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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과 담배가 같다고?"…'설탕세' 두고 갑론을박

  • 2021.04.01(목) 09:31

국회, 가당 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 부과 추진
학계 , 설탕세 시기상조…대체재 등 지원 필요

최근 국회에서 가당(加糖) 음료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설탕세' 도입 법안이 발의됐다. 건강증진부담금은 현재 담배에 부과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조사도 유해성을 인정하는 담배와 당분은 엄연히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설탕세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결국 당분의 수요를 세금으로 억제하기보다는 대체재 개발 등에 대한 지원이 먼저라는 주장이 나온다.

◇ 당분은 담배와 달라…설탕세 '시기상조'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률안에는 당류 함량에 따라 제조·가공·수입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항목으로 설탕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부담금을 통해 확보되는 세수를 비만 인구 관리 등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당류 함량에 따라 음료 100리터당 최소 1000원, 최대 2만 8000원이 부과된다.

업계는 이 같은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분을 담배와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이다. 제조사마저 유해성을 인정하는 담배와 달리 당분은 과잉 섭취시에만 문제를 일으킨다. 설탕세 제정이 당분에 대한 혐오 정서를 불러오리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담배에만 적용된다. 이에 당분에 같은 항목의 세금이 붙으면 이 둘을 동일시하려는 시선이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학계에서는 설탕세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의 비만인구 비율이 아직 설탕세까지 동원해가며 제어할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의 비만 BMI(Body Mass Index·체질량지수) 기준은 25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인 30과는 큰 차이가 있다. 만일 170㎝인 사람의 BMI 수치가 25일 경우 체중은 75㎏ 수준이다. 하지만 30이라면 체중은 90㎏으로 늘어난다. 국내 BMI 수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2018년 국내 인구의 비만율은 35.5%에 달한다. 하지만 같은 해 세계 기준에 따르면 수치는 5.3%로 낮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탕세가 도입되면 사회적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5%에 해당하는 소수를 위해 나머지 다수가 세금을 내는 상황이 발생해서다. 이에 설탕세를 부과할 경우 세수의 용도를 확실히 하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탕세 부과 이전에 비만 치료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등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한진 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설탕세는 소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종류의 세금인 만큼 용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만 지금 발의된 법안은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의 비만이 심각한 문제인지 검토하고, 이에 알맞는 정책적 노력 이후 설탕세 도입은 최후의 상황에 고려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효과는 있겠지만…'꼼수 증세' 피해야

업계는 설탕세 도입이 일차적으로 당분 소비를 억제시킬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담배의 사례가 있어서다. 담배의 경우 건강증진부담금을 통한 가격 인상 효과 덕에 담배 소비가 일정부분 억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4년 44억 갑이었던 일반담배 판매량은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33억 갑으로 줄었다. 이후 판매량이 소폭 증가했지만 현재까지 35억 갑 전후로 제어되고 있다. 이에 당분에 대한 세금 부과도 가격 인상을 통한 수요 억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하지만 흡연율 저하가 반드시 담뱃값 인상 효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금연 캠페인, 정책적 홍보를 통한 사회적 트렌드 변화가 큰 몫을 했다는 의견이다. 흡연율 추이를 지켜보면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2014년 43.2%였던 남성 흡연율은 2019년 35.7%로 줄었다. 반면 여성 흡연율은 같은 기간 5.7%에서 6.7%로 늘었다. 이는 담배의 주력 소비층인 남성이 혐연 정서 등으로 담배를 끊었고, 여성의 흡연에 대한 인식이 관대해진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결국 증세만큼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도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는 이런 선례를 근거로 설탕세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부 규제가 없더라도 가치소비 트렌드가 자리잡으며 무가당 음료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저칼로리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016년 903억 원에서 올해 1392억 원으로 47% 성장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자진해서 당분 줄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초 '칠성사이다 제로'를 6년만에 재출시했다. 펩시 제로 슈거 라인업 확대 등 상품 다변화도 진행하고 있다. 탄산음료 시장 1위인 한국코카콜라도 해외에서 판매중이던 '스프라이트 제로'를 국내 투입했다. 이런 신제품 출시가 시장 성장으로 이어져 소비자 스스로 저당 음료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증세보다는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끊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담배 시장과 달리, 음료 시장에는 대체재가 많다. 이런 상품들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장려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의 대체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설탕세를 도입하려는 것은 '꼼수 증세' 시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설탕세 도입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부는 현재 관련 시장이 먼저 당을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업계,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무턱대고 세금을 신설하는 것은 건강 증진 계획이라기보다 증세 시도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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