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외부의견에 의식해 금리를 결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5일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본연의 책무에 충실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의 의견을 너무 의식해 금리인상이 필요한데도 인상을 하지 않는다든가 인상이 적절치 않은데도 인상을 하는 결정은 내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이어지면서 이낙연 국무총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금리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됐다며 한은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미간 금리차가 더 벌어지면서 일각에선 한은이 금리 인상 시기를 실기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국내에서 당장 큰 폭의 외국인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미간 금리차 때문에 금리를 인상할 단계는 아니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었다. 그는 "경기·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불균형 누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대표적인 불균형 척도인 가계부채는 정부대책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소득증가율에 비하면 높은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국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소득보다 빠른 속도의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위협요인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목표수준에 점차 근접해나간다는 판단이 선다면 금융안정도 비중있게 고려해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금리인상에 대한 '깜빡이'를 켜 둔 셈이다.
하지만 부진한 경제지표 등을 고려하면 아직 금리를 올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난 7월 전망시점 이후에 각 경제통계의 실적치로 미뤄볼 때 성장과 물가에 관한 종전 전망치가 다소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국내 고용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고용부진은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요인에 일부 업종의 업황 부진 등의 복합적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단기간내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올해 금통위는 이달 18일, 오는 11월 30일 두 차례 남았다. 정부의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는 동시에 경제 지표는 부진한 상황에서 이 총재가 외부 의견을 의식하지 않고 금통위의 독립성을 지킬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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