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특별기획 좋은기업

③"정책 리스크 없는 게 좋다"

  • 2015.05.29(금) 09:19

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기업하기 좋은 곳을 찾아서] 싱가포르 편
발주처-시공사 손발 척척

[싱가포르=노명현 기자] ‘작지만 큰 나라’. 싱가포르를 두고 하는 얘기다. 국토 면적은 서울의 1.18배에 불과하지만 1인당 GDP는 5만4776달러(2013년 기준)에 달할 만큼 경제 규모가 크다.

 

이런 싱가포르가 최근 바다를 메워 땅을 넓혀가고 있다. 현대건설의 싱가포르 파시르 판장 항만터미널 공사가 대표적이다. 파시르 판장 터미널 공사는 현대건설이 독자 개발한 케이슨 공법으로 바다를 매립하고, 매립한 땅을 대지로 만들고 터미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케이슨 공법은 육상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해 블록 형태의 대형 케이슨을 만들고, 바다로 옮겨 조립하는 방식이다. 케이슨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흙을 채우면 새로운 땅이 만들어진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을 2007년 수주해 지난해 5월 공사를 마쳤다.

 

공사 총괄자인 이필영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공사발주처인 싱가포르항만청의 합리적인 관리·감독시스템이 공사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공사 진행 과정에선 노동 및 환경 규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기술적 부분은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 준공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 싱가포르 파시르 판장 항만 터미널에서 바라본 유류저장단지 모습

 

초기 공사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싱가포르 국토면적을 넓히는 공사인 탓에 주변국들의 견제가 심했다. 인접국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모래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결국 현대건설은 싱가포르 내 도로공사와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나온 토사를 재사용하기로 했다. 이 토사는 모래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 물이 들어가면 진흙이 돼  빈 공간이 생기고, 지반이 약해 무거운 것을 올리면 가라 앉는다. 현대건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약지반 개량공법을 사용했다. 바다 깊은 곳의 단단한 바닥까지 쇠기둥을 박고 고정시켜 하중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현대건설이 광양제철소와 인천국제공항 공사에서 사용한 적이 있어 발주처인 싱가포르항만청도 기술에 대한 믿음을 보였고, 사업은 무리 없이 진행됐다.

 

현대건설은 최종적으로 공시기간을 4개월이나 앞당겼다. 이필영 소장은 “새로운 공법은 숫자 하나까지 완벽하게 맞춰 발주처에 설명했고, 이를 통해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공사 진행 중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발주처는 해결 방안에 대해 최대한 협력함으로써 공사를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조기에 마무리됨에 따라 발주처는 4개월 먼저 항만 운영을 시작, 예상치 못한 추가 수익을 거두게 됐고, 현대건설 역시 현장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현대건설이 건설한 파시르 판장 터미널

 

싱가포르에서는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근 국가의 저임금 노동자를 사용하려면 반드시 일정 비율(7대 1)의 싱가포르 국민을 고용해야 한다. 환경 규제도 강하다. 공사현장 주변 소음점검 및 수질오염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한다.

 

이필영 소장은 “현장 주변 곳곳에 소음기를 설치하고, 기준치 이상이면 공사를 중단해야 했다”며 “소음이 기준치를 넘어 실제로 1주일 동안 공사를 멈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는 건설사들이 사업 전략을 세우는데 유리한 나라다. 정부가 연초에 발표한 사업계획이 오차 없이 그대로 진행돼 정책 리스크가 없다. 또 발주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는 것도 장점이다. 

 

이필영 소장은 “싱가포르에서는 사업이 중간에 좌초되거나 지연되지 않고, 정부가 발표한 계획대로 진행된다”며 “건설사 입장에선 수주 목표를 세우고 사업에 뛰어들기 편해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