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특별기획 좋은기업

③中 텐센트의 야심…3년내 100개 대박 기업 키운다

  • 2015.05.26(화) 11:19

비즈니스워치 창간2주년 특별기획 <좋은기업>
[기업하기 좋은 곳을 찾아서] 중국 ICT 편
상하이 텐센트 창업센터, 스타트업 요람으로
국적 차별없고 사업성 평가, 기준 미달시 퇴소

[상하이=임일곤 기자] 지난달 27일 중국 상하이 쉬후이구에 있는 '텐센트 창업센터'에서 만난 박재희 씨(27). 그는 미국 UC버클리를 졸업하고 중국으로 넘어와 상하이 복단대 대학원 재학 중이던 작년 12월 '펀인(纷印)'이란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 회사는 중국 대학교의 열악한 복사기 시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클라우드 문서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초 1차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평가된 이 회사 가치는 2500만위안(한화 44억원). 박 씨는 "올 여름 2차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지금보다 5배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전역에 불어 닥친 창업 열풍은 상하이도 예외가 아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경제혁신의 방안으로 중국판 '창조경제' 정책을 제시하면서 사상 최대 창업 붐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가 들썩이고 있다. 알리바바 신화를 쓴 마윈이나 레이쥔(샤오미), 마화텅(텐센트) 같은 성공한 벤처 기업인을 꿈꾸는 젊은이가 넘쳐나고 있다.

 

◇올해초 개설...20개 스타트업 입주 

 

중국 대표 기업들도 창업 열기에 불을 붙이고 있다. 펀인이 들어선 창업센터는 주요 인터넷 기업 텐센트가 주도해 쉬후이구와 공동으로 만든 인큐베이터 시설이다. 지난 1월 문을 연 창업센터는 약 2360제곱미터(약 720평) 면적에 스타트업을 위한 입주 공간부터 네트워킹, 교육 공간 등이 있다.

 

현재 20여개 스타트업이 입주했다. 주차장 검색을 비롯해 애완동물 미용 관리, 인터넷 상에서 인물 사진을 캐리커쳐로 만들어 주는 서비스, 해외 직접구매 대행 등 종류가 다양하다. 센터 관리자인 우페이(吴鹏) 운영총감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배달 서비스를 하는 '0호선'이란 기업은 올해초 입주한 이후 거액의 투자를 받아 얼마전 이 곳을 졸업했다"고 소개했다. 창업센터가 문을 연지 넉달만에 성공 사례가 하나씩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중국 상하이 쉬후이구의 들어선 텐센트 창업센터의 건물 외부 모습. 건물 주위에는 극장과 카페 등이 들어서 있어 젊은이들의 왕래가 많다.

 

▲ 중국 텐센트 창업센터 중앙부에는 이제 막 스타트업을 꾸린 소규모 기업들이 개방된 공간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이 곳에 입주하면 여러가지 혜택을 받는다. 일단 이용료가 저렴하다. 전기세, 수도세 등으로 한명당 월 300위안(약 5만원)을 내면 된다. 텐센트가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운영비를 아낄 수 있다.

 

무엇보다 엔젤 투자자를 쉽게 만날 수 있어 창업자들이 선호한다고 한다. 박 씨는 "엔젤 투자자들이 거의 매일 찾아올 정도"라며 "센터 내에 벤처캐피털 업계를 전문으로 취재하는 온라인 매체도 입주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 입주하기 위해선 텐센트로부터 사업성을 인정 받아야 한다. 이를 통과하면 텐센트로부터 성장성을 보증받은 것이나 다름없어 다른 투자 유치가 수월하다. 다만 입주한 스타트업은 석달마다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짐을 싸서 나가야 한다.

 

대부분 짧게는 6~9개월, 길면 1년 정도 머무르다 나간다고 한다. 입주 기간을 제한하는 이유는 빨리 자립하라는 의도가 있다. 1년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하면 스타트업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텐센트, 중국내 20개 창업센터 세운다

 

텐센트는 작년부터 상하이를 비롯해 중국 전역에 총 20개의 창업 시설을 세우고 있다.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 등 7개 지역에 창업센터를 지었다. 각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항저우는 전자상거래, 칭다오는 스마트폰 게임을 주력으로 한다. 상하이와 베이징은 업종을 크게 가리지 않으나 상하이의 경우 '카카오택시' 같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입주해 있다.

 

텐센트가 스타트업 육성에 팔을 걷어 부치게 된 계기는 지난 2010년 중국에서 발발한 이른바 '3Q전쟁'에서 비롯된다. '3'은 중국 최대 백신업체 '치후360'을, 'Q'는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PC 인스턴트 메신저 'QQ'를 가리킨다. 당시 치후360이 텐센트의 QQ가 사용자의 컴퓨터를 무단으로 탐색하고 있다고 발표, 이에 텐센트가 반발하며 360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고소하면서 자존심을 건 싸움이 벌어진다.

 

▲ 텐센트 창업센터에 입주한 한 스타트업의 모습. 한쪽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직원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후 텐센트는 다른 인터넷 기업들과 연합 전선을 펼치는 와중에 외부 개발자들과 기술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 때부터 자사 온라인 플랫폼을 외부 업체에 개방해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시도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육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텐센트는 지난 2011년부터 온라인을 통해 외부 개발자를 집중 육성키로 했다. 당시 텐센트 온라인 플랫폼에 등록된 외부 개발자수는 30만명, 이들이 벌어들인 매출은 6억위안에 달했고 현재까지 증가하고 있다. 텐센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2014년부터 오프라인에서도 스타트업을 육성키로 했다.

 

그렇게 결실을 맺은 것이 상하이 창업센터 같은 인큐베이터 시설이다. 텐센트는 중국 전역에 창업센터를 짓고 향후 1억위안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는 기업 100개를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상하이 창업센터서 만난 한국 벤처기업인

 

펀인 창업자 박재희 씨는 중국 상하이 텐센트 창업센터에 입주한 스타트업 벤처인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이다. 중국 내에서 운영되는 창업센터 가운데 정부 당국이나 대학 등이 운영하는 곳은 외국인 입주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텐센트가 운영하는 곳은 그러한 차별이 없다. 국적보다 사업성을 먼저 따지기 때문이다. 

 

▲박재희 펀인(纷印) 창업자.

박 씨가 세운 펀인은 중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 문서관리 플랫폼이다. 중국 대학교의 열악한 인쇄 시설을 스마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신종 서비스다. 

 

박 씨에 따르면 중국 대학생들은 교수가 과제로 올린 문서를 이메일로 내려받아 출력하기까지가 어렵다고 한다. 학교 내에 출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대부분 구형 복사기가 많아 온라인 작업을 오프라인으로 옮기기가 어려워서다.

 

펀인은 상하이 주요 대학 내의 복사실들과 연계해 QR코드를 읽는 것만으로 문서 출력을 쉽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위챗의 플랫폼인 '샤오판쭈어(小饭桌)'가 선정한 '2015년 상반기 과학기술계에 가장 기대되는 톱(Top) 100 스타트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년 12월 설립된 펀인은 현재 30여명의 직원들로 구성된, 규모가 꽤 큰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박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중국이란 나라를 잘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유학 온 중국 학생들과 얘기하고 나서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중국행을 결심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중국인 유학생들과 얘기하다 보면 대부분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 창업을 하려한다"라며 "과거 세대에는 애국심이 중요했지만 지금 젊은 중국인들은 자국의 큰 시장 규모를 상당히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