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상승률이 결국 6%를 넘어섰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물가 상황이 과거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경제 대위기 상황으로 치솟았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같은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이에 현재 통화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가용한 수단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는 만큼 이달 있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 모습이다.
5일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8.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상승한 것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선으로 올라온 것은 지난 1998년 11월 6.8%이후 23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초까지는 3%상승률을 기록하다가 3월 들어서는 4%대로 올라서더니 5월에는 5.4%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의 장기화, 중국의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 등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을 비롯한 많은 재화들의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게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유 50.7%, 휘발유 31.4%, 등유 72.1%, 자동차용 LPG 29.1%, 수입쇠고기 27.2% 닭고기 20.1% 등 원자재와 식자재등 다양한 품목에서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같은 물가상승세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있는 한국은행은 이날 이환석 부총재보 주제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환석 부총재보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증대하는 가운데 전기료, 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4%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물가상승압력이 다양한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고 봤다.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은 일반 가계가 내다보는 물가상승세 전망을 의미하는데, 일반 가계 역시 앞으로 물가가 빠르게 오를 것으로 보고있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에서는 당국이 완충장치 역할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종전과 달리 0.25%포인트 수준에서 조정하는 것을 넘어 한 번에 0.5%포인트 올릴 것이란 전망이 더욱 힘을 얻고있다.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안정을 위해 통화정책을 사용할 것이란 스탠스를 이미 밝힌 상태다. 지난달에는 "국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으면 고물가 상황이 고착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문제는 고물가와 고금리라는 여건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의 경기침체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우리나라보다 더욱 심한 고물가, 고금리에 시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세계 주요 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단 하향조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IMF(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세계성장률 전망치다. IMF는 이 자료를 통해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4월 3.7%보다 0.8%포인트 하향한 2.9%로 낮췄다. 한은 역시 지난 3일 '2022년 미국 경제 전망과 주요 이슈'보고서를 통해 "올해 미국 경제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주목할 점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전망할때 역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미국이 전 세계 경제를 휘어잡고 있고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큰 만큼 미국의 경기가 침체로 돌아서면 우리나라도 이 영향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오는 8월 있을 수정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은 지난 5월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종전 제시한 3.0%에 비해 0.3%포인트 하향조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