 아파트 중위전셋값은 2014년 9월(3억47만원) 3억원을 돌파한 지 2년1개월만인 2016년10월(4억229만원) 4억원을 넘었다.
이후 5억원대 진입(2020년10월·5억804만원)까지는 3년6개월 걸렸지만, 새 임대차법 시행을 기점으로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6억원대 진입(2021년3월·6억63만원)까지는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거래 시장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 적용 여부에 따라 전세보증금이 이중, 삼중으로 매겨지는 등 혼란이 커졌다.▷관련 기사:[집잇슈]어제의 5억 오늘은 10억되는 '요상한 전세시장'(1월12일)
여기에 오는 7월부터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매물이 가격을 크게 올려 시장에 나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임대차시장 안정을 위해 이들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윤석열의 임대차법, 조정 얼마나?
시장에선 윤 당선인이 법 개정을 추진하되 전면 폐지보다는 '부분 개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8월 부동산 정책 공약 발표 당시 "임대차법을 전면 폐지해서 원상 복구를 시키자는 말씀도 많지만 그 역시도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의 혼란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임대차3법으로 늘어난 임대차 의무 기간 '2+2년'을 이전의 '2년'으로 되돌리거나,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줘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 등이다.
세입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세액공제율 상향 등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공약에서 총 급여액 7000만원 이하 임차인은 세액공제율을 현 10%에서 20%로, 총 급여액 5500만원 이하 임차인은 현 12%에서 24%로 높이겠다고 했다. 전세자금대출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 확대도 약속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 역시 '여소야대' 국회 문턱을 넘어야만 개정이 가능해 난항이 예상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오는 7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이전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대통령 취임이 5월이고 국회 처리 기간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올해 개정되기는 시간이 촉박해보인다"고 내다봤다.
'오락가락 정책'에 시장의 혼란이 커지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그는 "아직 임대차법이 도입된 지 2년이 채 안 된 상태라 통계 자료 등도 부족하다"며 "단기적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해 급하게 조치를 취하다 보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최근엔 전셋값 급등 전망 시나리오도 많이 줄어든 상태라 극단적 변화보다는 일부만 개정하는 등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부동산 공약이 공급 확대에 치우쳐있어 주거복지 기능은 약하기 때문에 주거복지의 질을 저하할 수 있는 2+2년 의무 임대기간을 조정하기보다는, 상생임대인 정책에 준하는 방향으로 임대보증금 상한을 지키면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