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탄소 배출 많으면 대출도 투자도 끊긴다

  • 2021.08.25(수) 07:10

[탈석탄 금융]②
탄소배출 기업들 가치 하락 불가피
은행들, 녹색채권 등 친환경 돈풀기

은행권이 연이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면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신규 투자 중단을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의 탈석탄 행보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탈석탄 금융의 핵심은 탄소 저감인 만큼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면 기업들도 경영의 우선순위를 환경에 둘 수밖에 없다. 당장 글로벌 대기업들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과 거래를 종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탄소 배출이 많은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자본가치가 계속 하락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탄소 배출 많으면 기업가치 떨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저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세계 각국은 다양하게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탈석탄은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지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더 나아가 탄소배출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3월 기후변화와 저탄소 사회로 이행이 경제·금융부문에 미치는 리스크에 대한 관리·감독계획을 마련했다. 탄소 저감이라는 시대적 흐름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을 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특히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의 자산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이런 흐름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국제 투자은행들도 이를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다. 미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지난 6월 발표한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글로벌 대기업 공급업체의 영향 보고서'에서 글로벌 대기업의 78%가 오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 미이행 공급업체들을 퇴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공급업체와 거래하는 대기업의 89%가 2025년까지 탄소 배출을 평균 30% 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른 한국 공급업체들의 잠재적인 수출 손실 규모가 2030년 최대 1425억달러(약 166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까지 내놨다.

탄소 저감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 경영 로드맵 바꾼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의 자산가치가 계속 하락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국내 은행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내 기간산업인 제조업의 탄소 배출량이 적지 않고, 은행권의 대출 역시 여기에 많이 쏠려 있어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제조업 대출잔액은 355조3293억원에 이른다. 전체 산업 대출의 33.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제조업이 국내 기간산업인 만큼 당장 여신 문턱을 높일 순 없지만 현재 수준이라도 유지하려면 기업들 스스로가 친환경 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당장 최근 은행들은 기업들에 자금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친환경 체제로의 전환'을 중요 가치 중 하나로 꼽는 모습이다. 즉 탄소 저감 노력 등 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기업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중개한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발행하는 녹색채권이 대표적이다. 녹색채권은 말 그대로 친환경 혹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보통 연간 1조원 수준이던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올해는 불과 7개월 만에 10조원을 넘어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녹색채권 발행은 물론 친환경 경영에 나서는 기업은 여신심사 시 우대하는 항목을 신설하는 등 탈석탄은 금융권에도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됐다"면서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