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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표' 유통 시험대 된 파이브가이즈, 성공할까

  • 2022.10.19(수) 07:01

파이브가이즈 들여온 한화 김동선 실장
갤러리아 첫 신사업…경영 데뷔 '신호탄'
승계 작업 분주 '한화'…경영능력 시험대

김동선 신사업전략실장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미국의 3대 버거 브랜드로 꼽히는 '파이브가이즈'가 국내에 상륙한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갤러리아 신사업전략 실장이 파이브가이즈의 한국 론칭을 성사시키면서다. 갤러리아는 현재 식음료(F&B) 사업을 새 먹거리로 점찍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목표다. 파이브가이즈는 쉐이크쉑, 인앤아웃 등과 함께 미국의 3대 버거 브랜드로 꼽힌다.

주목할 점은 경영 전면에 등장한 김 실장이다. 현재 한화그룹은 후계 구도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계열사 재편을 통해 장남(김동관)은 태양광·방산·화학, 차남(김동원)은 금융, 김 실장은 유통·호텔을 각각 관할하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막내인 김 실장도 경영 성과를 쌓아야 하는 시점이 왔다. 파이브가이즈는 김 실장의 '첫 작품'이다. 이를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게 과제다. 

파이브 가이즈가 '뭐길래'

갤러리아는 지난 5일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과 국내 사업권 계약 관련 약정서를 체결했다. 갤러리아는 내년 상반기 파이프가이즈 국내 1호점을 개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파이브가이즈 론칭은 김 실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더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갤러리아 신사업전략실을 이끌어 왔다. 갤러리아 측은 "김 실장이 브랜드 도입을 위한 초기 기획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사업 추진의 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선 신사업전략실장(오른쪽)과 윌리엄 피처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총괄 부사장이 파이브가이즈 국내 사업 추진 약정식을 하고 있다. /사진=갤러리아

파이브가이즈는 1996년 미국 버지니아에서 시작된 햄버거 브랜드다. 신선한 재료가 콘셉트다. 파이브가이즈 매장에는 냉동고, 타이머, 전자레인지가 없다. 패티와 생감자를 땅콩기름에 튀겨낸다. 파이브가이즈는 2000년대 초 북미에서 첫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2013년 영국을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 23개 국가에 1700여 개의 매장이 있다. 국내 소비자의 해외여행으로 국내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진출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갤러리아는 향후 5년간 국내에 15개 이상의 파이브가이즈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를 국내 대표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로 키운다는 목표다. 향후 쉐이크쉑과 맞대결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아직 파이브가이즈 1호점에 대한 구체적 입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갤러리아 내뿐만 아니라 여러 후보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왜 들여오나

갤러리아의 외식사업 직접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갤러리아는 그동안 신사업 진출을 모색해왔다. 백화점만으로는 미래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백화점 의존도가 높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갤러리아는 과거 면세사업에도 손을 댔지만 계속된 적자로 결국 철수했다.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 갤러리아는 그동안 식음료 사업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였다. 자체 식품 브랜드 '고메이494'가 대표적이다. 프리미엄 콘셉트가 차별성을 보이면서 매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김동선 실장과 파이브가이즈 인터내셔널 총괄 부사장 윌리엄 치처 등 관계자들이 서울 더 플라자에서 약정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갤러리아

다만 갤러리아의 식음료 사업은 대중성에 한계가 있었다. 갤러리아의 주 타깃은 백화점에 기반한 VIP 층이다. 좀 더 소비자층을 넓힐 방법이 필요했다. 이런 고민에 햄버거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갤러리아는 한화솔루션에 흡수합병된 지 2년 만에 다시 분할됐다. 앞으로 독자 생존해야 한다. 수익성을 키울 방안이 필요하다. 장차 '한화표' 유통 사업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구상도 있다. 이번 파이브가이즈 도입에 녹아있는 갤러리아의 고민이다. 

백화점과 외식업은 상호 시너지를 내기 힘들다. 백화점은 일반적으로 '집객'을 위해 식품관에 유명 외식업체를 유치한다. 하지만 직접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갤러리아는 파이브가이즈의 출점 목표를 15개로 잡았다. 반면 갤러리아백화점의 점포는 전국에 5개에 불과하다. 백화점 내 입점을 목표로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프랜차이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잠실 스포츠 마이스 복합공간, 서울역 민자역사 등 한화의 부동산 자산을 십분 이용할 수 있다. 

김동선의 '첫 작품'

사실 파이브가이즈 도입 배경 뒤에는 김 실장에 있다. 그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과 같은 경영 성과가 절실하다. 그래야만 후계 구도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갤러리아의 면세점 사업 진출 때도 모습을 비춘 적이 있었다. 다만 첫 데뷔 무대는 실패로 돌아갔다. 최근 김 실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로 승진했다. 재계에서는 김 실장이 앞으로 백화점 호텔 등 유통 부분을 맡을 것으로 내다본다. 관건은 경영 능력에 대한 증명이다.

미국 파이브가이즈 버거 땅콩기름에 패티와 감자를 튀기는 것이 특징이다. / 사진=파이브가이즈

파이브가이즈는 김 실장이 갤러리아에서 주도한 첫 신사업이다. 그의 본격적인 경영 참여를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평소 김 실장은 외식 산업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2017년 주취 폭행 사건으로 한화그룹에서 퇴사한 후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2019년 독일에서 중식 레스토랑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일식집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파이브가이즈 국내 도입을 가장 먼저 알린 것도 김 실장이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유통업계 경영 후계자들이 해외 식음료 브랜드를 도입해 성과를 낸 사례는 많다. SPC그룹 3세인 허희수 부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016년 국내에 쉐이크쉑을 들여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직접 대니 마이어 쉐이크쉑 창업주를 만나 설득했다. 이후 쉐이크쉑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허희수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발판이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있다. 그는 스타벅스와 노브랜드버거를 안착시켜 경영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른바 김 실장의 '롤 모델'들이란 평가다.

파이브가이즈는 김 실장의 성공적 데뷔를 위한 디딤돌인 셈이다. 특히 햄버거 프랜차이즈 사업은 성과를 내기 용이하다. 가맹점 수나 SNS 반응 등 성장세가 눈에 확 띈다. 성공 여부를 가시화하는 것이 쉽다는 얘기다. 지점을 늘리는 것도 다른 외식업에 비해 어렵지 않다. 일반 대중에게 빠르게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김 실장의 존재감 역시 한층 높아질 수 있다. 

제2의 '쉐이크쉑' 될까?

햄버거 시장은 전망도 좋다. 시장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4조원대로 성장했다. 코로나19 이후 성장세가 더 가팔라졌다. 2014년 2조1000억원에서 6년 만인 2020년 2조9600억원대로 커졌다. 특히 프리미엄 햄버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더이상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 가성비 브랜드의 독무대가 아니다. 김 실장이 파이브가이즈를 눈여겨본 이유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흥행 여부도 주목된다. 어느 정도 보장된 '흥행수표'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쉐이크쉑도 지난 2016년 국내에서 첫 론칭할 때도 큰 관심을 받았다. 1호점에 1500여명이 손님이 늘어서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파이브가이즈도 쉐이크쉑만큼 궁금해하는 국내 소비자도 많다. 파이브가이즈의 인기 요인을 국내에 이식할 수만 있다면 제2의 쉐이크쉑버거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늘어나는 경쟁자는 변수다. '고든램지버거', '슈퍼두퍼', '굿스터프이터리' 등 외국계 프리미엄 버거들이 국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외국계 프리미엄 버거가 특별했던 과거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특히 햄버거의 주 소비층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들이다. 이들은 빠르게 흥미를 가졌다가 금방 관심을 잃어버리는 특성이 있다. '롱런' 전략이 없다면 파이브가이즈의 인기도 '반짝'하고 식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앞으로 김 실장의 경영 능력에 달렸다.

재계 관계자는 "파이브가이즈로 김 실장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외식업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지만 아직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며 "빠른 시일 내 성과를 내보여야 승계 구도가 보다 뚜렷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화의 최대 주주는 여전히 김승연 회장이다. 지배구조 개편이 또다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화의 지배구조 재편은 끝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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