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
가장 최근(2021년 기준) 집계한 전국 주택보급률입니다. 이 수치가 100%를 넘었다는 건 가구보다 주택이 더 많다는 뜻인데요. 2008년(100.7%)부터 벌써 15년째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집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계속해서 나오거든요. 가장 큰 이유는 '집=아파트' 인식이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시장에서 원하는 아파트만 따로 떼서 보면 한참 부족하거든요.
결국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공급 부족 심각성이 더 커지는듯 한데요. 소비자들은 왜 아파트에 열광하고, 그토록 원하는 아파트는 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는 걸까요?
여기가 어디? 아파트 공화국!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6일 공급 활성화 대책을 내놨는데요. 단기 공급할 수 있는 비아파트 공급을 지원하고, 신규 택지 조성 등을 통해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이를 통해 연내 12만 가구의 공급을 추진, 윤석열 정부의 목표인 5년간 270만 가구 공급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는데요.
수치만 들어보면 상당한 물량이지만 어쩐지 시장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시장이 원하는 '아파트'를 조속히 공급할만한 대책이 부족했다는 점에서죠.
주택 유형은 크게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 다세대주택 등으로 나뉘고요. 비주택으로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있는데요.
단연 아파트 선호가 높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에서 전국 주택유형 가운데 아파트 비중은 2006년 41.7%에서 2021년 51.5%로 10%포인트가량 늘었습니다.
집 두 채 중 한 채는 아파트인 셈이죠. 통계 시점이 2021년인 만큼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그 비율이 더욱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아파트 수요가 높은 대표적 이유는 주거의 질 때문입니다.
아파트는 빌라 등에 비해 가구수가 많고 단지 규모가 큰데요. 인구 밀도가 높다 보니 학교, 교통망, 인프라,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져 있고요.
관리실이나 경비시설이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성·편의성은 높은데 유비지는 적습니다. 주차 공간이 확보되고 지하주차장이 있는 단지는 안전과 차량 유지 등에 긍정적이고요.
거주자가 많다 보니 입주자협의회 등 단체를 만들어 이익을 대변할 수도 있고 단지 내 놀이터를 비롯해 도서관, 헬스시설 등 커뮤니티 시설도 조성할 수 있습니다.
'환금성'도 아파트를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비아파트는 금방 구축으로 분류되는 반면 아파트는 신축으로 보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노후돼도 재건축으로 이익을 볼 수 있거든요.
또 가구수가 많다 보니 시세 파악이 가능해 비교적 가치 판단이 쉽고요. 그만큼 담보 대출 등도 수월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대출을 '영끌'해서 집을 산다고 해도 향후 시세차익이 커지면 평생 일해서 모아야 할 돈을 만져볼 수도 있으니 '아파트 불패'가 지속하는 이유죠.
지금도 부족한데 앞으로도?
이처럼 아파트는 너도나도 원하는 상품인 만큼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하지 않으면 가격이 쉽게 과열되는데요. 최근 공급에 '비상'이 걸린 이유입니다.
자재난,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으로 올해 인허가, 착공, 분양 등 모든 공급 지표가 급감하고 있거든요.
윤 정부는 5년간 270만 가구(인허가 기준)를 공급한다고 했는데요. 그럼 1년엔 54만 가구씩 공급해야 하는데 올해 1~8월 인허가 된 주택 수는 21만3000가구에 그쳤습니다.
통상 인허가 이후 3~4년 뒤 공급이 이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추후 심각한 공급난이 나타날 수 있을 거란 우려가 나오는데요. 특히 땅도 부족하고 몸값도 비싼 서울에서 그 공포가 더 심합니다.
최근 서울 및 서울과 인접한 경기권에서 분양한 아파트들이 고분양가 논란에도 최고 세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배경이기도 하고요.
9·26 공급대책이 이런 불안감을 다독여주면 좋았을텐데요. '공급 없는 공급대책'으로 오히려 수요자들의 조급함을 자극한듯 합니다.
비아파트는 관심 밖이고 아파트 추가 공급 대책으로 제시한 1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신규 택지 조성 등은 갈 길이 멀거든요. 손에 잡히는 게 없다보니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모습인데요.
시장에선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거 유형과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최소한의 정책적 개입으로 장기적인 안정감을 줄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2030들도 더이상 오피스텔이나 빌라가 아닌 아파트를 원하고, 1~2인 가구 역시 소형 아파트가 아닌 고급·대형 아파트를 원한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과거에 비해 국민 소득과 수준이 많이 높아지고 미디어에 고급 주택들이 노출되면서 점차 눈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시장의 수요와 트렌드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불안감이 클수록 시장이 널뛰기 때문에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게 정책의 올바른 방향"이라며 "그동안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면서 공급이 끊기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바 있으니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