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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도 매각도 없었던일…남양유업 M&A 무산 왜?

  • 2021.09.01(수) 17:06

홍원식 회장 "한앤코가 합의거부…부도덕한 사모펀드"
한앤코 "가격 재협상 부탁해와…법원에서 밝혀질 것"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남양유업 매각 작업이 좌초됐다. 매각 조건에 대한 이견 등으로 계약 체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경영쇄신 차원에서 회사를 매각하려 했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입장을 바꿔 매매계약 해제를 선언했다. 매수인인 사모펀드 운영사 한앤컴퍼니(한앤코)는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홍 회장 측은 한앤코가 기존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으며 비밀유지의무 사항도 위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앤코 측은 합의 사항을 위반한 건 홍 회장 측이라고 반박한다. 되레 매도인이 가격 재협상 등 무리한 조건을 추가로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만큼 법정 다툼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원식 회장 "한앤코에 계약 해제 통보"

홍 회장은 1일 입장문을 통해 한앤코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말 보유 지분 53%를 한앤코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른바 '불가리스 사태'로 더 이상의 경영이 어렵다는 판단에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3개월 만에 매각 철회를 선언했다. 이번 주식매매계약 거래 종결 기한은 지난달 31일까지였다. 

홍 회장이 밝힌 계약 해제 이유는 한앤코가 합의사항 이행을 거부한 데다가 비밀유지의무도 위반했다는 것이다. 또 거래종결 이전부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했다는 이유도 꼽았다. 홍 회장은 "마지막까지 계약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무산됐다"며 "선친 때부터 소중히 일궈온 남양유업을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 없다고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한앤코는 즉각 반박했다. 한앤코는 한 번도 입장을 바꾼 적이 없으며, 오히려 홍 회장 측이 가격 재협상을 부탁했을 뿐만 아니라 추가 요구를 거래 종결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또 계약상 규정된 어떤 비밀유지의무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앤코 측은 "모든 진실은 법원에서 객관적 증거에 의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뒤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한앤코는 앞서 지난 23일 거래 종결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또 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도 했다. 일단 법원은 1일 한앤코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양측의 법적 다툼이 마무리될 때까지 홍 회장 측은 다른 매수자를 찾기 어려워졌다. 홍 회장은 이번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매각 절차를 다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무리한 요구 있었다" vs "쌍방 합의된 사항" 

양측의 법적 다툼이 불가피해진 만큼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홍 회장 역시 LBK앤파트너스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정해 법정 다툼을 준비해온 만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가장 큰 쟁점은 누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는지다. 한앤코 측은 거래 당사자 간 협상을 거쳐 매각 대금을 정해 지난 5월27일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홍 회장 측이 계약 발표 후 가격 재협상을 요구하고, 이후에는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 종결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홍 회장이 내세운 선결 조건이 그의 일가와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앞서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보직 해임됐던 홍 회장의 장남은 매각 발표 하루 전날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한 바 있다. 차남 역시 같은 날 외식사업본부장(상무보)으로 승진했다. 오너 일가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앤코 측은 "(홍 회장 측이) 일가 개인들을 위해 남양유업이 부담해주기를 희망하는 무리한 사항들을 새롭게 선결조건으로 내세워 협상을 제안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남양유업에 무슨 결정적 장애가 될 수도 있을 만큼의 무리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모두 쌍방의 합의가 됐던 사항임에도 이를 침소봉대해 발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거래 체결 일정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앤코 측은 거래종결일정을 지난 7월30일로 확정했지만 홍 회장 측이 돌연 '종결일이 30일이라는 통지를 받은 적이 없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 회장은 계약상으로 8월31일까지 협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한앤코 측이 이에 앞서 소송을 제기하는 등 황급히 거래를 종결하려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법정 다툼…끝나지 않은 '남양유업 사태' 

매각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올초 불가리스 사태로 크게 불거진 '남양유업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게 됐다. 회사 매각을 통한 경영 쇄신과 이미지 개선 작업도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됐다. 무엇보다 홍 회장이 공언한 회장직 사퇴와 회사 매각 약속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시선도 싸늘한 분위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사 매각 발표 등으로 잠잠해진 불매운동 분위기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며 "홍 회장이 법정 다툼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공개적인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것을 보고 다른 매수자가 나타날지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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