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2일 두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이 총재는 취임식에서 "정부에 정책현안 전반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일 오전 9시 서울 세종대로 사옥에서 이주열 총재 2기 취임식을 열었다. 취임식은 금융통화위원들과 간부들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총재는 1974년 김성환 전 총재 이후 44년만에 '연임한 한은 총재'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긴 안목에서 볼때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성을 해소해 나가는 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심도있는 조사연구를 통해 경제현안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 정책당국에 부단히 제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국회의원들로부터 정책에 대한 소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데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그는 취임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중앙은행도 정책 당국이라 다른 당국의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하는 건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가급적 그런 인식을 주지 않으면서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누증과 자본유출 가능성 등 금융시스템의 잠재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6년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 불균형 누적 현상과 주요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변화 등 외부 상황변화를 반영해 통화정책을 낼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어 "잠재성장률 하락과 함께 기준금리 운용의 폭이 종전보다 협소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책 운영체계나 수단을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데 따른 정책 여력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는 의미"고 설명했다.
조직 운영에 대해서는 변화를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전 4년은 안정을 우선했다면 앞으로의 4년은 변화와 혁신에 역점을 둘 것"이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과감히 걷어내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에서 촉발될 수 있는 금융환경변화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이 총재는 "기술혁신이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야기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으니 연구를 강화하고 국제논의에도 적극 참여하자"고 독려했다.
이 총재는 연세대와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97년 한은에 입사해 조사국장과 정책기획국장, 부총재 등을 역임한 '전통 한은맨'으로 2014년 총재에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