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금통위에선 인상 여부를 넘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며 한미 금리차이가 사라졌다. 여기에 우리나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를 기록하는 등 사실상 빅스텝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취임 후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매의 발톱을 드러냈다. 그동안 시장에선 이 총재에 대해 비둘기파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고물가 상황에 직면하자 이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관련기사: 이창용, 금통위 데뷔전서 드러낸 '매 발톱'(5월26일)
이창용 총재는 7월 금통위에서도 다시 한 번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우리나라 금통위가 한 차례 쉬어간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면서 미국과 국내 기준금리 차이가 사라졌다. 이에 더해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추가적인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통화긴축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경제상황도 심상찮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기록하면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6%를 넘어섰다. 앞서 이창용 총재는 5월 금통위 회의 이후 수개월 동안 물가 상승률이 5% 이상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 상승률은 이를 넘어섰다.
특히 이 총재는 그동안 통화 정책방향에 대해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이런 이유로 시장에서도 이번 금통위의 빅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 원화 약세 등 국내 물가에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며 "7월부터 전기요금도 인상돼 물가 추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유가가 유의미하게 하락하지 않으면 연말까지도 6%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연간으로는 5% 중반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해 한국은행 전망치인 4.7%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은행 긴축 부담이 커지고 있어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주요국이 통화긴축으로 대응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무역조건도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한은 입장에선 고물가에 대응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동시에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지난 7일 발표된 5월 경상수지는 38억6000만달러로 한 달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그럼에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수출물가 상승률보다 수입물가 상승률이 더 큰 폭으로 오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오는 15일 6월 수출입 물가지수를 발표한다. 앞선 5월 수출물가는 전월대비 3.1%, 전년 동월보다는 23.5% 상승한 반면 수입물가는 각각 3.6%와 36.3% 급등해 수출물가 상승폭을 크게 웃돌았다.
공급 차질에 따른 수출입 물가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6월에도 수출보다 수입물가 상승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