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라가 '안정적으로' 주도해왔던 면세점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독식한 신세계가 기존 2강 구도를 3강 체제로 바꿔놨고, 여기에다 유통 빅3로 꼽히는 현대백화점 그룹까지 가세하면서 무한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와 신라는 국내 마케팅을 강화하거나 해외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 국내 마케팅 강화 '롯데'…해외 매출 1조 목표 '신라'
국내 면세점 1위인 롯데면세점은 얼마 전 이색적인 광고를 시작했다. 롯데면세점(Lotte Duty Free)의 영문 첫 자인 LDF를 한글로 형상화한 '냠'이라는 이름을 건 광고로 국내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얼핏 평범한 마케팅으로 보이지만 이 광고는 최근 점점 치열해지는 면세점 시장의 일면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그동안 국내 마케팅에는 소홀한 편이었다. 매출 대부분이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여파로 외국인 소비자들만 의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 최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철수에 따른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롯데면세점은 "올해 7월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 일부를 철수하게 된다"며 "이에 따라 장선욱 대표는 내국인 고객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립하라고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광고 중 "롯데 인천공항점에 화장품 없는데 이제 어디서 사지?"라는 업계 1위답지 않은 '도발적인' 문구를 넣은 점도 눈길을 끈다.
▲ 롯데면세점 '냠' 광고 화면. (사진=롯데면세점) |
롯데면세점은 이와 함께 해외 진출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베트남 나트랑깜란공항점을 오픈하면서 앞으로 하노이와 호찌민, 다낭, 나트랑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 시내점을 추가 출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앞으로 3년 이내에 베트남 최대 면세점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 선전하고 있는 신라면세점 역시 분주하다. 호텔신라는 지난달 28일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점을 그랜드 오픈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뒤 6개월간의 정비를 마친 것. 호텔신라는 인천국제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홍콩 첵랍콕국제공항 등 아시아 3대 국제공항에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000억원 수준인 해외 매출을 올해 1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 3강 체제 만든 '신세계'…코엑스점 개점 '현대'
업계 선두권인 롯데와 신라가 이처럼 분주한 이유는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아서다. 특히 신세계의 기세가 무섭다. 신세계는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독식하며 2위 신라를 바짝 뒤쫓고 있다. 신세계는 13%가량이던 국내 면세점 점유율을 단숨에 20%대로 끌어올리면서 24%대인 신라를 정조준하고 있다.
신세계는 이와 함께 이달 중 시내면세점인 강남점을 개점할 계획이다. 서울 강남 센트럴시티 중앙에 자리 잡은 이 면세점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 업계의 시장점유율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며 "신세계의 점유율 상승은 호텔신라를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제 업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말에는 유통 빅3인 현대백화점도 면세점 시장에 진출한다. 오는 11월 코엑스에 시내면세점을 개장하는데 이에 앞서 최근 백화점 무역센터점 리뉴얼 공사를 마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긴 하지만 경쟁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년간 국내 유통업은 면세점의 공급과 수요 확대가 내수 성장을 주도했다"며 "중국인 수요 회복 등으로 강남권 내 면세점 개점은 신규 사업을 확대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