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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이미지 벗으려는 하림…라면시장 진출

  • 2021.10.14(목) 15:31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미식' 론칭
물류·종합식품…포트폴리오 확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이 라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체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The) 미식'을 론칭하고, 첫 제품 '더 미식 장인라면(장인라면)'을 선보였다. 장인라면은 액상 스프를 사용해 '불맛'을 살렸다. 유탕면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건면을 개발해 라면의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겨냥했다.

하림은 장인라면을 시작으로 더 미식을 종합 HMR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장인라면과 더 미식의 성공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 시장은 분명 성장하고 있지만 시장 내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더군다나 라면 시장은 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의 기세가 확고하다. 인지도가 부족한 하림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시장이다.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위한 하림의 첫 발걸음에 귀추가 쏠리는 이유다.

"라면은 미식이다"…하림의 자신감

하림은 14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장인라면의 출시를 발표했다. 하림은 장인라면이 제조 단계부터 차별화된 제품이라고 밝혔다. 강점으로는 분말 소스 대신 육류와 채소를 20시간 동안 고아 만든 '진짜 국물'을 꼽았다. 이를 통해 나트륨 함량을 기존 라면 대비 200mg 이상 줄여 '건강한 라면'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면발은 육수로 반죽하고, '열풍 제트노즐 건조' 방식을 적용해 건면임에도 유탕면과 유사한 식감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하림의 설명과 같이 장인라면 면발의 식감은 유탕면과 매우 비슷했다. 따로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건면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일반 육수로 반죽해서인지 면과 국물이 따로 노는 듯한 느낌도 비교적 적었다. 밀가루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국물에서도 인공감미료 향이 느껴지지 않았고, 일반적인 라면에 비해 짜지 않아 식후 느껴지는 텁텁함도 없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직접 등장해 라면을 끓였다. /사진=이현석 기자 tryon@

이날 간담회에는 김홍국 하림 회장이 직접 등장해 라면을 조리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더 미식 브랜드를 향후 종합 식품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장인라면을 필두로 핫도그·만두·죽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더 미식을 연매출 1조5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고, 하림을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나게 하겠다는 포부다.

김 회장은 "장인라면은 하림의 인프라와 식품 개발 경험이 모두 녹아 있는 '미식 제품'으로, 향후 삼계탕 라면이나 고명이 들어간 라면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것"이라며 "국내 시장에 더 미식 브랜드를 안착시킨 후 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종합식품기업' 꿈꾸는 이유

하림은 지난 2분기 매출 2586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4.2%, 182.4% 늘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치킨 등 배달음식 수요 증가에 힘입은 성과다. 다만 최근 몇 년간의 실적은 오락가락하는 상태다. 하림의 매출액은 2018년 8286억원, 2019년 8058억원, 2020년 895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019년에는 43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이는 하림의 높은 육계사업 의존도가 원인이다. 현재 하림은 전체 매출의 80%를 육계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치킨·삼계탕 등 2차 가공 식품 시장이 불황을 겪는다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림이 신사업 진출을 노리는 이유다.

하림 실적 추이.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하림은 첫번째 신성장동력으로 '물류'를 점찍고 있다. 지난 2015년 팬오션을 1조원에 인수했다. 사료 원료 수입 등 양계·축산업과의 시너지를 노린 시도였다. 이어 2016년에는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에 나섰다. 최근에는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또 다른 신성장동력은 'HMR' 사업이다. 하림은 지난 3월 '순밥'으로 즉석밥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더 미식 브랜드 론칭 및 장인라면 출시도 HMR 사업 확장을 위한 것이다.

더 미식 브랜드의 첫 제품을 라면으로 선택한 것은 '안정성' 때문으로 보인다. 라면 국내시장은 꾸준히 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인지도만 확보하면 어느 정도 수익성을 얻을 수 있다. 특히 하림이 뛰어든 프리미엄 라면 시장은 성장단계다. 편의점 등 유통 채널에서 프리미엄 라면의 매출은 매년 15~20%씩 성장하고 있다. 

하림의 '꿈' 이뤄질까

다만 더 미식 브랜드가 순조롭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림은 장인라면으로 내수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고 밝혔지만, 라면 내수 시장은 농심·오뚜기·삼양·팔도가 점유율 96%를 차지하고 있다. 신세계푸드·풀무원 등 후발 주자가 큰 성과를 못내는 배경이다. 그래서 일부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라면내 프리미엄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농심은 '신라면 블랙'·'맛짬뽕'·'짜왕' 등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오뚜기도 올초 '라면비책'을 론칭하며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빈틈'이 넓지 않다는 이야기다. 

라면 시장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점유율도 고착화돼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업계 관계자는 "하림은 육계와 물류 사업을 통해 식품 제조업에 필요한 인프라, 물류 역량을 갖춘 것은 사실"이라면서 "무리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장기적 목표 아래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야 식품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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