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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업비트 보낸 기업은행, 속으로 웃는 이유

  • 2022.08.24(수) 07:18

케이뱅크, 업비트 협약 후 고객 급성장
기업은행, 외화송금 등 리스크에서 자유로워

국내 가상화폐(코인) 거래소 시장 점유율 1위인 업비트(두나무 운영)를 바라보는 두 은행이 있습니다. IBK기업은행과 케이뱅크 인데요. 두 은행은 업비트에 신규 회원 가상계좌를 발급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업비트 출범 초반에는 기업은행이, 2020년 이후에는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제휴를 맺으며 독점으로 가상계좌 발급을 맡고 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케이뱅크와 업비트는 가파르게 성장했습니다.

기업은행 입장에선 주요 수익원인 신규 고객 확보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데요.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배경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케이뱅크 '디딤돌'된 업비트

업비트는 2017년 10월 디지털 자산 거래소로 공식 출범했습니다. 코인에 투자하려는 고객 유치 등 거래소 역할을 하려면 고객에게 가상계좌를 발급해야 했는데요. 업비트는 기업은행을 선택했습니다. 업비트는 기업은행으로부터 신규 고객들에 대한 원화 입출금용 가상계좌를 발급 받았고,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죠.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면서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힙니다. 금융당국이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시행하면서 기업은행이 더 이상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업비트 입장에선 신규 고객에게 원화 입출금이 가능한 가상계좌를 열어줘야 고객들이 코인 거래를 할 수 있는데 계좌를 열지 못하니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 셈이죠.

2020년 7월 업비트는 새로운 계좌 창구로 케이뱅크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를 통해 업비트는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업비트의 경우 UI(User Interface)가 편하고 처리 속도가 빨라 향후 이용자가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게 가상화폐 업계 전망입니다.

특히 출범 후 적자에 허덕이던 케이뱅크는 업비트 외부 기관 예치금은 물론 업비트 신규 고객들에게 계좌를 제공하면서 자체 고객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1년 후인 지난해 2분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했는데요. 케이뱅크에게 업비트는 동아줄과 다름없었고, 최근에는 업비트 그늘에서도 벗어나 자체 영업력을 확장하면서 주식시장 상장도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기사: 안정권 접어든 케이뱅크…'코인' 그늘도 벗어났다(8월15일)

 업비트 떠나보낸 기업은행, 아쉽지 않은 이유

업비트의 가파른 성장을 바라보는 기업은행은 배가 아플 법 합니다. 업비트에게 실명계좌 입출금계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했다면 업비트 성장과 함께 상당수의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현 상황을 보면 업비트를 보낸 게 기업은행에게는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최근 은행권에선 4조원이 넘는 이상 외화송금 사례가 드러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상 외화송금 대부분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흘러나온 자금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관련기사: '거액 이상 외화송금' 4.1조…대부분 코인거래소서 나왔다(7월27일)

금융감독원은 이상 거래가 드러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물론 전 은행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지시한 것은 물론 향후 추가 조사에 들어갈 계획인데요.

업비트와의 연결고리가 사라진 만큼 기업은행은 코인과 관련된 외화송금 이슈에선 한 발짝 물러서 있습니다. 기업은행 자체조사에서도 이상 외화송금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만약 업비트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행에서 외화송금 이상 거래가 발견됐다면 어땠을까요. 다른 은행보다 더 큰 비난의 화실이 쏟아졌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 시선입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코인 거래소에 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었다면 그 자체로 비판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 계좌는 자금세탁이나 해킹 등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금융당국 지침에 따라 가상계좌 서비스를 중단했고, 업비트는 자연스레 새로운 은행과 손을 잡았다는 점을 강조하는데요.

지난 5월 기업은행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디지털자산 정보 조회를 위한 콘텐츠 제공 업무 제휴를 체결했습니다. 은행권 최초로 디지털 자산 실시간 시세와 평가금액을 제공해 자산관리 서비스 범위를 넓혔습니다.

업비트와의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며 속으로 웃는 곳은 바로 기업은행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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