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특별기획 좋은기업

②中 샤오미의 이유있는 1억 팬클럽

  • 2015.05.26(화) 09:23

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기업하기 좋은 곳을 찾아서] 중국 ICT 편
‘뻥 뚫린’ 샤오미 본사 가보니…소통문화 '물씬'
고객=자원봉사자…제2의 샤오미 육성 계획도

[베이징=임일곤 기자] 중국 베이징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30분 정도 가다보면 알파벳 'MI'가 새겨진 빨간 간판의 건물이 나타난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본사다.

 

지난달 29일 방문한 샤오미 본사는 유명세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았다. 이 곳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400미터(m) 떨어진 지점에 구사옥이 있지만, 그곳 역시 마찬가지다. 화려하고 웅장한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 특유의 기질상 건물이 으리으리할 것으로 짐작했지만 오산이었다. 주변 건물들에 비해 튀지 않고, 의외로 평범했다. 좁쌀(小米)이란 의미의 사명처럼 소박하고 담담해 보일 정도다.

 

첨단 하이테크 기업 이미지와 달리 오히려 인간미가 묻어나기도 했다. 로비에는 놀이터에서나 볼 수 있는 미끄럼틀이 놓여있다. 2층에서부터 연결돼 계단 대신 타고 내려올 수 있다. 안내 데스크를 비롯해 휴게실을 오두막으로 꾸며놨다. 한쪽에선 애완견을 키우고 있다. 직원들이 유기견을 가져다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이 개가 방문객을 맞이하기도 하고 가끔씩 울기도 해 더욱 친근감을 준다.

 

▲ 중국 베이징 중관춘에 자리잡은 샤오미 본사. 빨간색 간판이 한눈에도 샤오미임을 알 수 있다.
▲ 샤오미 본사에서 대각선으로 400m 떨어진 지점에 구사옥이 있다. 

 

◇사무실 내부도 훤히 보여

 

눈에 띄는 것은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무실. 안내 데스크 뒤편, 투명 유리창 너머로 수십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콜센터라고 한다. 출입이 제한되긴 하나 마음만 먹으면 유리창을 통해 안에 놓인 모니터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아무리 콜센터라해도 보안에 민감한 IT 기업이 내부를 활짝 열어 보이는 것은 낯선 광경이다.

 

속을 감추기보다 드러내고, 남을 압도하기 보다 낮은 자세로 자연스럽게 다가서려는 모습. 유독 소통과 개방을 강조하는 샤오미의 기업 문화와 맞닿아 있다. 실제로 샤오미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인맥구축서비스(SNS)나 인터넷을 통해 회사의 크고 작은 소식을 자주 퍼나른다. 신제품 기획에서부터 판매와 홍보 모든 과정도 인터넷을 통해 알린다. 창업주인 레이쥔 최고경영자(CEO)부터 소통을 잘한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100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 샤오미 본사 1층 로비에는 알록달록한 미끄럼틀이 놓여 있다.

 

▲샤오미 본사 1층 로비에선 투명 유리창 너머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객과 소통하며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샤오미의 핵심 경쟁력이다. 샤오미 대외마케팅 담당자인 리레이(李磊)는 "샤오미는 '미펀(Mi Fen, 米粉)'이라 불리는 팬클럽이 있는데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바일 플랫폼(MIUI)의 업데이트 버전을 개발해 준다"라며 "최근 글로벌 미펀수는 1억명을 돌파했다"고 소개했다. 고객이 회사를 위한 자원봉사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는 "현재 나와있는 23개 언어 버전의 MIUI 가운데 샤오미가 직접 개발한 것은 3개뿐"이라며 "샤오미가 스마트폰이란 하드웨어를 만들면 미펀은 그 기계 안에서 필요한 시스템을 스스로 개발하면서 회사와 함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와 손잡고 가전제품 만들어

 

샤오미의 독특한 기업 문화는 제품 생산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샤오미는 입소문과 온라인을 통한 판매를 통해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간 유통 과정을 최소화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리레이는 "샤오미는 제품 자체에 최대한 비용을 많이 투입해 품질을 끌어올리지만 유통이나 마케팅 거품이 없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싸면서도 좋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례 하나. 샤오미는 지난달 8일 회사 창립 5주년을 맞아 'Mi 팬 페스티벌'이라는 온라인 판매 행사를 열었는데, 12시간 동안 무려 211만대 스마트폰을 팔아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샤오미 본사 바로 옆에는 주요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장이 있다. 스마트폰 '미 (Mi)' 시리즈부터 태블릿PC, 휴대용 배터리, TV, 공기청정기, 스피커 등이 진열돼 있다. 제품 종류가 이렇게 많나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 최근엔 현지 가전업체와 손잡고 에어컨을 만들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샤오미 본사 바로 옆에는 샤오미 제품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전시장이 있다.
▲ 샤오미가 최근 창립 5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선보인 멀티탭.


샤오미는 휴대폰과 태블릿PC, TV, 와이파이 장비 정도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외부 제조사와 협력해 만들고 있다. 샤오미만의 제조 생태계를 통해 제 2의 샤오미를 육성한다는 원대한 계획도 세워놨다. 이미 25개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제품 가운데 내세우는 것이 최근 중국 시장에서 출시한 멀티탭이다. 3개의 플러그와 3개의 USB 충전 단자로 구성된 제품이다. 일명 '돼지코'라 불리는 110볼트 콘센트부터 220볼트까지 꽂아 쓸 수 있다. 가격은 49위안(약 8600원).

 

원래 한 조그만 제조사가 샤오미에 들고 찾아온 컨셉 제품이었다. 다른 회사들은 무시하고 안받아줬으나 샤오미가 손을 내밀었다. 샤오미가 5000만 위안(약 88억원)을 투자해 공동으로 만들었는데 온라인 첫 판매 당시 3분만에 24만개가 팔렸다. 리레이는 "외형뿐 아니라 내부도 하나의 예술품과 같다"라며 "판매가 본격화되면 시장이 뒤집어질 것"이라고 자찬하기도 했다.

 

◇"한국 폰시장 진출 계획 없다"

 

샤오미는 중국 대륙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로 공을 들이는 곳이 거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 시장이다. 반면 한국에는 아직 진출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 시장에 진출 계획이 있느냐"란 질문에 리레이는 "현재 없다"고 답했다. "샤오미가 해외에 진출할 때 중요시 여기는 조건 가운데 하나가 온라인 유통망이 잘 갖춰졌느냐 여부다. 한국의 휴대폰 유통은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진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휴대폰 소비 습관이 샤오미 시스템과 아직 잘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다만 "한국엔 의외로 많은 미펀이 있고 이들이 제품 개발을 위해 많이 활동하고 있다"라며 "한국엔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지도 않은데 미펀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샤오미가 한국을 비롯해 주요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특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리레이는 "샤오미는 작년 한해동안 2000개 특허를 신청했다. 이제 설립된지 5년된 회사치곤 다른 곳보다 엄청나게 노력한 것이다. 기술 혁신을 위해 모방하는 것을 억지로 막아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