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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修球初心):김용준 골프 레슨]⑥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일까?

  • 2019.12.13(금) 08:00

[골프워치]
골프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수 많은 실패가 낳은 돌연변이가 성공을 낳는다

 

적어도 골프에서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수 많은 실패가 낳은 돌연변이가 작은 성공이고 그 성공이 성공을 낳는다. 뱁새 김용준 프로(맨 오른쪽) 입이 귀에 걸려 있는 것은 절대 미녀 골퍼들과 라운드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큰 상품이 걸린 홀을 이긴 뒤라 그런 것이지. 왼쪽부터 KLPGA 윤민정 프로, 김경민 프로.

[수구초심(修球初心)]은 김용준 전문위원이 풀어가는 골프 레슨이다. 칼럼명은 '여우가 죽을 때 고향 쪽을 향해 머리를 둔다'는 뜻인 고사성어 '수구초심(首丘初心)'을 살짝 비틀어 정했다. '머리 수(首)'자 자리에 '닦을 수(修)'자를 넣고 '언덕 구(丘)'자는 '공 구(球)'자로 바꿨다. 센스 있는 독자라면 설명하기도 전에 이미 그 뜻을 알아챘을 것이다. ‘처음 배울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골프를 수련하자’는 뜻이라는 것을. 김 위원은 경제신문 기자 출신이다. 그는 순수 독학으로 마흔 네 살에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 골퍼가 됐다. 김 위원이 들려주는 골프 레슨 이야기가 독자 골프 실력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모르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골프에서도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손을 들어 보기 바란다. 나는 차마 손을 들지 못하겠다. 그렇다고 생각하려고 해도 경험상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골프에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무슨 소리냐고? 당연히 실패를 반복하다 보면 성공에 이르는 것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골프에서는.

골프에서 성공의 어머니는 성공이다. 실패는 또 다른 실패를 낳을 뿐이다. 성공을 낳는 것은 성공이다.

아이언 샷 한 볼이 그린을 놓쳤을 때를 가정해 보자. 핀까지는 내리막이다. 볼과 핀 사이 그린은 좁디 좁고. 보통 샷으로는 볼을 떨어뜨릴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핀 지나서 조금만 가면 물이라고 치자.

이런 상황에서 독자는 어떤 샷을 하겠는가? 컷 로브 샷을 할 수 있겠는가? 클럽 페이스를 잔뜩 열고 가파르게 클럽을 들어올렸다가 내리 찍으면서 클럽 헤드 바운스가 볼 밑을 파고 드는 샷을? 볼이 높이 떠서 부드럽게 그린에 떨어진 다음 조금 굴러가다가 멈추는 그런 멋진 샷 말이다. 진짜로 그 샷을 시도 할 수 있는가? 타이가 우즈가 성공하고 톰 왓슨이 성공한 그림 같은 샷 말이다.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친선 경기라면 시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기 금액이 부담이 안 되는 상황이라도 한 번 해봄 직하고. 물론 결과에 관계 없이.

그런데 진검 승부라면? 큰 내기가 걸린 라운드 승부처라면? 진짜로 할 수 있을까? 프로 선발전 같은 시험이라면? 건너편 물에 빠지면 짐을 싸야 하는 상황이라면?

뱁새 김용준 프로 너는 어떨 것 같으냐고? 으악! 가끔 이런 난처한 질문으로 정곡을 찌르는 독자도 필요하다.

나라면? 시도 안 한다. 아니 차마 시도 못한다. 십중팔구 그냥 피칭 앤 런 정도로 그린에 안전하게 올려놓고 긴 퍼팅으로 기적 같은 파를 노리겠다. 결국 보기를 해도 받아들이고. 씁쓸하지만.

왜냐고? 나는 그 샷을 충분히 연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색이 프로골퍼가 컷 로브 샷을 어떻게 치는 지도 모르냐고? 설마 모르겠는가? 흐흐. 알기는 안다. 그런데 그 샷을 수 천 수 만 번 연마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그러니 중요한 승부에서 그 샷을 칠 수는 없을 수 밖에. 물론 나도 ‘아니면 말고’ 하는 마음으로 칠 때도 있다. 중요한 승부가 아닐 때 말이다. 친선이거나 필드 레슨을 할 때. 그런 샷이 어쩌다 하나 기가 막히게 들어가면 ‘봤냐’ 하고 큰 소리 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짜 살 떨리는 상황이라면? 과연 내가 그 샷을 시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샷을 치다가 실수를 해서 그린을 지나 물에 빠뜨렸다고 치자. 그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그 샷을 또 시도할 수 있을까? 있다고? 진짜로?

실패한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서 엄두를 내지 못하기 마련이다. 쓰라린 기억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멀쩡하던 사람이 이상해진다. 그래서 골프인 것이다. 뻔히 할 줄 아는 샷인데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

반대로 그 샷을 쳐서 여러 번 성공한 적 있는 플레이어라면?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또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성공해 봤으니까. 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골프에서 성공의 어머니는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에 이를 때까지 하는 수 많은 실패는 의미도 없는 것이냐고? 그 얘기는 아니다.

성공의 어머니인 성공은 실패가 낳은 돌연변이다. 말해놓고 보니 그럴 듯 하다.

실패를 거듭하다가 작은 성공을 했다고 치자. 그럭저럭 해 낸 어설픈 첫 성공이 바로 실패가 낳은 돌연변이다. 이 작은 성공이 성공의 진짜 어머니다. 우연히 얻은 성공이 시원한 성공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실전에서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것이 바로 골프다.

김용준 골프전문위원(더골프채널코리아 해설위원 겸 KPGA 경기위원 &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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