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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다시 서다]①생사 넘나든 파란만장 20년사

  • 2021.09.15(수) 06:40

최초 금융지주 타이틀, 해체 후 부활
정부지분 매각으로 완전 민영화 눈앞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리금융지주가 연내 완전 민영화를 목전에 뒀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20여년 만이다. 

긴 시간 끝에 완전한 민간 금융사로 다시 태어나게 됐지만 우리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사 역사의 산 증인이다. 국내 근대 은행사에서 첫 발을 땐 은행 중 한곳이자 은행계열 최초 금융지주사가 우리금융지주다. 국내 금융사에 아픈 기억인 IMF 외환위기의 오랜 후폭풍이 이어지면서 지주설립-자회사매각-해체-지주설립 등 고된 전철을 밟은 곳 또한 우리금융지주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우리금융, 국내 금융사의 슬픈 자화상

'조상제한서'(조흥은행·상업은행·제일은행·한일은행·서울은행).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 했던 5대 은행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이 가운데 두 곳인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은 1997년 하나의 은행으로 합쳐진다.  

두 은행의 합병은 슬픈 국내 금융사의 한 페이지에 깊이 각인됐다. 외환위기가 휩쓴 1997년 정부는 대대적인 금융사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두 은행을 살리기 위해 합병이라는 카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의 틀을 잡은 우리은행 전신 한빛은행은 그렇게 탄생했다.  

이후 2001년 정부는 한빛은행, 평화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하나로종합금융 등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이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이 공적자금을 원할히 회수하기 위해 이 금융기관들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기로 했다. 투입 규모는 12조7663억원에 이른다. 국내 최초 금융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의 탄생이다. 

현재는 금융지주회사의 존재 이유가 다양한 금융업권을 한 곳에서 컨트롤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에 있다고 하지만, 정작 국내 최초 금융지주 회사 설립은 부실금융지주회사의 정리매각을 위해 만들어진 셈이다.  

뒤이어 우리금융지주는 LG투자증권, LG선물, LG투자신탁운용, LIG생명, 삼화저축은행, 솔로몬저축은행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규모를 키웠다. 다만 이 역시 금융지주로서 경쟁력을 키우기 보다는 LG그룹 금융계열사 정리, 부실저축은행의 정상화 등을 위한 성격이 강해 우리금융에게 마냥 좋은 기억은 아니다. 

그렇게 우리금융지주를 중심으로 부실화된 금융회사들이 한데 모이기 시작했고 정부는 본격적인 공적자금 회수 계획을 세웠지만 매번 쉽지 않았다. 2011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려 했지만,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면서 무산됐다. 이후 매년 KB금융, 산업은행 등에게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좀처럼 쉽게 팔리지 않았다. 정부 입장에서 우리금융지주가 아픈 손가락이었던 이유다.

그러다 2014년 들어서야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자회사 매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경남은행, 광주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매각에 성공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했지만, 우리금융지주는 그 규모가 더이상 금융지주 급이 못됐다. 그렇게 우리금융지주는 2014년 주력계열사였던 우리은행에 흡수합병돼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2019년 1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출범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우리금융, 부활하다

우리금융지주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에 본격적으로 나선 정부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우리은행을 필두로 하는 남은 금융사들의 덩치가 커지다보니 통매각을 추진하기에 무리가 있어서였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부 과점주주에게 지분을 나눠 파는 정책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2016년 동양생명, 한화생명,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IMM PE 등 총 7개 과점주주에게 각각 3.7~6.0% 사이의 지분을 매각하는데 성공했다. 우리금융지주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가 본격화 됐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남은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이 좀처럼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우리은행이 민영화 된 이후에도 자생력을 키우는 동시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를 수월케 하기 위해 우리금융지주를 재출범시키기로 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자회사로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등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금융지주 설립 요건을 채웠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는 재탄생했다. 

이후 우리금융지주는 절반의 민영화 성공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덩치 키우기에 돌입한다.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은 취임 직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함게 롯데카드의 지분을 인수하며 공격적 인수합병(M&A)의 시작을 알렸다. 롯데카드를 완전히 품에 안지 못했지만 우리금융이 금융지주로의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본격적인 금융권 M&A에 뛰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 것도 이 시점이다.

이후 우리금융은 ABL글로벌자산운용, 국제자산신탁, 아주캐피탈, 아주저축은행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 기간 자산규모와 순익도 자연스럽게 늘어나면서 현재는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와 함께 3위 금융지주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이 같은 위상은 정부가 최근 우리금융지주 잔여지분을 마저 매각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다시금 증명됐다. 정부는 가지고 있던 우리금융지주의 잔여 15.13% 중 최대 10%를 매각하는 방안을 지난 9일 내놨다. 이번에 정부의 방침대로 잔여지분 10% 매각이 완료되면 정부는 우리금융지주의 최대주주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우리금융이 사실상 완전 민영화 된다는 얘기다.

과거 부실금융기관 청산을 위해 설립된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새롭게 국내 금융시장을 이끌어가는 금융회사라는 점을 정부와 시장이 인정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20년이란 긴 시간이 흐른 끝에 민간 금융회사로서의 또다른 시작을 알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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