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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대출 금리 달라 수백만원 손해"…은행·건설 "네 탓"

  • 2023.02.11(토) 08:40

[중도금 대출금리의 비밀]②입주 예정자 인터뷰
분양 측이 은행 지정…한 회차 이자차 '89만원'
수분양자 "은행·건설사 서로 떠넘겨 무책임"

"친오빠랑 같은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중도금 대출 금리가 서로 다른 거예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분양사무소에 문의했는데, 처음 듣는 얘기라고 그러더라고요."

내년 경기 용인의 '힐스테이트 몬테로이'에 입주 예정인 A씨. 1년 전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마련을 위해 도전한 청약에 당첨됐다. 당첨의 기쁨도 잠시, 입주예정자들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을 통해 다른 입주자보다 중도금 대출 금리가 높게 책정된 걸 알게 됐다.

A씨는 이후 "답답함의 연속"이었다고 토로했다. 분양사무소는 A씨가 문의하기 전까지 동마다 대출 금리가 달라진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이후에는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해당 은행은 금리 산정 방식을 미리 알렸기 때문에 타 은행과 금리를 맞출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동마다 다른 중도금 대출 금리

A씨는 작년 2월 경기 용인시 모현 '힐스테이트 몬테로이' 전용 84㎡에 당첨됐다. 청약 가점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아직 주택 구입 이력이 없어서 '생애 최초' 특별공급을 신청할 수 있었다. 신축 대단지, 그것도 1군 건설사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했다는 뿌듯함이 컸다.

힐스테이트 몬테로이는 지하 4층~지상 최고 29층, 40개 동, 3731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무궁화신탁이 시행하고, 현대건설이 시공한다.

작년 2월 청약 당시 비규제 지역에 들어서는 브랜드 아파트로 관심을 받았다.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1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후 168가구의 미계약 물량이 발생했지만, 5월 무순위 청약에서 평균 7.36대 1의 경쟁률로 '완판'에 성공했다.

A씨는 "단지가 총 3개 블록인데 당첨자 발표일이 달라서 중복 청약이 가능했다"며 "너무 들어가고 싶은 아파트라 3개 다 청약했고, 1·2블록은 떨어졌는데 마지막 3블록에 당첨됐다"고 말했다.

이어 "드디어 힐스테이트에 살아보는구나, 시공사가 현대건설이니 알아서 잘 짓겠지 하는 기대감이 컸다"며 "이제 집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 안심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설렘이 싸늘하게 식은 건 작년 12월이었다. 중도금 2차 상환에 대한 안내문이 왔는데, 금리가 2개월 전에 진행한 1차(5.35%)보다 약 1%포인트 올라 6.29%가 됐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를 계약한 친오빠는 2차에도 금리변동 없이 그대로 5.35%라는 안내를 받았다.

A씨는 "입주예정자들이 모인 단톡방에 중도금 대출 취급 은행별로 금리가 다른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마침 친오빠가 같은 아파트를 계약해서 물어보니, 진짜 저랑 금리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은행·건설사 서로 "네 탓"…피해는 수분양자 몫?

금리 차이가 발생한 건 은행마다 금리변동을 적용하는 시기가 달라서였다. 통상 대규모 아파트의 경우 총대출 규모가 은행 한도를 초과하는 탓에 여러 은행에서 대출을 진행하게 된다. 

힐스테이트 몬테로이의 경우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2곳을 지정했다. 두 은행 모두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에 가산금리 1.95%를 더하는 조건은 같았다. 코픽스는 매월 변경되며 은행연합회가 공시한다.

A씨가 계약한 우리은행은 중도금 대출을 실행하는 차수마다 금리가 변동된다. 작년 10월25일 1차 납부 때는 신규취급액기준 코픽스(2.96%)에 가산금리(1.95%)를 더한 5.35%로 금리가 책정됐다. 12월26일 2차 납부 때는 코픽스가 4.34%로 오르면서 최종 금리는 6.29%가 됐다.

국민은행은 대출 계약일을 기준으로 6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된다. 2차 중도금 대출 실행일인 12월26일은 1차 실행일(10월25일)로부터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이전 코픽스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다.

전용 84㎡ 기준, 우리은행 계약자들은 2회차에만 약 89만원을 더 납부하게 된다. 이후에도 금리차가 지속되면 손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분양 측에서 대출 은행을 동별로 임의 배정했다는 점이다. A씨는 계약 당시 두 은행의 변동금리 책정 방식이 다른 것을 알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뒤늦게 억울함을 호소하자 건설사는 "서비스 차원에서 대출을 알선했고, 금리를 책임질 의무는 없다", 은행은 "계약대로 이행할 뿐"이라는 대답을 내놨다.

A씨는 "은행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금리가 더 자주 변동되는 우리은행을 선택했을 것 같지 않다"며 "금리가 떨어지면 더 유리한 방식이라고만 달래는데 금리가 언제 떨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A씨는 하루빨리 중도금을 상환하기로 했다. 금리가 더 인상되기 전에 이자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중도금 대출 금리 차이 문제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용인시 등에 계속해서 건의할 예정이다.

A씨는 "중도금 대출이 아무리 서비스라고 해도 가구당 수백만원의 손해가 발생하게 생겼는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며 "괜히 이 아파트를 계약했나 후회되고, 같이 금융 부담을 지는 남편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중도금을 최대한 자납해 이자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며 "저같은 피해자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업계와 정부에 끊임없이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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