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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무브 속 새 활로 절실한 은행, "계속 두드린다"

  • 2021.08.13(금) 06:30

[은행vs증권 쩐의전쟁④]
투자일임업 허용 기대감 놓지 않는 은행 
은행 경쟁도 평가서 재논의 기대 여전 

최근 은행과 증권사 간 영역 다툼이 치열하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와중에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을 계기로 자본시장으로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어서다. 기회를 잡은 증권사들은 공격의 고삐를 죄고 있고, 은행들은 방어에 여념이 없다. 주요 쟁점들을 짚어봤다. [편집자]

올해 사상 최대 반기 순익에도 은행들은 함박웃음을 짓지 못하고 있다. 새 먹거리 발굴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은행권이 해묵은 과제인 투자일임업 허용을 재차 요구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은행권은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이들과의 경쟁 상황에 놓여있다. 코로나19로 대출이 증가하며 이자수익이 증가했지만 금융지원조치 종료 후 부실채권 급증에 따른 경영악화 우려도 떠안고 있다. 금융 전반의 디지털전환과 ESG경영 과제, 대출규제 강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판매규제도 부담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직접투자 열풍이 거세지며 퇴직연금을 비롯해 은행 고객자금이 증권사로 대거 이동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은행들로서는 단순 신규 먹거리 창출이 아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반드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일임업' 허용 요구…계속 문 두드려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들은 당국에 투자일임업 허용을 재차 요구하고 있다. 주식투자 열풍이 거세지며 투자일임 시장 수요도 늘어 신규수익원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일임업은 금융사가 고객 자산을 모두 위임받아 대신 운용해주는 것이다. 자산운용의 대가로 금융사는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현재 국내에서는 증권업과 보험업에만 허용되고 있다. 

은행은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투자일임이 가능한 상태다. ISA 이외에도 이를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이지만 쉽지 않다. 앞서 요청한 상장지수펀드(ETF)의 실시간 매매 허용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증권사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증권사 고유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다. 증권사들은 투자일임업 역시 증권업 고유영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권사가 업권 침해라고 주장하지만 은행은 빅테크의 진출로 이미 동일 위험을 맞닥뜨리고 있다"라며 "대출규제 강화, 금융소비자법 시행으로 상품판매도 쉽지 않아 규제와 경쟁심화 상황을 모두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비이자수익 확대에도 한계가 있는 데다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어 더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라며 "신규수익 확보를 위해 뭐라도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TF의 실시간 매매 좌절로 비슷한 맥락의 투자일임업 허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투자일임업 관련 시장과 고객 요구가 커지는 만큼 계속해서 문을 두드려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그룹 내 입지 좁아지는 은행 

금융그룹 내 협력 관계가 중시되고 있지만 증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은행이라고 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융그룹 내 비은행부문 수익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은행의 위상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대 은행 당기순이익 추이/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조18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순익을 30% 가까이 끌어올렸다. KB국민은행이 1조4226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신한은행(1조3709억원), 하나은행(1조2530억원), 우리은행(1조2793억원), NH농협은행(8563억원) 등도 기존 기록을 갈아치우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그룹 내 은행의 순익기여도는 큰 폭으로 줄었다. 저금리가 장기화되며 은행의 이자이익 확대 한계를 이유로 그룹에서 비은행 수익 확대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유동성 장세에서 증권사와 캐피탈사 등이 역대 최고 수준 실적을 기록하며 비은행권 기업가치 상승으로까지 이어졌다.  

금융지주 내 비은행 대비 은행의 순익 기여도 추이/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실제 은행의 그룹 내 순익기여도는 올해 50%대 선까지 떨어졌다. KB국민은행이 72.9%에서 57.5%로 15.3%포인트 감소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NH농협은행이 74.5%에서 64.2%로 10.3%포인트 감소해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도 63.2%에서 56.1%로 은행 순익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은행 관계자는 "그룹 내 계열사로 증권사를 두고 있다고 해도 은행 입장에서는 다른 회사"라며 "최근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은행의 불완전 판매가 문제가 부각되면서 최근 높아지고 있는 수수료수익 확대 입지가 좁아진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 경쟁도 평가서 투자일임업 논의될까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요구는 해묵은 과제인 만큼 길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계획된 은행 경쟁도 평가에서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당국의 은행업 경쟁도 평가 계획 발표에서 은행업의 인가와 업무범위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투자일임업이) 원칙적으로 막혀 있다기보다 초기 증권산업을 키우고 보호하기 위해 정책산업적 측면에서 은행권에 허용하지 않은 것"이라며 "최근 증권산업이 커지고 있는 만큼 허용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10여년 전에는 오히려 금융당국이 나서 은행권에 투자일임업에 나설 것을 요청한 바 있으나 은행권의 관심이 낮아 무산된 바 있다. 

현재 금융위는 은행 경쟁도 평가를 위한 연구용역을 체결한 상태다. 아직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를 논의과제로 포함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금융위 김연준 은행과장은 "은행 경쟁도 평가에서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에 대한 논의 계획은 아직 없다"라면서 "다만 은행들로부터 규제 관련한 다양한 개선 필요 사안에 대해 좀 더 들어보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단 업권 간 업무범위 문제인 만큼 키를 쥔 자본시장영역에서는 허용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어 향후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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