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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修球初心)]⑧골프 잘 치려면 겸손해야

  • 2020.01.17(금) 08:00

공부 잘한 사람도 골프 '맘대로' 안돼
겸손한 마음으로 '수련'해야 기량 향상

골프를 잘 칠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겸손함이다. 무슨 소리냐고? 한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골프도 쉽게 되리라고 생각하다 마음 고생을 하는 골퍼가 부지기수다. 겸손하게 골프를 수련하면 반드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사진은 골프 쇼 '필드 위의 사냥꾼'에 출연한 뱁새 김용준 프로(왼쪽)다. 오른쪽이 누군지 궁금한 독자가 분명히 더 많을 것이다. 누군지는 '시시콜콜 9회'를 읽어보면 사진 설명에 나와 있다.

[수구초심(修球初心)]은 김용준 전문위원이 풀어가는 골프 레슨이다. 칼럼명은 '여우가 죽을 때 고향 쪽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뜻인 고사성어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살짝 비틀어 정했다. '머리 수(首)'자 자리에 '닦을 수(修)'자를 넣고 '언덕 구(丘)'자는 '공 구(球)'자로 바꿨다. 센스 있는 독자라면 설명하기도 전에 이미 그 뜻을 알아챘을 것이다. ‘처음 배울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골프를 수련하자’는 뜻이라는 것을. 김 위원은 경제신문 기자 출신이다. 그는 순수 독학으로 마흔 네 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골퍼가 됐다. 김 위원이 들려주는 골프 레슨 이야기가 독자 골프 실력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우스갯소리는 우스갯소리로 듣고 끝내겠다’고 약속하는가? 그렇다면 얘기를 하겠다. 혹시 민감한 독자는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건너 뛰어도 좋다.

자, 얘기를 시작한다.

카톨릭교회와 이스라엘교회가 시비가 붙었다. 누가 정통성이 있느냐를 놓고. 옥신각신한 논쟁은 꽤나 오래 끌었다. 그러다 마침내 한가지 타협점을 찾았다. ‘골프 시합’을 벌여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가리기로 한 것이다. 흐흐. 세상에 이런 내기가 어디 있으랴마는.

하여간 카톨릭교회는 잭 니클라우스에게 초청해 세례를 주고 대표 선수로 임명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카톨릭 교회의 순발력에 혀를 내둘렀다.

추기경이 친히 니클라우스를 영접했다.

추기경이 느긋하게 물었다.

“잭, 교황 성하께서도 기대가 크시네. 문제 없이 이길 수 있겠지”

니클라우스는 자신있게 답했다.

“네,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자신 있습니다”

마침내 골프 시합이 열렸다. 두 교회가 정통성을 걸고 붙는 세기의 승부가.

카톨릭교회는 가슴 졸이며 결과가 오기를 기다렸다.

경기를 마친 니클라우스가 추기경을 알현했다.

추기경은 초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잭, 물론 자네가 이겼겠지”

니클라우스는 탄식을 내뱉으며 답했다.

“송구스럽습니다. 제가 지고 말았습니다”

추기경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천하의 잭 니클라우스가 지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추기경은 떨리는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아니, 잭, 자네가 졌다고? 도대체 상대가 누구였단 말인가?”

니클라우스가 풀 죽은 기색으로 답했다.

“네, 타이거 우즈라는 랍비가 상대로 나왔는데 너무 잘 쳐서 그만…”

이스라엘교회가 어느 틈에 신예 우즈를 기용한 것이다.

 

‘골프를 잘 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난해 뱁새 김용준 프로가 필드 레슨을 맡은 골프 행사 저녁 자리에서 받은 질문이다.

‘겸손해야 한다’. 뱁새 김 프로가 주저하지 않고 내놓은 답이다.

당연히 ‘무슨 뜻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뱁새 답은 이랬다.

“골프는 여러분이 누군지 가리지 않는다. 여러분이 돈이 많든지 적든지. 공부를 잘 했던지 못 했던지. 지위가 높든지 말든지. 키가 크든지 작든지. 외모가 빼어나든지 아니든지”

이런 식으로 제법 많은 대비를 이루는 조건을 열거했다.

그리곤 뼈 아플 수도 있는 진실을 덧붙였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적어도 한 분야에서 성공했을 것이다. 골프를 즐길 여유가 있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그것을 증명한다. 다른 어떤 분야에서 성공했기 때문에 ‘골프도 내 뜻대로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골프를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가? 골프가 뜻대로 되는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라고.

김 프로는 다음 말도 더 보탰다.

“골프는 내 맘대로 잘 되지 않는다. 공부를 잘 했다고 골프도 무조건 잘 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서울대 법대 나와서 사법 시험 붙은 사람이 프로 대회도 휩쓸어야 할 텐데. 어디 그런가? 대한민국에서 골프 제일 잘 치는 최경주는 대학 문턱도 안 밟은 완도 촌놈이다” 라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말을 했다.

“여러분이 한 분야에서 성공했더라도 골프는 뜻대로 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겸손하게 골프를 수련한다면 더 잘 칠 수 있게 될 것이다” 라고.

아무리 잘난 사람도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있다. 골프가 그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리고 골프를 잘 치게 돼도 나보다 더 잘 치는 사람이 반드시 세상에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얘기 속에서 니클라우스도 우즈에게 당하지 않았던가? 참, 특정 종교를 비하할 의도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

김용준 프로 & 경기위원(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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