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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스럽다'의 정의와 그의 '변심'

  • 2021.07.31(토) 11:00

[주간유통]남양유업, 매각에 '돌발 변수'
임시주총 연기…홍 전 회장 '변심'에 무게
한앤컴퍼니 강력반발…법적 대응 경고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남양스럽다

"남양스럽다"

이제는 사전에 공식적으로 등록이 돼야 할 듯 싶습니다. 그 뜻을 여러분들은 어떻게 정의하시겠습니까. 저는 '위기 시에는 모든 것을 내줄 듯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왜 갑자기 남양유업 이야기를 꺼내냐고요? 남양유업이 또다시 등장해서입니다. 이번에도 '남양스럽게'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매각을 발표하면서 잠시 잊혔던 남양유업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불가리스 사태'로 정점을 찍은 남양유업 사태는 매각으로 끝이 난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미 한앤컴퍼니와 계약을 맺었고 3107억원이라는 가격에 홍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분 전량을 매각키로 했죠. 그래서 다들 이제는 남양유업이 바뀌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생각이 달랐나 봅니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홍 전 회장은 생각이 달랐나 봅니다. 아니면 '달라진' 것일까요? 지난 30일 남양유업은 당초 열기로 했었던 임시 주주총회를 돌연 연기했습니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는 홍 전 회장을 비롯한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지분을 한앤컴퍼니로 넘기는 안건을 상정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이 안건은 쏙 뺐습니다. 게다가 임시주총 자체를 연기했습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남양유업은 임시 주총을 6주 뒤인 오는 9월 14일에 열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예정대로라면 홍 전 회장은 지난 30일에 임시주총을 마친 후 한앤컴퍼니와 만나 지분 매각 절차를 완료해야 했습니다. 주식매매계약에 최종 사인을 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임시 주총 연기를 선언했습니다.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입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으니까요.

더 희한한 것은 남양유업 측의 임시 주총 연기 이유에 대한 답변입니다. 남양유업은 "회사를 사이에 둔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의 계약인 만큼 이 상황에서 회사가 별도의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계약 종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홍 전 회장은 이미 회사를 떠났고 주식 매매 계약은 홍 전 회장과 한앤컴퍼니가 하는 일이니 우리는 모른다는 겁니다.

맞는 말입니다. 홍 전 회장은 이제 남양유업에서 공식 직함은 없습니다. 다만 여전히 최대주주입니다. 아직 지분을 넘기기로 한 한앤컴퍼니에 지분을 넘기지 않았으니까요. 남양유업 입장에서는 대외적으로 아무런 직함이 없는 '전 회장'이 하는 일을 알 리가 없습니다. 심지어 남양유업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홍보실도 "우리도 기사 나온 것 보고 알았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법적 대응' 선언한 한앤컴퍼니

한앤컴퍼니는 단단히 뿔이 났습니다. 한앤컴퍼니에 따르면 홍 전 회장과 한앤컴퍼니는 지난 5월 27일 지분 인수에 합의합니다. 공시까지 했습니다. 한앤컴퍼니가 홍 전 회장 등이 보유한 남양유업 보통주 37만8938주를 3107억2916만원에 인수한다고 말이죠. 그런데 돌연 임시 주총이 연기되고 홍 전 회장이 계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약속된 날 최종 계약을 하려고 돈까지 다 준비해서 갔는데 얼마나 화가 났을까요.

홍 전 회장을 기다리던 한앤컴퍼니는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홍 전 회장이 '변심'했다고 결론을 내린 듯합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5월 27일 한앤컴퍼니는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과 오너 일가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승인을 포함한 모든 사전 절차도 완료했고 예정돼 있던 주식매매대금 지급 준비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런데 임시주주총회 당일에 매도인이 입장을 뒤집어 매수인과의 협의는 물론 합리적 이유도 없이 임시 주주총회를 6주간이나 연기토록 했다"면서 "매도인은 매수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합의된 거래 종결 장소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합니다. 필요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선언인 셈입니다.

한앤컴퍼니가 '법적 대응'을 언급한 것은 단순히 화가 나서가 아닙니다. 한앤컴퍼니 입장에서도 이번 딜은 중요합니다. 만일 이번 딜이 어그러지면 한앤컴퍼니가 입을 유무형의 타격이 큽니다. 일단 한앤컴퍼니의 평판이 크게 훼손됩니다. M&A 시장에서는 그 이유가 어찌 됐건 딜을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큰 타격입니다. 향후 다른 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위기관리능력에서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금전적 손해도 있을 겁니다.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투자를 받았을 겁니다. 한앤컴퍼니는 주로 해외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투자 받아 운용합니다. 그런만큼 이미 그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금액과 타임 테이블도 세워뒀을 겁니다. 하지만 딜이 무산된다면 이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됩니다. 남양유업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금을 회수해야는데 인수조차 못하게 됐으니까요. 

법적으로 해결하려 해도 문제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한앤컴퍼니가 입을 손해는 막대합니다. 그럼에도 한앤컴퍼니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만큼 이번 딜이 중요하다는 방증입니다. 시간과 돈이 아무리 들더라도 M&A 시장에서 국내 탑티어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한 한앤컴퍼니의 명성에 절대로 스크래치를 낼 수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셈입니다.

홍 전 회장은 정말 '변심'한걸까

한앤컴퍼니의 입장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최근까지만 해도 홍 전 회장의 '변심'은 없었던 듯 보입니다. 한앤컴퍼니의 입장문에는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매수인(한앤컴퍼니)의 통보에 따라 7월 30일 거래종결을 위해 매도인(홍 전 회장)은 7월 15일에 이사회를 열고 7월 30일부로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다"라고 말이죠. 이 문구로만 보면 최근까지 한앤컴퍼니와 홍 전 회장 사이에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불과 보름여 만에 홍 전 회장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것일까요? 사실 지난 5월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 인수를 발표했을 때 업계에서는 너무 싸게 넘긴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3107억원, 큰돈입니다. 하지만 남양유업의 가치를 생각하면 꽤 저렴하게 넘겼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홍 전 회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다 보니 위기 돌파를 위해 '빨리 저렴하게' 넘겼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당시 불가리스 사태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었을 때니까요. 홍 전 회장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소나기를 피하고 싶었을 겁니다. 그때 한앤컴퍼니가 매각을 제안했고 심지어 당시 주당 가격의 1.8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불렀으니 솔깃했을 겁니다. 남양유업 매각이 홍 전 회장의 위기 돌파용 전략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참 남양스러운 일입니다.

남양유업 매각 발표로 홍 전 회장은 소나기를 피했습니다. 이후 한앤컴퍼니는 예전의 남양유업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남양유업이 저질렀던 과거의 잘못들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아마도 본전 생각이 났던 모양입니다. 남양유업이 매각되면 남양유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도 넘어갑니다. 그런데 이 부동산 가격이 괜찮습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남양유업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유형자산 장부가는 3693억원입니다. 일반적으로 장부가는 시가보다 낮게 책정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남양유업이 보유한 부동산 가격은 이것보다 훨씬 높을 겁니다. 한앤컴퍼니와 맺었던 매각가격 3107억원보다 높습니다. 홍 전 회장 입장에서는 3107억원에 경영권과 지분은 물론, 그보다 더 비싼 부동산까지 넘기게 되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부각해 홍 전 회장에게 더 높은 가격에 남양유업을 넘기라고 제안한 곳이 있다는 이야기도 돕니다. 홍 전 회장은 뒤늦게 '아차!' 싶었을 겁니다. 이런 스토리라면 홍 전 회장의 변심 이유가 설명이 됩니다. 결국 소나기를 피하려고 일단 매각 계약은 맺었는데 피하고 보니 너무 헐값이었다고 생각해 계약 자체를 엎으려는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계약이 무산되면 홍 전 회장은 위약금을 물어야 합니다. 하지만 홍 전 회장 입장에서는 한앤컴퍼니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곳과 계약을 한다면 위약금을 물어도 남는 장사라는 생각을 할 겁니다. 이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남양유업의 답변 속에는 홍 전 회장이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는 제3의 매수 희망자도 숨어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 뿐일까요?

어제 남양유업의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홍 전 회장이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니 남양유업 가족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거둬달라던 말도 생각납니다. 하지만 만일 이번 딜의 무산 이유가 그의 변심 때문으로 밝혀진다면 그때 그가 흘렸던 눈물은 '악어의 눈물'로 길이 남을 겁니다. 부디 이번만큼은 홍 전 회장이 '남양스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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