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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떠나는 이동걸의 소신, 뒤끝 그리고 변명

  • 2022.05.02(월) 18:23

새정부 출범 앞서 사의 밝히고 이례적 간담회
"산은 부산이전, 네거티브 싸움 돼선 안돼"
"맹목적 비방은 산은 가족에 대한 모독"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최근 사의를 밝힌 뒤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떠나는 정책기관장의 퇴임 간담회는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회장직 거취를 포함해 산업은행의 역할과 위상, 지난 5년 재임 기간의 실적에 대한 설명과 비판에 대한 의견과 소회, 해명을 2일 오후 1시간여의 실시간 온라인 방송을 통해 풀었다. 

◇ 마지막 소신

이 회장은 먼저 사의를 밝힌 이유부터 설명했다. 그는 "산은은 은행인 동시에 정부 정책을 금융측면에서 집행하는 정책 금융기관"이라며 "정부와 정책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회장직을 수행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해 정부가 바뀌면 그만두겠다고 미리 얘기했고, 그런 의미에서 새정부 출범 맞춰 사임의사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특히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산은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부산이전의 부작용 등 반대 의견을 조목조목 밝히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점은 제가 퇴임한 후 사인이 된 다음에 속된 말로 계급장 떼고 저한테 말할 기회 주신다면 그 때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라며 반박 논리를 이어갔다.

이 회장은 "산은은 국가 정책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 기능이 저해되면 큰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에 2조~3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거라고 하는데 전혀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국가경제에 20조~30조의 마이너스가 되면 어떻게 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부울경 지역은 박정희 대통령 산업화 이후 가장 특혜받은 지역"이라며 "국가 파이를 키우는 지역간 포지티브 싸움이 돼야지, 최소한 네거티브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새정부 여권 인사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우리나라에 2개 금융중심지 만든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발언도 인용하며 "지역균형 발전 취지에 누가 동의하지 않겠나. 다만 국가 전체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뒤끝 "흔들기 지나치다"

비난에 대해서는 뒤끝도 엿보였다. 최근 그의 재임중 성과나 산업은행의 역할에 대한 비방이 도를 넘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쉽게도 일부에서 산은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맹목적 비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5년간 한 일이 없다는 둥, 3개로 쪼개야 한다는 둥, 도를 넘는 무책임한 정치적 비방이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비방이 나오는 쪽을 염두에 둔 듯 "산은을 활용해야 할 신정부에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며 "동시에 3300명 산은 직원과 가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2019년 5월 취임할 당시 정리되지 않은 현안 부실기업이 금호타이어·한국지엠(GM)·대우건설·현대상선(현 HMM) 등 10∼15개였다"며 "창고에는 정리되지 않은 부실기업이 즐비했고 구조조정 현안이 잔뜩 쌓여 있었다"고 했다.

또 산은에 재무상태에 대해서도 "은행 금고는 텅 비어 자본잠식 직전 수준이었다"며 "2015~2016년 순손실만 5조5000억원이었던 상황에서 인수인계 받았다"며 악조건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하지만 금호타이어, 한국지엠, 대우건설, 두산중공업 등 11개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며 "대우조선해양·쌍용자동차·KDB생명 3개를 빼고는 확고한 구조조정 원칙을 지키며 다 해결했다"고 말했다.

특히 HMM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정상화 했다"며 "이제 매각만 남았는데 오히려 기업가치가 너무 커져서 매각이 쉽지 않을 정도"라고 높이 평가했다. 두산중공업에 대해서도 "대주주와 산은의 긴밀한 협조로 선제적 구조조정을 한 모범사례"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자체의 재무 개선에 대해서도 그는 "2016년 1조3000억원까지 떨어졌던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7조4000억원까지 늘었고, 2017년 이후 5년간 정부에 지급한 배당과 납부한 법인세만 2조2000여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특히 "산은은 시중은행보다 순이자마진(NIM)이 0.77%포인트 낮은 정책금융기관인데도 이런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 해명 혹은 변명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 불발과 쌍용차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지적에도 해명을 덧붙였다. 그는 대우조선에 대해서는 "산업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로, 조선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꼭 필요하다"며 "국내 조선 3사를 지탱할 만큼 조선업 대호황이 상당기간 지속되면 모를까 3사가 공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만큼 빅2 체제가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전 정부(박근혜 정부) 때도 공감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대우조선 매각 실패가 유럽 선사들의 이해를 앞에 둔 유럽연합(EU)의 자국이기주의 떄문임을 강조하면서 내부적 원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쌍용차와 관련해서는 "경쟁력, 지속가능성이 낮은 만큼 자금 지원만으로 회생하기 어렵고, 또다른 대규모 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며 "회생법원이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KDB생명 매각 실패와 관련해서는 "KDB생명(옛 금호생명)은 산은에 떠넘기기 해서 들어왔는데, 이처럼 일방적 책임전가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며 "산은은 생명보험과 전혀 관계없는 회사이기 때문에 잘 관리 할 수 없었고, 그 당시 현장 매각처리하는게 맞는 방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패는 했지만 재매각을 추진해서 성공적으로 민간 품으로 가도록 노력해주실 것을 다음 정부에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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