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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공공의료데이터 '심평원은 되고 건보는 안된다?'

  • 2021.09.01(수) 06:20

건보공단, 정보제공 요청에 이례적 청문 진행
보험사가 자체 정보와 결합해 식별화 가능 우려
보험업계, 물꼬 트인 심평원도 막힐까 '전전긍긍'

보험권 공공데이터 활용 길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보험사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물꼬가 트였지만 보험사들이 심평원에 이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공공데이터 이용 신청에 나선 후 다시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서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심평원의 정보이용 길까지 막힐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보험권 새 먹거리로 주목받는 헬스케어 사업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건보공단, 가명정보 식별화될 것 우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지난 24일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이 요청한 공공의료데이터 제공 심사를 위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청문회는 제공하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묻고 답하는 자리로 데이터 제공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 중 하나다. 

실제 데이터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자료제공심의위원회 심의일은 오는 14일로 아직 정보제공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청문회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자주 열리는 것은 아니어서 긍정적 신호는 아닌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요청한 정보는 '표준코호트DB'로 전국민 가운데 2% 가량 표준 샘플을 추려 14년 동안의 △장애 및 사망 여부 △의료이용현황 △요양기관 현황 등의 내용이 담긴 정보다. 건보공단에서 제공하는 기본적인 정보로 개인식별이 불가능한 '가명정보'기 때문에 연구목적을 비롯해 영리목적 등 다양하다.  

건보공단은 보험업계가 공공의료데이터 제공 시 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체 고객 정보를 결합해 가명정보를 식별화하고 이를 악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건보공단 빅데이터개방부 관계자는 "(표준코호트DB 정보 요구와 관련해) 모두 청문 절차를 거치는 것은 아니지만 추가적으로 활용 내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청문 절차를 진행한다"라며 "법률적으로 보험회사만 제공이 제한되거나 하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보공단에서 제공하는 공공의료데이터는)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가명처리 정보도 식별 우려가 있다"라며 "익명정보의 경우 아예 식별이 불가능하지만 보험사가 보험가입자 정보에 건강정보를 더할 경우 가명정보라 해도 식별될지 아닐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즉 공단에서 제공하는 비식별정보(가명정보)를 보험사가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체 가입자 정보를 합해 식별화하고 이를 보험가입 제한 등에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명정보 식별화 가능성 없어…'보험사 안된다'는 뜻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러한 식별화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정한 데이터전문기관인 신용정보원 한 관계자는 "식별화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적 문제를 차치하고서도 데이터를 식별화하려는 시도만 해도 불법인데 정상적인 보험사가 불법을 무릅쓰고 이를 시도하리라 보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 가명정보를 적절히 처리하지 않을 경우 전체 매출액의 3% 이하 또는 4억원의 과징금,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법적 처벌을 받는다.

보험업계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위한 정보제공에 오랜 기간 목말라 있던 보험사들이 굳이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며 정보길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정보기관 전문가는 "가명정보도 단계가 있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가명정보는 제공정보에 딱 맞는 아주 파워풀한 정보가 있어야 식별화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을까 말까다"라며 "제공 주체가 레벨(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만약에 식별화가 가능하다고 하면 제공자의 잘못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때문에 가명정보의 식별화를 이유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보험사는 안된다'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보험업계의 해석이다. 정부가 'K-뉴딜' 등 범정부 차원의 데이터 개방정책을 펴면서 제도 도입 1년을 맞은 가명정보 활용 확산을 위한 규제혁신 등을 추진하는 것과도 다른 행보라는 평가다. 

헬스케어 진척, 한고비 넘으니 또 한고비 

보험업계는 건보공단의 이번 결정으로 자칫 심평원의 공공의료데이터 접근성도 낮아질까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심평원 공공의료데이터는 국민 모두에게 열려 있었지만 보험은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지적되며 올해 겨우 물꼬가 트였다"라며 "보험가입을 제한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후보장이 아닌 헬스케어로 보험산업 틀이 바뀌면서 생애 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필요한 정보인데 무조건 반대 입장만 견지해 억울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최근 국림암센터가 표준코호트DB 등을 활용해 5년 이상 생존한 폐암환자 22.2%가 암 외의 원인으로 사망했고, 심뇌혈관질환이 24.8%를 차지하는 분석결과를 내놓은 것과 같이 폐암을 보장하는 보험에 심뇌혈관질환 치료나 관리를 보다 강화하는 담보를 추가하고 질병을 관리하는 보험상품 등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6개 보험사에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을 승인한 심평원의 경우 보건의료 관련 학회 자문과 타당도 검증을 통해 정보제공을 승인했으며, 개인추적 및 특정이 불가능한 비식별정보를 폐쇄망을 통해 분석 후 결과값만 가져갈 수 있어 식별화 가능성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건보공단은 오는 14일 보험사 공공의료데이터 제공을 여부를 포함한 심의위를 개최하며 이날 심의건이 많아 제공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심의 일정은 2주 뒤로 미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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