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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이 '날개'를 달려는 이유 

  • 2021.06.05(토) 11:00

[주간유통]하림, 이스타항공 인수전 참여
이스타항공 인수로 물류 삼각편대 완성 목표
인수후 막대한 자금 소요…매각 방식도 변수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하림이 그리는 '큰그림'

하림이 '물류 왕국'을 꿈꾸고 있습니다. 팬오션을 인수해 해상물류 분야를 개척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하늘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민 겁니다. 닭고기 전문업체인 하림이 항공사를 노린다는 사실이 좀 의아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하림이 성장해 온 궤적을 살펴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생각보다 하림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큽니다.

하림은 1986년 창업주인 김홍국 회장이 하림산업을 세우면서 시작합니다. 양계 축산에서 시작해 사료, 식품 제조, 유통 판매에 이어 해운까지 발을 넓혔습니다. 하림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수·합병(M&A)'이 있습니다. 닭고기가공 전문업체 올품, 가축사료 업체 천하제일사료, 가축약품 업체 한국썸벧, 홈쇼핑 업체 NS홈쇼핑 등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습니다.

특히 하림은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15년 법정관리 중이던 팬오션을 1조원에 인수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해운업 경험이 전무한 하림이 돈을 앞세워 무리한 인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림은 팬오션을 인수해 보란 듯이 정상화에 성공합니다. 팬오션은 작년 매출액 2조4971억원, 영업이익 2252억원을 기록하는 등 알짜로 거듭났습니다.

하림이 이종(異種) 산업인 해운업에 눈독을 들였던 것은 이미 큰 그림을 그려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양계 축산업이 주력이었던 하림은 사료 원료를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물류비용이 많이 들었죠. 이에 아예 해운업에 진출해 양계 축산업과의 시너지를 노린 겁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하림은 팬오션을 활용해 현재는 곡물유통사업으로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습니다.

팬오션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하림은 물류산업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자신감을 얻은 겁니다. 하림이 서울 양재동에 설립을 추진 중인 도심첨단물류단지도 그 일부입니다. 현재 서울시와 갈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지만 갈등이 해소되면 양재동 물류단지는 국내물류를, 팬오션은 국제물류를 담당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나머지 하나 남은 퍼즐이 항공물류입니다.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입니다.

최근 항공물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하림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 중 하나로 보입니다. 만일 하림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사료 등 곡물은 팬오션이, 동물종자 등은 이스타항공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겁니다. 하림의 입장에서는 최적의 조합입니다. 팬오션 인수를 통해 꿈꿔온 물류사업 파즐을 이스타항공으로 완성하려는 겁니다.

'물류 삼각편대' 꿈꿔…매각방식 등 변수

하지만 하림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 위한 과정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우선 하림 계열사들의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팬오션과 그동안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NS홈쇼핑 정도가 괜찮습니다. 하림지주와 ㈜하림의 경우 수익성이 썩 좋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하림이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팬오션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하림은 팬오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재무적투자자(FI)를 확보한다면 이스타항공 인수전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팬오션의 경우 3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2200억원 수준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 인수가격으로 최소 1000억원에서 최대 2000억원까지 보고 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이는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수 이후에도 막대한 돈이 투입돼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인수자금 외에도 추가적으로 자금을 더 투입할 여력이 있어야 합니다.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 주체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자체 자금 여력이 충분한데다, FI까지 끌어들인다면 향후 투입될 자금 문제도 일정부분 해소할 수 있어서입니다,

또다른 문제는 이스타항공 매각 방식입니다. 이스타항공 매각은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스토킹호스 방식은 인수 예정자를 미리 선정해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별도로 공개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개 경쟁입찰에서 인수의향자가 제시한 가격이 조건부 투자계약서상의 매각금액에 못미치면 미리 선정해놓은 인수예정자가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는 방식입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한 중견기업과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업명과 인수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림그룹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이 중견기업이 써낸 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 알아내기 위한 물밑 정보전도 치열할 겁니다. 하림으로서는 제대로 '베팅'하지 못하면 이스타항공 인수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림의 이스타항공 인수전 참여는 명분도 실리도 모두 챙길 수 있는 선택입니다. 자금 여력도 충분합니다. 그런 만큼 하림이 얼마나 과감한 베팅을 할 지가 관심입니다. 하림은 과연 '도시첨단물류단지-팬오션-이스타항공'으로 이어지는 물류 삼각편대를 완성할 수 있을까요? 팬오션 인수 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하림이 또 다시 M&A를 통해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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