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거액의 이상 외화송금 대부분이 암호화폐를 사고 파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흘러나온 자금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파악된 규모는 각 은행이 자발적으로 보고한 것보다 훨씬 많은 4조1000억원 규모였다. 특히 파악된 송금의 4분의3 가량이 홍콩과 중국(본토)으로 나간 것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런 이상 거래가 두 은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모든 은행을 대상으로 점검에 들어갔다. 현재 점검 대상으로 추려진 의심가는 거래 규모는 시중은행권 전체에서 53억7000만달러, 해당 시기 환율 기준 6조5000억여원이나 된다.
금감원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거액 해외송금 관련 은행 검사 상황' 브리핑을 27일 가졌다. 금감원이 현재까지 신한·우리 2개 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 거래 잠정 규모는 총 4조1000억원(33억7000만달러), 업체는 22개(중복 제외)였다.
이는 두 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한 2조5000억원(20억2000만달러), 8개 업체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작년 5월3일부터 올해 6월9일 중 5개 지점에서 931회에 걸쳐 총 1조6000억원(13억1000만달러)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됐다고 보고했다. 신한은행도 작년 2월23일부터 올해 7월4일까지 11개 지점에서 1238회에 걸쳐 총 2조5000억원(20억6000만달러)의 이상 외화송금이 취급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대부분 이상 송금거래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집금돼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정상거래로 분류할 수 있는 송금도 포함됐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우리은행, 30일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각각 현장 검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검사 결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은 국내 무역법인의 대표이사 등 다수의 개인 및 법인을 거쳐 해당 무역법인 계좌로 모였다. 그 뒤 수입대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신용장' 없는 '사전송금방식' 등을 통해 해외법인에 송금됐다.
송금을 받은 해외법인은 지역·국가 별로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 3조1000억원 가량이 집중됐다. △홍콩 25억달러(3조원) △일본 4억달러(5000억원) △미국 2억달러(2500억원) △중국 1억달러(1250억원) 순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특히 법인의 대표가 같거나 친척 관계인 경우, 한 사람이 여러 법인의 임원을 겸임한 경우 등 국내 무역법인과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에서는 이 같은 이상 송금이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거래일 수 있다고 특정하진 않았다. 하지만 여지는 열어놓고 있다. 수사권을 가진 검찰, '환치기' 등에 대해서는 관세청과 관련 정보도 공유 중이다.
현재 금감원은 모든 은행을 상대로 우리·신한은행 사례와 유사한 거래가 있는지를 자체 점검하고 그 결과를 이달 말까지 제출하도록 지난 1일 요청한 상황이다. 점검 대상 거래규모는 현재 검사 중인 거래를 포함해 44개 업체, 총 53억7000만달러(6조5000억원) 수준이다.
점검 대상 거래는 2021년 신설업체에서 △자본금 100배 이상 5000만달러 이상 외환 송금 △가상자산 관련은행과 거래가 빈번한 업체의 5000만달러 이상 외환 송금 △특정 영업점 외환 송금의 50%이상을 차지한 경우 등이다.
금감원은 현재 외환감독국·일반은행검사국·자금세탁방지실이 공조해 내달 중 검사를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이 부원장은 "이상 외화송금 업체가 추가로 확인되는 경우 관련 내용을 검찰과 관세청에 통보해 수사 등에 참고토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