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본질 놓쳐버린 하림의 프리미엄 전략

  • 2022.05.27(금) 10:40

'더미식밥'으로 즉석밥 재도전
실패한 '순밥'과 전략 대동소이
'프리미엄'만 강조…소비자 공감 관건

하림 김홍국 회장이 더미식밥 출시를 알리고 있다 / 사진=하림

최근 하림이 또다시 즉석밥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지난해 3월 첫 제품으로 개당 2100원인 순밥(순수한밥)을 출시한데 이어 이번에는 자체 가정 간편식(HMR) 브랜드인 '더미식'의 '더미식밥'을 출시했습니다. 처음 출시했던 순밥은 시장 안착에 실패했습니다. 나온지 1년도 안돼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최종 시장 점유율은 0.1%에 불과했습니다. 절치부심한 하림이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재기에 나선 겁니다. 

사실 더미식밥은 순밥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공정과 재료가 일부 바뀐 것을 제외하면 차별점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앞서 하림은 순밥 출시 당시에도 더미식밥과 마찬가지로 '냄새 없는 밥'을 강조해 왔습니다. 프리미엄 전략도 기존과 같습니다. 더미식 밥의 가격은 2300원으로 여전히 경쟁 제품에 비해 비쌉니다. '가격보다 맛에 차별성을 뒀다'는 하림의 입장도 그때와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하림은 왜 유독 프리미엄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하림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즉석밥 시장에서 하림은 후발 주자입니다. 현재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의 '햇반'과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전체 점유율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뚫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존 제품들과 차별점을 강조해야 합니다. 가성비를 앞세우는 전략으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즉석밥 시장은 햇반과 오뚜기밥이 점유율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t201@

반면 프리미엄 전략은 여러모로 이득이 많습니다. 일정 점유율만 확보해도 수익성 확보가 가능합니다. 제품을 찾는 소수의 소비자만 있어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최근 '가치 소비' 열풍으로 프리미엄 제품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화는 가전이나 의류 등에선 상당한 성과를 입증한 전략입니다. 또 상대적으로 실패에 대한 리스크도 적습니다. 무작정 규모를 늘려 승부를 보는 전략이 아니니까요. 

하림은 더미식밥에 대해 "첨가물 없는 100% 물과 밥으로 지은 밥"이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 업계에서는 다소 불쾌할 수 있는 마케팅일 겁니다. 마치 경쟁사들은 첨가물을 남용한다고 읽힐 수 있으니까요. 이는 후발 주자들이 주로 쓰는 전략 중 하나입니다. 과거 조미료 시장 후발주자였던 럭키(현 LG화학)가 '맛그린'을 론칭하면서 미원을 저격하기 위해 사용했던 전략입니다. 결국 럭키는 시정 조치를 받았죠. 

하림은 앞서 라면 시장 진출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더미식 브랜드로 출시했던 장인라면과 유니짜장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장인라면의 가격은 한 봉지에 2200원입니다. 일반 라면 3개를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지난달 출시한 유니짜장도 1인분에 4000원이 넘습니다. 

하림은 즉석밥에 앞서 라면 시장에도 진출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결국 여기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소비자들의 '공감'입니다. 소비자들은 즉석밥과 라면에서 품질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편의성과 가격이 이들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인스턴트식품에서 프리미엄을 찾지는 않습니다. 하림의 전략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소비자들이 하림의 전략에 공감하지 못하면 하림의 더미식 시리즈는 '가격만 비싼 인스턴트 제품'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림의 프리미엄 라면 '장인라면'의 부진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즉석밥과 라면은 서민들이 주로 찾는 상품입니다.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확고한 제품군들입니다. 몇 백원만 올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강도가 달라집니다. 업체들이 늘 가격과 품질을 놓고 저울질하는 이유입니다. 적당한 품질에, 적당한 가격을 만들어내는 것이 식품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그 '적당함'을 맞추는 것은 무척 어렵습니다. 햇반과 신라면 등이 롱런하는 것은 이런 '적정선'을 맞췄기 때문입니다. 

과거 하림이 선보였던 순수한밥 / 사진=하림

하림이 내세운 프리미엄 전략의 성과는 부진합니다. 출시한 제품들에 대한 반응이 신통치 않습니다. 하림이 야심차게 출시한 장인라면은 지난해 10월 출시 직후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현재는 존재감이 없습니다. 장인라면의 지난해 말 기준 누계 매출액은 70억원입니다. 시장 점유율은 0.7%에 불과합니다. 재구매율이 높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출시한 순밥이 실패한 것도 소비자들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을 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 대부분입니다. 

최근 물가가 치솟는 것도 하림에겐 불리합니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맵니다. 프리미엄보다 가성비 상품이 더 인기를 끕니다. 프리미엄 즉석밥과 라면에 시선을 줄 여유가 없습니다. 즉석밥과 라면 가격의 인상을 부추기는 원흉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급등하고 있는 원재료값 상승도 하림에게는 부담스럽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즉석밥과 라면은 '값싸고 간편하며 본질에 충실한' 제품입니다. 소비자들이 하림의 '프리미엄 가공식품'이란 캐치프레이즈에 공감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이를 해소하는 것이 하림의 가장 큰 숙제일 겁니다. 물론 하림의 예상처럼 가공식품에서도 프리미엄 수요가 빛을 볼 날도 있을 겁니다. 다만 인내심이 필요할 겁니다. 하림의 더미식 밥이 '찬밥'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시장을 열지 함께 지켜보시죠.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