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후 반도체 호황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지만 앞으로 5년 후를 내다보면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국내 경제에 성장동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무엇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제가 없겠지만 향후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세계는 4차 산업혁명과 첨단기술산업 경쟁이 숨막힐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바깥 세상에 비해 우리 내부의 변화는 아직 더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도산업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규제완화와 투자확대는 당사자의 이해상충, 관행 등에 가로막혀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과 중국 중관춘(中关村)에 다녀온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우리도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 것 아닌가 하는 그런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고령화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고령화 자료를 분석하고 보면 볼수록 상당히 두려울 정도로 우리의 지금 현재 고령화 속도와 저출산이 너무 빠르다"며 "어떻든 빨리 우리 성장을 끌고 갈 산업을 빨리 키워야 장기적인 성장세를 유지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를 글로벌 다이버전스(divergence, 차별화)로 정의했다. 선진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대됐지만 개도국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기초경제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은 글로벌 자금이 유출되면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올해 총 11번, 한달에 한번 꼴로 비상점검체제를 가동했다"며 "이처럼 월례행사처럼 되다 보니 '비상'이라고 하는 명칭이 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에 대해선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에 금융불균형 확대로 우리경제의 취약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불균형을 축소한다는 것은 그 성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는 인기가 없는 정책이지만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앞으로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을 관심있게 지켜봐야할 대외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내년도에도 거시경제 흐름이 올해에 비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경로에 여러가지 리스크가 잠재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저임금 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두회 연속 두자릿수 인상은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저임금인상에 따른 고용의 부정적 효과를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로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