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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매운 라면의 끝 모를 진화…'장수' 비결은

  • 2022.01.14(금) 06:45

매출 꾸준히 늘며 컵라면까지 매운맛 열풍
'마니아 제품'에서 '도전'의 대상으로 진화
내식수요 증가·사회적 우울감 속 지속 성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매운 라면의 전성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라면시장의 한 주요 카테고리가 된지 오래입니다. 매운 라면은 2012년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을 출시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비주류 상품이었습니다. 오뚜기의 '열라면', 팔도의 '틈새라면' 등도 인기를 끌었지만, 어디까지나 시장의 대세는 우리가 흔히 접하던 라면들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과거 '꼬꼬면'처럼 잠시 인기를 끌다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죠.

모두가 아시듯 이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습니다. 불닭볶음면은 상상 이상으로 인기를 끕니다. 그러자 삼양식품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더 강력한' 제품을 선보였죠. 매운맛을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핵불닭볶음면'이나 '도전! 불닭볶음면' 같은 살벌한 이름의 제품까지 나왔는데요. 실제로 먹어보니 "이것이 '핵'인가"를 외치게 했던 제품이었습니다. 삼양식품만의 일이 아닙니다. 타사에서도 '염라대왕라면', '불마왕라면'같은 이름부터 기괴한 제품을 쏟아냈습니다.

지난해에도 매운 라면의 인기는 여전했습니다. 오히려 인기가 더 높아졌죠.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불닭볶음면 등 매운 라면의 매출은 전년 대비 7%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봉지라면 매출은 1%가량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하죠. 계절면 시장에서도 매운맛의 전성시대는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6월~8월 사이 이마트의 매운맛 비빔면 매출은 전년 대비 17%나 신장했습니다. 이에 이마트는 새해 벽두부터 매운 라면 모음전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신라면은 이제 매운 축에도 못 들어갑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제조사에게도 매운 라면은 이미 중요 제품이 됐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양식품 불닭브랜드의 매출은 4400억원에 달합니다. 전년 대비 7%가량 늘어났습니다. 불닭브랜드가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한 지는 이미 오래됐고요. 팔도에서도 매운 라면의 성장세가 매섭습니다. 팔도의 지난해 라면 매출의 9.1%를 틈새브랜드 등 매운 라면이 차지했습니다. 매운 라면의 매출액 규모는 3년 사이 2배나 커졌습니다.

올해도 연초부터 매운 라면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팔도는 이마트 행사에서 '틈새라면 극한체험'을 선보였습니다. 이 제품은 역대급으로 맵습니다. 캡사이신 농도를 계량한 스코빌 지수가 1만5000SHU에 달합니다. 불마왕라면보다도 1500SHU가량 수치가 높은 제품입니다. 이윽고 팔도는 매운맛 컵라면도 선보입니다. 스코빌 지수 1만2000SHU에 달하는 '킹뚜껑'을 한정판으로 선보였죠. 이 역시 컵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입니다.

사실 매운맛이 사람에게 친숙한 맛은 아닙니다. 실제로 인류가 오랫동안 즐겨 온 음식 중 매운맛 음식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달거나 고소한 음식이 오랫동안 사랑받았었죠. 매운맛에 '환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통 한식 중에 '맵다'고 느낄만한 음식은 그렇게까지 많지 않으니까요. 때문에 누군가는 우리가 단군 이래 가장 맵게 먹고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럼 매운 라면의 인기는 왜 수그러들지 않는 걸까요. 업계에서는 매운 라면의 유행을 '문화'라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불닭볶음면은 인터넷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대박을 터뜨린 제품입니다. 실수로 불닭볶음면을 집어먹은 강아지가 몸부림치는 영상이나, 불닭볶음면을 먹어본 이들의 수많은 '간증'을 기억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오늘날도 비슷합니다. 많은 먹방 인플루언서들이 새로운 매운 라면이 출시되면 으레 영상을 올리곤 하죠.

인터넷상의 유행은 젊은 소비자 사이의 트렌드가 됩니다. 제품에 높은 관심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고요. 소비자들은 매운 라면을 먹어본 후 주변에 경험을 공유합니다. 이를 들은 다른 소비자들도 매운 라면을 찾아 먹어보게 돼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며 매운 라면의 인기가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매운 라면은 이미 10년간 인기를 이어왔습니다. '마니아 제품'의 입지를 굳히기는 충분한 시간이죠.

팔도는 시중 컵라면 중 가장 매운 '킹뚜껑'을 선보였습니다. /사진=팔도

최근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매운 라면은 '도전'의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매운 라면을 즐기기보다, 더 매운 라면을 '극복'하는 것이 곧 콘텐츠가 됩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인플루언서가 매운 라면 도전 영상을 올리면 관련 제품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조사들은 앞다퉈 더 매운 라면을 한정판으로나마 내놓게 되죠. 신제품이 인기를 끌고, 또 다른 제품 출시를 이끄는 '선순환'이 정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가 매운 라면의 인기 요인이라는 평도 나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라면 등의 간편식이 인기를 끕니다. 더불어 생활패턴의 변화로 받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려는 이들이 늘어납니다. 더 자극적 음식을 찾게 되며 매운 라면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매운맛은 스트레스를 풀어줍니다. 매운맛이 맛보다 '통증'에 가까운 만큼, 먹는 동안 소량의 엔도르핀이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니 매운 라면이 인기를 못 끌 이유가 없겠네요.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매운 라면의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더 매운 라면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소비자들이 매운 라면을 극복해내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거든요. 제조사들은 이들의 니즈를 겨냥해 더 강력한 제품을 내놓을 겁니다. 저처럼 매운맛을 못 먹는 사람에게는 조금 괴로운 일입니다. 그래도 매운 라면의 인기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하나의 맛이 문화로 자리잡고, 많은 콘텐츠를 낳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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