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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기요~" 불렀지만…그들은 오지 않았다

  • 2021.07.03(토) 10:00

[주간유통]싸늘해진 요기요 인수전
매각 시한 8월 초…갈수록 가격 하락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시간은 '요기요'편이 아니었다

어떤 물건이든 파는 사람의 마음이 급하면 그 거래는 이미 끝난 것과 다름없습니다. 이런 법칙은 어떤 거래에서든 통하죠. 빨리 팔아야 하는 사람의 입장은 늘 불리합니다. 팔아야 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다면 파는 사람의 마음은 더욱 급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가장 유리한 사람은 사려는 사람입니다. 시간만 보내면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매물로 나온 배달앱 2위 '요기요'가 딱 그렇습니다.

요기요 인수전이 시들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롯데와 신세계가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롯데는 예전부터 요기요 인수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인수해도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롯데도 내부적으로는 요기요 인수를 고민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인수전에 불참키로 일찌감치 방향을 정했습니다. 롯데는 현재 '롯데ON'에 집중해야 합니다. 요기요에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신세계도 요기요 인수를 검토했습니다. 요기요 인수를 통해 전방위로 시너지를 낼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집중하면서 요기요는 관심에서 멀어졌습니다. 일단 이베이코리아와 요기요 모두 조(兆) 단위 딜입니다. 아무리 신세계라고 하더라도 부담이 됐을 겁니다. 게다가 시너지도 확실치 않았고요. 요기요는 어느 순간 '인수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매물이 됐던 겁니다.

/ 사진제공=DH코리아

롯데와 신세계 모두 인수전 불참을 선언하자 요기요 인수전에 대한 관심은 확 사그라들었습니다. 사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묻힌 것이 더 컸을 겁니다. 모든 M&A(인수·합병)에서 흥행은 중요합니다. 인수 후보자가 많을수록 가격은 오릅니다. 관심도 늘어납니다. 물밑 싸움도 치열하죠.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가격이 오르고 판매자는 신이 납니다. 반면 요기요는 흥행도, 관심도 모두 미지근했습니다.

속이 타는 것은 요기요를 매각'해야 하는' DH(딜리버리히어로)입니다. DH는 오는 8월 2일까지 요기요를 매각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배달의민족 인수가 무산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DH의 배민 인수 조건으로 요기요 매각을 걸어뒀기 때문입니다. 흥행도 실패한데다, 관심마저 줄어든 것도 힘든데 매각 기간까지 정해져 있으니 DH로서는 미칠 노릇일 겁니다.

물론 연장도 가능하긴 합니다. DH은 요기요 매각을 6개월 연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정위가 매각주관사의 요청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내년 2월 초까지 매각이 가능해집니다. 하지만 기한이 연장된다고 해서 DH에게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시간은 인수 희망자들 편입니다. DH는 내년 2월까지 매각할 요기요를 지탱해야 합니다. 여기에도 비용이 들어갑니다. 한 번 매각이 틀어진 만큼 가격도 더 떨어지겠죠.

마음 급한 DH, 가격 낮추나

이제 요기요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곳은 모두 PEF(사모펀드)들 뿐입니다. MBK파트너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등 입니다. PEF는 속성상 인수 후 기업가치를 올린 후 매각에 나섭니다. PEF가 인수한다면 요기요는 최소한 5년 정도 뒤에는 또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그나마 홈플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MBK파트너스 정도가 인수 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도입니다.

DH 입장에서는 훗날 요기요가 다시 매물로 나올지 여부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습니다. 빨리 팔아야 하니까요. 시간도 얼마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기요 인수전은 어느새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됐습니다. PEF들이 칼자루를 쥐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PEF들은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것은 DH니까요. 이렇게 되면 DH는 요기요의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DH는 요기요의 가격으로 2조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인수 후보자들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입니다. 인수 후보자들은 약 1조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양측 간 격차가 큽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요기요가 처한 상황과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데 제값 주고 살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요기요가 딱 그렇습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요기요는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배민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민과의 격차가 큽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3위인 쿠팡이츠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따라잡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때 시장 점유율 30%대를 기록했던 요기요는 최근 17.9%까지 떨어졌습니다. 반면 쿠팡이츠는 13.6%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요기요의 매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DH는 요기요를 매각하면 배민을 운영하게 됩니다. DH는 이미 요기요의 각종 인프라와 노하우를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운영하던 곳이니까요. 요기요를 인수하는 곳은 배민에게 모든 패를 다 내놓은 상태에서 경쟁해야 합니다. 또 요기요를 인수한 곳은 쿠팡이츠를 따돌리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야 합니다. 요기요가 매력적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요기요 인수전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히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너무 큰 건과 붙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입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흥행에 일정 부분 성공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가 붙었고 신세계의 인수 의지도 강했습니다. 다만 인수전 진행 기간이 공교롭게도 요기요 인수전과 비슷했습니다. 그 탓에 관심은 온통 이베이코리아에 쏠렸습니다. 요기요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유탄을 맞은 셈입니다.

요기요 인수전의 열쇠는 DH가 쥐고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지 않는 한 공정위가 정한 데드라인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DH 입장에서는 배민을 품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요기요를 내놨는데 원하는 가격을 받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제 선택만 남았습니다. DH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요기요를 가져가는 곳은 어디일까요? 무척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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