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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같은 아파트, 옆 동 중도금대출은 더 싸다고?

  • 2023.02.10(금) 17:51

[중도금 대출금리의 비밀]①
집단대출 '금리차' 민원, 1년 만에 1건→28건
집단대출인데 금리 달라, 수분양자 선택권 없어
은행별 금리적용방식 차이…건설사, 동별 임의배정

최근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을 둘러싸고 '동별로 다른 금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건설사가 복수의 은행을 선정, 같은 아파트에서 다른 금리를 적용받으면서 수분양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높아지면서 관련 민원도 속출하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4편에 걸쳐 문제점을 집중분석하고, 대안 마련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같은 아파트인데 중도금 대출 금리가 다른 게 말이 되나요. 은행을 선택할 기회도 없이 건설사가 동별로 은행에 할당했는데 여기서 발생한 이자 차액은 누가 책임지나요.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과 관련해 '동마다 다른 대출금리' 민원이 전국서 크게 늘어 논란이 일고 있다. 개별심사 없이 건설사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일괄승인되는 중도금 집단대출 특성상 같은 아파트 내에서 대출금리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대개 건설사가 경쟁입찰을 통해 2~3개의 은행을 선정, 이후 중도금 대출이 이뤄진다. 은행마다 금리적용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건설사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전체 세대를 몇 개의 동별로 묶어 은행을 '임의 배정'한다. 이 과정에서 수분양자들은 각 은행에 대한 비교·선택을 할 수 없다. 

금리인상시기에 수분양자들 입장에선 더욱 민감한 사안이기에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단대출'이라는 개념에 맞는 금리산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전국 곳곳서 불만…최대 1.5%p 금리차

10일 비즈니스워치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용인·수원·양평, 전남 무안 등 전국 각지 아파트에서 '동마다 다른 중도금 대출금리'로 건설사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조사된 아파트 총 세대수는 7000여 세대에 이른다. 해당 문제가 과거부터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사한 사례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지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차 발생 관련 민원은 28건에 달했다. △2020년 1건 △2021년 1건 대비 크게 늘었다. 최근 고금리 및 금리인상기가 이어지면서 은행별 금리차가 큰 폭으로 발생해 민원도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용인 힐스테이트 몬테로이가 대표적 사례다. 3700세대가 넘는 대단지로 중도금 대출에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참여했다. 최근 은행별 금리적용방식이 달랐다는 점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수분양자들과 시공사인 현대건설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 2022년 10월 25일 1차 대출 당시 두 은행의 금리는 5.35%로 동일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26일 2차 대출 시 우리은행 대출금리만 6.29%로 0.94%포인트 상승하며 국민은행 금리와 차이가 벌어졌다. 2차 대출 당시 국민은행의 금리는 1차 때와 동일한 5.35%였다. 

앞으로 4차례의 중도금 대출이 더 남아있어 우리은행에 배정된 2100여 세대의 수분양자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 차액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수원 영통 푸르지오 트레센츠·파인베르에서도 같은 논란이 불거졌다. 해당 아파트 집단 중도금 대출에 우리·국민·대구은행 등 3개 은행이 참여했는데, 이번에도 우리은행의 대출조건만 다르게 적용됐다. 

대우건설이 중도금 대출 은행을 우리은행으로 임의 지정한 세대는 총 1560여 세대 중 1008세대로, 2차 중도금 대출 실행 시 우리은행 차주들은 다른 2개 은행의 차주들보다 1.09%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를 적용받게 됐다. 1차 중도금 대출시 금리는 3개 은행이 4.89%로 동일했으나 2차 중도금 대출에서 우리은행만 5.97%의 금리가 적용됐다. 

2차 대출 당시 발생한 금리 차이가 이후 대출에 적용될 경우를 가정했을 때, 세대별 이자차액은 최대 137만원에 달한다는 게 해당 아파트 수분양자들의 주장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전남 무안 오룡 푸르지오 파르세나도 마찬가지다. 오룡 푸르지오 중도금 대출에는 국민·신한·하나은행이 참여했는데 이 중 하나은행에서만 2차 대출 시 1.42%포인트가 뛰었다. 1차 대출 당시 모든 은행의 금리는 4.48%로 동일했으나 2차 대출과정에선 하나은행만 5.9%로 뛰었다. 하나은행에 배정된 세대는 240여 세대다.

은행마다 다른 변동금리 적용방식

이와 같은 금리차가 발생한 원인은 은행마다 변동금리 적용방식이 달랐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통상적으로 중도금 대출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산금리'로 산정한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연합회가 매월 15일 발표한다.

우리·하나은행은 각 회차별 실행일을 최초 대출로 보고 변동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코픽스 변동에 따라 매 회차별 금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반면 국민·신한·대구은행은 최초 대출 실행일을 기준으로 회차와 관계없이 ‘6개월마다’ 구간에 따라 금리가 변동된다. 가령 중도금 1차 대출금리가 3%였고, 그로부터 3개월 이후에 2차 대출이 실행됐다면 국민·신한·대구은행 차주들은 1차 때와 동일한 3% 금리가 적용된다. 회차별 실행 구간이 6개월 이내여서 금리가 변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차마다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우리·하나은행과 금리차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금리차가 일회성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6차 대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수분양자들의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리차가 적용되는 기간을 계산해봤을 때 용인 몬테로이는 14개월, 영통 푸르지오는 17개월로 추정된다. 

금리인하기에는 우리·하나은행의 금리적용 방식이 유리할 수 있으나 반대로 다른 은행에 배정된 수분양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결국 '집단대출'이라는 개념과 달리 금리를 다르게 적용받는데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양평 다문지구 반도유보라의 경우엔 다소 특이한 상황이다. 해당 아파트는 애초부터 금리산정방식이 다른 두 은행을 선정했다. 2020년 말 당시 반도건설은 국민은행(신규 코픽스+가산금리 1.7%)과 우리은행(신잔액 코픽스+가산금리 1.59%)을 선정해 중도금 대출을 진행했다. 

기준금리와 가산금리가 모두 다른 은행이 선정된 것으로 현재 기준 '신규 코픽스'는 4.29%, '신잔액 코픽스'는 2.92%로 금리차가 크다. 여기에 가산금리 차까지 더하면 1.48%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다만 이 단지는 중도금 무이자로 현재는 사업주체인 반도건설에서 이자를 납부하고 있다. 이후 입주개시일부터는 수분양자가 이자를 납부한다. 입주 후엔 개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는데 그 전까진 정해진 집단대출의 이자를 적용받는다. 올해 7월 9일이 입주개시일이고 입주지정기간이 약 60일임을 감안했을 때, 국민은행에 배정된 340여 세대의 경우 입주시기에 따라선 최대 60일간 이자 차이가 나게 된다.

"집단대출 개념에 맞는 대안 마련해야”

이같은 사례는 건설사가 은행을 복수 선택하고 세대를 임의로 배정하면서 발단이 됐다. 은행 역시 집단대출의 개념과 달리 제각각의 산정방식을 적용했다. 다른 은행의 금리조건은 살피지 못한 채 지정된 은행에서 계약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수분양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특히 최근 1년새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금리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이런 민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건설사들은 은행별 금리적용방식에 따라 이후 중도금 대출 금리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란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단지의 경우 경쟁입찰을 통해 복수의 은행을 선정하고 세대를 임의로 배정하는 것은 예전부터 이어진 방식이자 관행"이라며 "다만 입찰 평가 과정에서 은행별 금리적용 방식을 살피지 못한 것은 입찰제안서 내에 그러한 항목이 없었기 때문이고 이에 따라 중도금 대출 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행의 허술함은 중도금 집단대출 표준약관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당 금융상품이 중도금 집단대출이라는 점에서 금리차가 발생하게 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수 있다"며 "경제상황에 따라 금리는 언제든 다시 치솟을 수 있기에 지금이라도 정부·건설사·은행이 함께 제도적 개선을 통해 집단대출의 금리 편차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수분양자들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사전에 수분양자들에게 각 은행의 조건을 제시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며 "일부 은행에 몰릴 수 있기에 '선착순 마감' 등 몇 가지 장치를 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정치권도 대안 마련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의 대안뿐만 아니라 이미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조율할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아파트 중도금 대출 금리 기준이 은행마다 제각각 운영되면 청약을 받은 입주자들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국토위 의원으로서 관련 부처, 기관들과 방안을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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