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특별기획 좋은기업

②하나금융 인니법인, 해외수익 40% 첨병

  • 2015.05.28(목) 14:08

비즈니스워치 창간 2주년 특별기획
<좋은 기업>[기업 하기 좋은 곳을 찾아서]②
스마트뱅킹으로 똑똑한 현지화·속도는 덤~

 

# 방 짜뻬 안드레(Bank Capai Antre). 인도네시아 말로, '줄 서서 피곤한 은행'이라는 뜻이다. 놀랍게도 이 별명의 주인공은 인도네시아 3위 은행인 뱅크센트럴아시아(Bank Central Asia·BCA)다. 현지인들이 그 약자 BCA를 따서 그렇게 부른단다.

 

# 인도네시아 하나외환은행 영업점 창구는 국내 영업점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빠른창구와 상담창구로 나뉘어 있는 것도 비슷하다. 빠른 창구 위에 놓인 모래시계가 눈에 들어온다. 뭐 하는 물건인고? …….


다시 BCA 얘기로 돌아가 보자. 현지은행에서 계좌개설을 하려면 사전에 필요한 서류를 보내놓고도 영업점을 방문해서 50분이나 걸린다고 한다. 이재학 인도네시아 하나외환은행장의 경험담이다. 현지인들이 느린 속도에 대한 불만이 크지 않고, 자연스럽게 혹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란 생각은 BCA라는 별칭을 듣는 순간 날아갔다.


◇ 똑똑한 현지화, 속도는 덤

 

▲ 왼쪽 표지판엔 '5 Minutes Transaction Guaranteed!'라고 적혀 있다. 출금, 입금, 송금, 대체, 타행이체 5가지 업무에 적용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1만 루피아(우리나라 돈 약 1000원)를 보상한다.


이 행장이 스피드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지은행과 경쟁하기 위한 차별화 포인트이자 무기인 셈이다. 이 행장은 똑같은 업무를 하나외환은행이 하면 20분이면 끝난다고 자신했다. 지금 인도네시아 하나외환은행이 벌이고 있는 이 캠페인은 입·출금 등의 업무를 5분 안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제야 영업점 창구에 놓인 모래시계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시뮬레이션 결과로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나외환은행 법인은 지난해 3월 하나은행 법인과 외환은행 법인이 합쳐져 탄생했다. 해외 점포 첫 통합 사례이기도 하다. 스피드는 올해 이 은행의 세 가지 미션 스피드, 스마트, 컨비니언스 중 하나지만, 이건 덤에 불과했다. 

이 행장은 "우리 점포가 45개인데 이것으로는 100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진 현지 대형은행과 승부를 낼 수 없다"며 "결국 모바일 등의 이채널(e-채널)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빠르게 이동하진 않지만 조금 먼저 해본 경험과 상품을 토대로 현지은행보다 먼저 갖춰놓으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나외환은행은 지난해 IT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앞으로 5년간 예상되는 거래량 증가를 소화할 수 있도록 IT 투자를 조기에 한 것이다. 데이터센터도 자카르타 본점 근처로 이전해 IT 관련 이슈 발생 때 신속히 복구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대응력을 높였다.

이곳은 지난 2013년 7월 하나은행 해외점포 가운데 처음으로 모바일뱅킹을 도입했다. 올해 5월엔 낮은 사양의 핸드폰 사용자를 위한 SMS뱅킹도 선보였다. 여전히 많은 고객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지 않고, 또 일부 지역에선 스마트폰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이때 미리 등록한 핸드폰 번호로 SMS를 이용해 이체나 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e-채널을 통한 공과금 납부가 가능한 빌 페이먼트(Bill payment)서비스 개발도 완료했고, 하반기 중엔 국세 납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 e뱅킹 고객 증가

◇ "올해는 리테일 원년"

하나외환은행은 올해를 리테일 비즈니스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석 달간 지점당 1000 고객 증대 캠페인을 시작했다는 얘기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행장은 "여기 현지 직원은 아무도 나가서 영업하려고 하지 않는다"며 "손님이 오면 처리해주면 되고, 또 왜 빨리해줘야 하는지도 몰라서 이런 마인드를 전환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캠페인 동안 실적 증대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한 마인드 전환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적어도 몇 개 점포는 달성할 것으로 본다"며 "최소 5개 점포라도 성공하면 그곳에 상을 주고, 이것이 마인드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전 외환은행법인은 대기업금융을 주로 했고 하나은행법인은 현지 중소기업(SME)을 주로 거래했다. 기업금융 중심이었지만, 통합을 계기로 리테일 뱅킹 확대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이 행장은 말했다. "결국, 우리가 여기서 할 것은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활용한 리테일 비즈니스에요. 여기서 매년 50%씩 성장해야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고요. 현지 당국도 우리가 50%씩 성장한다면 그게 가능하냐며 반문을 하는데 기존 비즈니스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안 되죠. 우리는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상품, 결국 리테일을 통해서 한다는 겁니다."

 

▲ 올해 선보일 신상품과 서비스



◇ 통합 시너지 이어가자

인도네시아 법인은 하나금융뿐 아니라 은행권을 통틀어서도 가장 현지화가 잘된 곳으로 꼽힌다. 게다가 통합 첫해인 지난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아래 그래프 참조)

이렇게 된 데는 양 법인의 비즈니스가 겹치지 않았던 게 한몫을 했다. 가령 하나 법인은 현지 리테일 고객을 기반으로 영업해 현지통화(IDR)가 부족하지만, 외환 법인은 한국계 기업고객 기반으로 해 달러(USD)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통합 후 자금의 균형이 자연스럽게 맞았다. 현지통화를 대출재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현지 기업에 대한 현지화 대출 등 고금리 운용처 발굴로 연간 10억~20억 원 상당의 이익 기여 효과를 예상한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부러움을 나타낸 것도, 다른 은행들이 모두 인도네시아를 주목하는 것 역시 먼저 시작한 하나외환은행에서 성과가 나고 있는 덕분이다.

이재학 행장은 "적어도 매년 30~40% 이상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며 "조금 더 욕심을 내면 50%씩 올려서 하나금융의 글로벌 비전인 2025년까지 해외수익 비중 40% 달성의 첨병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의 해외 수익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8%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순이자마진(NIM)이 4%대로 과거보다 수익성은 다소 떨어졌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수익은 계속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