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올해 화두로 글로벌을 내걸었다. 지난해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올해는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주요 제약사들은 경자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저마다 올해 경영방침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기술수출 성과를 낸 유한양행과 GC녹십자, JW중외제약 등은 신약 개발 기조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제약기업 도약을 과제로 제시했다.
먼저 유한양행은 2020년 경영지표를 'Great & Global'로 정했다.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신약 개발과 함께 신규 사업을 확대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토대를 굳건히 한다는 방침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월과 7월 각각 길리어드사이언스와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한 바 있다. 과거엔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 도입 비중이 컸지만 잇따라 대규모 기술수출 쾌거를 이뤄내면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GC녹십자도 지난해 중국 캔브리지와 일본 클리니젠에 헌터증후군 치료제를 기술수출한 데 이어 중국에서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허가를 신청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이에 올해도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면서 주력사업인 혈액제제와 백신 부문을 필두로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올해 경영방침을 'Why·Zero·Check'로 확정했다. 70+의 원년인 지난 2015년 창립 70주년을 맞아 세운 ‘비전 70+5’를 마무리하고 보다 발전적인 새 역사를 향해 나아가는데 초점을 맞췄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9월 중국 심시어파마슈티컬에 7000만 달러 규모로 통풍치료제의 중국 내 독점 개발과 상업화 권리를 기술이전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부터는 또 다른 성과 창출을 위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종근당과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다른 상위 제약사들도 올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과제로 제시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핵심역량 구축을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로 정했다. 지속 성장을 위해 혁신 신약과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올해 인도네시아 항암제 공장의 가동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제약산업 기술수출의 큰 획을 그은 한미약품은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제약기업 도약이란 목표에 따라 끊임없이 혁신하면서 내실을 다져왔다. 이에 올해부터 앞으로 10년은 그동안 쌓아온 내실을 기반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창출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대웅제약 역시 글로벌 2025 비전 달성을 위해 올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을 다짐했다. 전승호 사장은 "올해는 글로벌 2025 비전 달성을 위한 변화와 혁신의 원년"이라며 "글로벌 사업 확대와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원대한 비전을 향해 나아가자"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특히 40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인 '펙수프라잔'을 필두로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최종 종착지는 결국 '글로벌'이지만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글로벌 제약기업의 연 매출은 60조원에 이른다. 반면 국내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의 연 매출은 지난 2014년에야 1조원을 넘어서면서 간신히 걸음마를 뗀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최근 몇 년간 해외시장으로 향하는 물꼬를 트면서 주요 제약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난해 대거 기술수출 성과를 일궈낸 만큼 올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